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 윤복인 "항상 선한 역할? 뒤통수 치는 역도 하고파"[인터뷰]
2014. 05.19(월) 11:59
밀회 윤복인 인터뷰
밀회 윤복인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조해진 기자] 청바지에 흰색 와이셔츠와 운동화. 배우 윤복인은 인터뷰를 위해 한 껏 여성스럽게 옷을 입고 오는 여타와는 달리 편안한 차림이었다. 소탈하면서도 솔직하고 자유로운 그의 성향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지난 13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드라마 '밀회'(극본 정성주, 연출 안판석)는 주연들의 연기 못지 않게 조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그 중에는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걷고 있는 배우 윤복인이 있었다.

대중적인 방송 배우들과 달리 연극배우로서의 활동하는 윤복인은 포털사이트 검색에도 자세한 프로필이 나오지 않아 간략히 소개를 부탁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1969년 생이에요. 나이를 얘기하려니 딱 떠오르지 않네요. 시간이 지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나이가 무의미해지는 것 같아요. 미혼이고,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연기를 시작해서 30년 가까이 연기만 했네요. 90년도에 서울에 올라와서 현대극단이라는 뮤지컬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했어요. 하지만 뮤지컬을 하려면 노래를 잘 해야하는데 잘 되지 않아서 맨날 춤만 추곤 했죠. 극단 창단 멤버로 있다가 지금은 프리하게 생활하고 있어요."

◆ '밀회' 속 김희애의 친구, 박종훈의 아내 윤복인.

윤복인은 '밀회'에서 주인공 오혜원(김희애)의 절친이자 서한대학교 피아노 교수 조인서(박종훈)의 아내 윤지수 역을 맡았다.

윤지수는 오혜원이 이선재(유아인)와 사랑하게 되자 "이제 그만 멈추라"고 따끔한 한 마디를 하면서도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는 친구의 마음을 파악하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끝까지 비밀을 지켜주며 진정한 우정을 보여줬다.

그는 실제 자신의 성격대로라면 불륜을 저지르는 친구에게 단호히 "그러지 말라"고 말하겠지만 '밀회' 속 혜원과 선재를 보고 있으면 두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재가 혜원이네 집에 갔을 때 선재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을 보고는 혜원이 선재를 왜 사랑하게 됐는지가 느껴졌어요. 선재는 혜원이 20살에 할 수 없었던 무모함과 열정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이 바라던 것을 하고 있었으니 혜원의 입장에서는 반할 수 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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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한 '밀회'를 가지는 혜원과 선재, 대놓고 불륜을 즐기는 서필원(김용건) 회장 일가를 비롯해 서로 자신의 이득을 얻기 위해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음모가 판치는 곳에서도 윤지수는 남편 조인서와 함께 명예와 부에 대한 욕심없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극 중 유일하게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커플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그렇게 봐주셨다니 감사하다. 솔직히 극 중 우리 부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극 중 우리 부부는 우리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해서 그런지 자꾸 혜원과 선재를 바라보게 되더라"면서 "상대적으로 우리 부부는 평민으로 사는 모습이었다. 상류층의 사회보다 우리 부부의 모습이 안정적으로 편안하게 보였다면 일반적인 소시민들이 우리 모습에서 위안을 얻었기 때문 아닐까"라며 웃음지었다.

극 중 윤지수와 조인서는 분명 선량한 일반 시민으로 살고 있지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친한 친구들이 온갖 비리에 몸을 담그는 것을 방관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극 중 윤지수와 혼연일체가 된 듯 자연스러웠던 윤복인의 생각이 궁금했다.

"비리는 그들의 몫이기도 하고, 지수가 나서서 그들의 인생을 살아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그럴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만약 내 자식이 그랬다면 경찰서라도 데려가고 매를 들었을 테지만 친구인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그냥 끝까지 지켜봐주는 것 아닐까요. 그들이 알아서 돌아와주길 바랄 수 밖에요."

'밀회' 속에서 상류층과 가까운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몇없는 '착한' 인물 윤지수. 윤복인은 '밀회' 전 촬영했던 '세계의 끝'에서도 질병관리 본부 감염병 관리센터장인 박주희 역을 맡아 선한 인물을 대변했다.

