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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봉이 밝힌 ‘굿닥터’ 성공 이유 세 가지 [인터뷰]
2013. 10.11(금)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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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지난 8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굿 닥터’(극본 박재범, 연출 기민수) 시청자들에게 주인공인 주원만큼이나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배우가 있다. 바로 이름에서부터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고충만 과장으로 분했던 조희봉이다.

단순히 소아외과 김도한(주상욱)과 박시온(주원)을 위기에 처하게 하는 악역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 남자 무서워 보이는 인상 속에 따뜻함과 귀여움을 숨겨 놓고 있었다.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처럼, 엄청난 매력을 지닌 고충만. 조희봉 또한 고충만처럼 알면 알수록, 또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더 깊이 있고 진한 맛이 우러나오는 인간미 넘치는 배우였다.

고충만은 성원대학병원 소아외과에서 무능력한 의사로 통한다. 실력 없는 낙하산이라 후배들에게도 인정이나 존경 받지 못했고 병원의 이익이나 명예를 위해 환자를 가려 받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부교수 김도한과 비교되는 환자 수에 늘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버럭 소리 지르기만 하던 그의 삶이 변하기 시작했다. 지금껏 후배들에 대접은커녕 무시만 당한다고 생각하던 그에게 박시온이 존경의 뜻을 전해왔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자신을 존경한다는 박시온을 통해 고충만은 의사로서의 꿈과 열정을 되찾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리고 의국 사람들과도 서서히 소통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서툴지만 조금씩 표현하는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 시청자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 과정에서 버럭 소리를 지르는 조희봉과 “아닙니다”를 연발하는 주원의 코믹 연기 호흡은 상상 이상의 시청자 반응을 일으켰다. 이보다 더 맛깔스러운 재미를 보여줄 수 없다며 즐거워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인터넷으로 댓글을 종종 챙겨보기도 한다는 조희봉은 시청자들이 좋아해준 것에 대해 무척이나 감사해했다. 그리고 “많지는 않지만 몇몇 분들이 내가 예전에 했던 작품을 기억하고 얘기해주시더라. 그럴 때 가슴이 뿌듯하다”라고 기억에 남는 댓글을 언급했다.

“영화는 텍스트가 정해져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가야할 길을 알고 시작하는 반면 드라마는 큰 방향만 있어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SBS ‘뿌리 깊은 나무’를 할 때도 한명회라는 것을 알고 들어갔으나 처음엔 정말 안 나왔다. 그래서 없어졌나 라는 생각도 했다. ‘굿 닥터’도 끝이 어떻게 될지 정확하게 몰라서 ‘중간에 안 나오는 거 아냐’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이런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는 것에 대한 쾌감이 크다. 작가님이 큰 방향 안에서 캐릭터에 살을 붙여주셨다는 것은 이 극 안에서 도태되지 않고 힘을 키워나갔다는 생각이 들어서 쾌감이 생긴다.”

사실 조희봉은 악역의 한 축을 담당했던 고충만이 후반부로 갈수록 박시온에게 동화되어 소아외과에 힘을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고 한다. 다만 대본 리딩 당시 박재범 작가에게 “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주제는 힐링이 될 것이다. 박시온이라는 한 사람이 걸어가고 그 주변 사람들이 물들게 되는 드라마다”라는 설명을 듣고 고충만이라는 인물도 여지를 남겨놓고 먼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1, 2부에서는 모종의 음모에 연루되어 있고 능력과 인술과는 거리가 먼 낙하산으로 나온다. 권력욕과 피해의식이 있고 파워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잘 들여다보니 파워게임을 하려는 그룹 자체가 결속력도 약하고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 부분에만 매진하다 보면 잘 못된 방향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여지를 남겨두게 됐고 그러다 보니 조금은 수월하게 고충만을 연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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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박시온을 미워해 일부러 문제를 일으키던 일규(윤박)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 장면에 대해서도 “그렇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고 설명했다.

“이게 드라마의 매력인 것 같다. 예전에 성동일 선배가 ‘드라마는 시작점이 있고 종점이 있다. 그런데 두 점을 직선으로 그어버리면 재미가 없기 때문에 지그재그로 그어봐야 한다. 드라마는 영화와는 다르기 때문에 어제는 동쪽으로, 오늘은 서쪽으로 그어야 재미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이 맞는다는 걸 느낀다. 큰 틀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낸다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이다.”

