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이재규 감독이 만난 '역린', 단 2%가 아쉬운 이유 [씨네뷰]
2014. 04.23(수) 10:12
역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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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양지원 기자] 영화 '역린'은 상반기 최고 기대작 중 하나였다. 현빈의 군 제대 복귀작이자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더 킹 투하츠'를 연출한 히트메이커 이재규 감독의 첫 스크린 진출작으로, 뚜껑을 열기 전부터 화제가 됐다.

기대작 '역린'(감독 이재규, 제작 초이스컷픽쳐스)은 지난 22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충무로 최고의 제작진이 뭉친 만큼 영상은 훌륭했다. 주연배우 현빈 역시 새로운 정조 캐릭터를 위해 애쓴 흔적이 다분히 보였다. 하지만 속속들이 드러난 단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극 초반에는 많고 많은 캐릭터들을 설명함과 동시에 눈요기가 이어진다. 정조가 밤낮으로 책을 읽고 운동으로 체력을 다지는 모습이 공개되는데, 이 과정에서 말로만 듣던 현빈의 '화난 등근육'을 볼 수 있다.

정조와 정순왕후(한지민)의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지면서, 극은 좀 더 흥미로워진다. 정순왕후는 명목 상 손자인 정조 앞에서 맨 다리를 드러낸 채 발톱을 깎는다. 이 같은 정순왕후의 도 넘은 맹랑함과 이런 모습에도 끄떡없는 정조의 꼿꼿함이 가히 볼만하다.

캐릭터에 대한 친절한 설명은 계속 이어진다. 살수(조정석)와 상책(정재영)의 눈물겹게 혹독했던 어린시절과 그들을 조종한 광인 광백(조재현)의 부수적인 이야기가 계속된다. 여기에 살수와 침방나인 월혜(정은채)의 멜로까지 더해져 영화는 점점 길게 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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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24시간이 굉장히 길게 느껴지는 이유도 바로 캐릭터들에 대한 이재규 감독의 애착이 상당히 컸기 때문이다. 이곳저곳 배치한 캐릭터들의 관계와 각자의 사연이 영화의 몰입도를 저하시킨다. 정조의 암살과 관련 피 튀기는 격투와 긴박감 넘치는 짜릿함을 기대했다면, 잠시 마음을 내려놓는 게 좋겠다.

'역린'의 진정한 재미는 극 후반부에 감상할 수 있다. 쏟아지는 폭우 속 정조를 노리는 살수의 이글거리는 눈빛과 그런 살수를 향해 침착하게 활을 당기는 정조의 모습이 긴박함을 고스란히 담아낸 빠른 카메라 앵글로 표현된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관상'등을 찍은 고락선 촬영감독의 훌륭한 촬영법이 가히 돋보인다.

또 배우들의 연기력 역시 흠잡을 데는 없지만, 완벽한 조화를 이루지는 못했다. 따로 놓고 보면 훌륭한 배우들이지만 그만큼의 시너지효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정재영과 조정석의 명연기는 '역린'에서도 제대로 빛났다.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한 현빈은 결코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정조를 깊은 내면연기로 표현했다. 흔들림 없는 중저음의 목소리와 근엄한 표정으로 왕의 아픔과 외로움, 그리고 내면에 숨겨진 따뜻한 인품을 그려냈다. 관객들을 압도할 만한 카리스마는 조금 부족했으나, 이 영화를 위해 쏟아 부은 노력은 짐작할 수 있다.

인물들의 심리묘사와 설명에 치우친 전개가 아닌, 정조와 그를 둘러싼 갈등과 싸움에 중점을 뒀다면 더욱 완벽한 작품이 탄생됐을 것 같다. 러닝타임 135분. 4월 30일 개봉.

[티브이데일리 양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역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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