이에 대해 그는 "제 인격 자체가 선하다"라고 너스레를 떨다가 이내 "솔직히 어렸을 때에는 사람들이 저보고 날카롭게 생겨서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흘릴 거 같고, 날라리 혹은 독한 사람일 것 같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고개도 빳빳하게 다니고 연기도 그런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이를 먹으면 둥글어지나보다. '이런들 어떠하리' '그래그래' 이렇게 생각을 해버리니까 제 얼굴도 착해보이는 인상으로 달라졌나보다"라며 "아마 방송 연기를 아직 덜 자유롭게 해서 선한 이미지가 많이 나왔던 거 같다. 다음에 방송연기를 한다면 약간 히스테릭한 노처녀 직장 여상사 같은 캐릭터나 착한 것 같았지만 뒤통수를 치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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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밀회'의 윤지수로 돌아가서, 아직 미혼인 윤복인에게 부부 연기는 어색하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그는 "배역에 미리 선을 긋는 것은 위험한 것 같다"면서 "선을 그어버리면 내가 부부가 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을 자꾸 꾸미려고 하게 된다. 꾸미려고 하면 연기에 굉장히 방해가 된다. 부부라고 해도 오래산 부부들은 타인처럼 살기도 하지 않나.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은 것 같다"며 스스로를 믿고 연기했기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고 베테랑 연기자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밀회'에서 윤지수의 남편은 순수예술을 추구하는 피아니스트 조인서. 조인서 역은 실제 피아니스트인 박종훈이 맡았다. '밀회'로 연기에 도전해 함께 부부호흡을 맞춘 박종훈에 대해 윤복인은 "연기를 같이 하기 가장 힘든 사람은 나랑 같이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자기 혼자 돋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라며 "하지만 박 선생님은 조용하시고 차근차근하신 분이어서 함께하기 굉장히 편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현재 싱글인 윤복인. 극 중에서만 부부가 아닌 실제 결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결혼은 아직 별로다"라며 "가끔 결혼이 하고 싶기도 하지만 '내가 시댁 식구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결혼은 하게 되면 하는 거 같다. 그래도 늘그막에 혼자 사는 건 썰렁하니까 누구랑 같이 살아도 좋을 것 같다"고 혼자인 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 '안판석 사단'의 윤복인. 연극과 방송 사이.

윤복인은 안판석 감독이 제작한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배우들을 지칭하는 '안판석 사단'이기도 하다. 백지원, 장소연, 양민영, 길해연, 허정도 등의 배우들로 구성된 '안판석 사단'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인상깊은 연기로 극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이들의 공통사항은 주로 연극배우 출신이라는 점.

그는 촬영 현장을 갈 때마다 "연극연습을 하러 가는 것 같았다"면서 "현장 분위기도 그렇고 배우들도 대학로에서 보던 배우들이어서 오랜만에 명절날 가족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족들을 만나서 노는 거 같아 좋았다"고 편안했던 '밀회'의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연극 무대에 오른 윤복인. 그에게 연극 연기와 방송 연기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연극연기와 방송연기는 굉장히 다르다"면서 "한 달에서 두 달 반 가량을 연습해 연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으로 가는 연극과 달리, 방송연기는 상황에 따라 앞 뒤 장면을 따로따로 찍기 때문에 어디부터 시작하고 어느 정도까지 연기를 해야하는지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솔직히 방송연기가 처음 들어와서 하러 갈 때는 약간 얕보기도 했는데 해보니까 방송연기 경험도 굉장히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도 안판석 감독님은 배우에게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해줄게' 이런 편이셔서 조금이나마 편하게 할 수 있었죠."

방송연기는 아직도 헷갈리는 부분이 많아 오히려 연극보다 어려운 점이 있다는 윤복인. 왜 진작에 방송연기를 많이 하지 않았을까. 그는 "어릴 때 영화를 찍으러 간 적이 있었는데 당시 현장에서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연극 무대는 처음부터 배우가 가져가는 힘이 있는데 영화는 감독님이 하라는대로 하니 신경을 안 쓰게 되더라"고 연극에 더 몰입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방송연기보다 연극연기에 더 흥미를 느꼈지만, 그는 황인뢰 감독과 함께한 작품에서 처음으로 방송연기가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안판석 감독을 만나고 나서는 방송연기에도 재미를 느끼게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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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을 지속적으로 캐스팅해준 안판석 감독에 대해 "스승님 같은 분"이라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윤복인과 안판석 PD의 인연은 윤복인이 연극 연출에 도전하면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당시에 이뤄졌다. 캐스팅 디렉터의 단역 출연 연락에 연출 제작비를 보태고자 수락한 작품 '아내의 자격'에서 처음 만난 것.

그는 "안판석 감독님은 대학을 나오지 않아 스승이 없던 저에게 함께 의논하고 조언받을 수 있는 스승같은 분이었다"면서 "사실 그 때 연기를, 연극을 떠나야할까 생각도 했지만 감독님을 만나 또 하게 된 것 같다. 40대 후반에 이런 스승님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연기를 사랑하고 연극을 사랑했던 배우 윤복인. 하지만 연극 시장이 그리 발달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연극 연기로 경제적인 비용을 충당하기는 힘든 것도 사실이다. 조심스럽게 연극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지 않았는지 물었다.