처음에는 반감을 가졌던 박시온에게 존경한다는 말을 듣고 난 뒤 흔들리던 눈빛이나 숙취 상태에서 삼각 김밥을 베어 물었다가 곧바로 바나나우유를 한 모금 마시던 모습, 시무룩해져 있는 박시온에게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돈을 건네다가 수표가 잘못 딸려간 것을 보고 황급히 그것을 낚아채던 모습, 후배들에게 회식을 권하며 짓던 쑥스러운 표정 등 조희봉은 사소한 장면에서조차 살아있는 눈빛과 표정, 손짓으로 고충만을 생동감 넘치게 표현해냈다.

이에 대해 조희봉은 “기도하는 심정으로 연기한다”라고 말하고는 웃음 지었다. 세세한 표현들 하나하나가 쌓여서 드라마에서 제대로 된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연기 한다는 것.

“나는 이게 당연하다. 그렇지 않고 의미 없는 몸짓이 되어 버리거나 그냥 넘어가 버리면 다음 회에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주어진 시간 안에 그 기회를 잡지 못하면 안 된다. 의미 있는 몸짓이 되지 않으면 더 이상 나를 비쳐주지 않게 된다. 나는 절박한 마음으로 연기한다.”

그렇게 탄생한 장면 중 하나가 바로 박시온이 고충만에게 아이스크림 반쪽을 나눠주던 장면이다. 쌍쌍바를 정확하게 반으로 쪼개지 못한 박시온은 그 어떤 망설임 하나 없이 고충만에게 쌍쌍바 작은 쪽을 내밀었다. 이에 고충만은 무척이나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이에 시청자들은 폭소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쌍쌍바를 제대로 쪼개지 못하는 것이 의도된 것이었는지를 묻자 조희봉은 “현장에서 B팀 김진우 감독님이 아이디어를 하나 더 내셨다. 옛날에 쌍쌍바를 먹어보면 정확하게 반으로 안 잘라지는 아픔이 누구나 한 번씩은 있지 않나. 감독님이 그 얘기를 하시면서 이 부분에 이걸 넣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하셔서 그 장면이 나오게 됐다”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또 조희봉은 기민수 연출이 자신에게 “의사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고 말하고는 “제일 어려운거라 굉장히 부담스러웠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리고 매주 한 번씩 피부 관리를 받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쉽게 선택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 올백머리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멋진 머리였는데 갈수록 유지와 보관의 편리성 때문에 헬멧처럼 변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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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굿 닥터’는 방송 전까지만 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큰 작품이었다. MBC ‘불의 여신 정이’와 SBS ‘황금의 제국’과 경쟁을 해야 하는 것도 모자라 주원이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자폐 성향의 레지던트를 잘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조희봉 또한 “‘황금의 제국’이 사람들의 엄청난 기대 속에서 시작된 상태였고 우리는 후발주자였다. 그러니 누구도 ‘굿 닥터’가 잘 될 거라 생각지 못했다. 나 또한 어느 정도는 그랬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희봉에게는 ‘굿 닥터’를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될 정도로 분명한 성공 요인 세 가지가 존재했다.

첫 번째는 시놉시스였다. 대본 리딩 당시 읽었던 시놉시스가 인상적이었다는 것. 조희봉은 “내가 지금까지 본 시놉시스 중에서 가장 핵심을 정확하게 찍는 시놉시스였다. ‘이 드라마는 힐링을 위한 의학 드라마라 다른 의학 드라마와는 다르다’라고 단순명료하게 써 놓고 아주 자신만만하게 말씀하시더라. 자기가 얘기하고자 하는 방향을 이렇게 정확하게 말하는 작가는 많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주원의 해석력과 연기력이었다. 대본 리딩 때 주원을 본 조희봉은 ‘이거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주원이가 잡아온 연기 톤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소프트하면서도 이 작품에 잘 맞더라”며 “또 첫 촬영가서 주원이가 하는 걸 보는데 되게 나이스 하더라. 지금껏 자폐아, 장애인에 대한 표현을 하는 드라마가 많았지만 개인기적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주원은 그 중간을 잘 타면서 잘 표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주원의 연기력을 칭찬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제작진에 대한 믿음이었다. ‘굿 닥터’ 촬영을 하면서 한 번도 밤 12시를 넘겨본 적이 없다는 것. 조희봉은 “드라마 촬영을 하면 밤샘 촬영을 밥 먹듯이 하는데 3달 넘게 촬영을 하면서 그랬던 적이 없다고 하더라. 그건 그만큼 촬영을 할 때 엄청난 긴장감과 집중력을 가지고 임한다는 뜻이다”라며 제작진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news@tvdaily.co.kr/사진=김한준 기자,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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