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사랑’도 핏빛 드라마, 걸핏하면 살인 여전한 ‘살인의 추억’
2014. 06.23(월)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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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상길의 연예퍼즐] 지난 주말 밤 안방극장은 온통 핏빛으로 물들었다. 새로 시작한 드라마도, 마지막 회가 방송된 드라마에서도 사람들이 살해됐다. 드라마는 살인으로 시작하고 또 끝장을 보았다. ‘살인의 추억’은 여전하다.

21일 밤 첫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끝없는 사랑’은 서인애(황정음)의 친모(임주은)와 경자(신은정)의 딸이 살해된 현장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한광훈(류수영)의 아버지 한갑수(맹상훈)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채 바다에 버려진 장면으로 끝난다.

같은 날 최종회를 방송한 케이블TV tvN 금토드라마 ‘갑동이’에서는 류태오(이준)가 차도혁(정인기)의 사주를 받은 킬러로부터 수차례 칼에 찔려 숨을 거두는 모습이 그려졌다.

드라마가 끝난 시각, 탐사 저널리즘 프로그램인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한 여대생의 사망사건을 다루었다. 또 밤 뉴스에서는 GOP(General Outpost, 一般前哨)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이 톱뉴스로 보도됐다. 방송을 통해 본 가상 세계는 물론 현실에서도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만큼이나 하찮게 여겨지는 세상이다.

안방극장은 ‘누가 더 잔인하고 비열하게 사람을 죽이느냐’를 시합하는 분위기다. 세월호 참사로 가뜩이나 사람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인명경시 풍조가 만연한 때여서, 방송의 살인 소재 프로그램과 관련해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방송중인 드라마 중 상당 작품도 이유 모를 죽음이나, 억울한 살인을 드라마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이나 사필귀정(事必歸正)을 결말로 두고 진행 중이라지만 세상 돌아가는 품새로 미루어 정도가 지나치다는 우려의 소리가 크다.

SBS 월화드라마 ‘닥터 이방인’의 경우 박훈(이종석)의 아버지(김상중)의 죽음을 통해 탈북 의사 캐릭터를 설정하고 있다. MBC 주말드라마 ‘호텔킹’는 아모네(이다해) 아버지의 의문의 죽음을 이야기의 발단으로 삼고 있다.

드라마에서 이처럼 ‘살인’이 스토리텔링의 기둥으로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TV는 ‘사회의 거울’이라는데, 세월호 참사 같은 끔찍한 만행에서 보듯이 인명경시 풍조가 만연한 탓인가, 시청률 지상주의에 매몰된 제작진의 막장 선택의 산물인가.

여전히 ‘TV드라마가 시청자의, 특히 청소년의 감정 조절과 행동 심리에 영향을 준다’는 사회심리학적 분석은 유효하다.

최근 인천의 한 시민단체 청소년교실에서 실시하고 있는 ‘역할극’의 대본을 보면, 미운 친구를 “죽여 버리고 싶다”는 대사가 나온다. 지도 교사는 “아무리 미워도 친구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타이른다. 이에 학생은 “TV드라마를 보니까 그렇게 하더라”고 대답한다. 서로의 역할을 바꾸어 역지사지의 지혜를 배우자는 의도에서 시작된 역할극이다. 이처럼 드라마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심대하다.

드라마 제작진이 ‘살인’ 소재를 즐겨 선택하는 것은 갈등의 촉매제로 ‘살인’만한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삶과 죽음’ 보다 더 큰 갈등은 없다. 오죽하면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햄릿의 대사가 무대에서 최고의 명대사로 전해져 내려올까. 따라서 제작진에게 있어 ‘살인’ 소재 선택은 필요악일 수 있다. 문제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데 있다.

드라마의 스토리텔링에는 정답은 없다. 스토리텔링의 두 기둥은 캐릭터와 플롯이다. 누구도 소재의 좋고 나쁨, 혹은 옳고 그름이라는 이분법으로 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TV드라마의 내용은 사람들에게 널리 보이거나 읽히는 이야기이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건강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있고, 그것을 자연스럽고 의미 있는 상태로 세상에 내놓아야 한다. 물론 대부분의 드라마가 ‘권선징악’, ‘사필귀정’으로 결말지지만, 결말이 ‘선’이라고 해서 진행의 ‘악’이 덮여지지는 않는다.

드라마 제작진은 알베르 까뮈의 소설 ‘이방인’에서 탈출구를 찾는 느낌이다. ‘이방인’에서 평범한 샐러리맨인 뫼르소는 바닷가에서 권총으로 사람을 죽이고 그 이유를 “태양빛이 너무 뜨거워서”라고 설명한다. 평범한 서민들마저 이방인이 되어 버린 세상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방인’의 살인은 외형상 ‘묻지 마 살인’이다. 하지만 ‘이방인’에서는 살인에 이르는 과정을 복잡다기한 사회 현상에서 규명하려고 논리적 구성을 스토리텔링의 플롯으로 삼았다. 반면 요즘의 살인 소재 드라마는 ‘태양빛이 너무 뜨거워서’만 부각시켜, 한 개인의 편의를 위해 인명을 살상하는 가벼움으로 가득 차 있다. 최근에 종영된 KBS2 수목드라마 ‘골든크로스’가 대표적이다.

케케묵은 지적이지만, ‘묻지 마 살인’ 같은 인명경시 풍조의 심화에서 TV드라마는 자유롭지 못하다.

사회현상을 해석하는 방법은 대체로 두 가지 관점으로 분류된다. 갈등론과 기능론이다. 드라마는 사회현상을 갈등론의 입장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기능론의 입장도 고려하여야 한다. 갈등론은 변동, 갈등, 마찰, 혼란 등의 부정적 측면이 강하고, 기능론은 안정, 유지, 화합, 조화 등의 긍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지금까지의 드라마의 ‘살인’ 소재 선택은 시청률을 앞세운 갈등론의 입장이 설득력이 강하고 방송 전반에 퍼져있었지만 이제는 기능론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져야 한다. 현실 사회와 인간의 본성을 성찰하고 현실 사회를 투영한다는 드라마 본연의 기능을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교훈과 과제를 성찰해야할 때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상길 편집위원 news@tvdaily.co.kr / 사진=‘끝없는 사랑’ 화면 캡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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