"속직히 연극을 하면 경제적인 여건은 힘들죠. 하지만 전 어려서부터 없이 살아서 그런지 돈이 없는게 힘들다는 생각은 안 해요. 대신 작품이 없을 때 잠깐씩 아르바이트를 하죠. 그러고보니 정말 다양한 일들을 했어요. 길거리에서 떡볶이 장사도 하고, 악세사리를 팔기도 하고, 식당이나 다방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공장일을 하기도 했네요. 안 해본 일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고생스럽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원래 일을 하면 힘들다는 생각을 안 하는 타입이에요. 저에게 힘든 일이라는 건 연기 작업을 할 때 배우와 연출이 저와 마음이 맞지 않는 상황 뿐이에요. 그 밖에 다른 일들로 마음 고생을 하고 싶진 않아요."

단단하고 강인한 면모가 엿보이는 대답이었다. 이에 방송출연을 하게되면 생활이 나아지지 않느냐고 묻자 "당연히 도움이 된다. '세계의 끝'을 하면서 그 해 하반기를 먹고 살 수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도"라며 "지난해부터 돈의 맛을 본 것 같다. 그러니까 아르바이트가 너무 하기가 싫어지더라. 다행히 얼마 되지 않아 연극도 하게 되고 드라마도 하게 됐다"고 방송 출연이 경제적으로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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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윤복인, 그리고...

인터뷰 내내 여성적인 면모보다는 솔직하고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줬던 윤복인. 그의 취미나 특기가 궁금했다.

이에 "음식하는 거 좋아하고, 뜨게질을 좋아한다"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그는 이러한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웃었다.

"사람들이 저보고 이상하다고 해요. 대학로 소문에서는 제가 예민하기 때문에 살도 안 찌고 독하고 무섭다고 하는데 막상 만나보면 의외로 여성스럽거든요. 사람들이 저를 보고나면 희한하다고 말하곤 해요."

그는 '밀회'를 촬영하면서 정말 고생을 많이 한 스태프들이 안쓰러워 종영할 때 뜨게질로 모자를 떠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극을 동시에 하게 되면서 많은 스태프들에게 떠주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70명 다 떠주고 싶었는데, 다 해주지 못해서 속상하네요."

이에 특기도 요리와 뜨게질이냐고 묻자 그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잘 하는 건 특별히 없는데 그 중에 밥하고 국, 나물 요리는 좀 잘 하는 것 같다"고 웃으면서 "'밀회' 종방연 때 노래방을 갔는데 다른 배우들을 보니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더라. 그래도 내가 배우인데 뭐 하나 잘 해야하는 걸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 생각이 들었다"고 특기 개발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연기뿐만 아니라 다른 것을 잘 하는 비슷한 나이의 여배우들을 보면 질투가 나지 않을까. 그는 "어려서부터 질투가 별로 없었다"면서 "옛날에 욕심과 집착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내가 무언가를 하기 위해 집착을 가지면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열정을 가지고 하자고 생각해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누가 어떤 걸 잘한다면 '진짜 잘한다' '부럽다' '나도 저렇게 해봤으면' 정도의 생각을 한다. 질투심이 없어서 이렇게 사는지도 모르겠다"면서 "약간의 질투도 하면서 더 앞으로 나가고 해야하는데 그런게 약간 모자란가 싶기도 하다.(웃음)"라고 덧붙였다.

윤복인이 연기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세상을 아름답게 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단단해 보였던 그도 힘들었던 것은 부인할 수가 없었다.

"다들 나 자신에게 적응하지 못하는 시기가 있잖아요. 그래도 전 연극을 하면서 나를 적응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보면 배우로서의 사명감이 생기게 되고 '세상을 바꿔야지' 라는 원대한 꿈이 생겨요. 이 시기가 좀 더 지나면 '난 아무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단 한 명의 관객이라도 공감을 이룰 수 있다면, 나 하나와 누구 하나 둘이만이라도 만나서 조그만 변화가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돼요."

무엇이든 작은 변화가 시작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윤복인. 그는 마지막으로 연기를 하기 위해 '연기하지 말자'고 생각한다는 자연스러운 연기의 비법을 밝혔다.

"목표는 '연기하지 말자'에요. 연기를 하다보면 배우로서 욕심이 생기는데 내가 잘 해볼까 하면 정말 쓸데없는 짓을 하게 되거든요. '연기하지 말자' 그 생각을 되뇌이면서 촬영장을 갔어요. 감독님과 대본, 그리고 나를 믿으면 엄한 짓을 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티브이데일리 조해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 '밀회' '세계의 끝' 스틸컷, JT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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