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영화의 전설을 다시 본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홍콩영화’ 특별전
2014. 07.28(월)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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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철중 기자] 한때 한국 사람들은 홍콩영화와 지독한 사랑에 빠졌었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196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30년 가까이 우리나라 극장가를 홍콩영화가 점령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외팔이 검객으로 유명했던 왕우의 60년대 무협영화에서, 이소룡 성룡의 70년대 무술영화, 주윤발로 대표되는 홍콩 느와르, 왕조현과 임청하를 내세운 SF무협물의 80년대, 주성치를 앞세운 코믹물, 이연걸 곽부성 등이 활약한 90년대 역사물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영화 관객들은 홍콩영화 신드롬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이소룡의 줄무늬 노란색 트레이닝복은 지금도 인터넷 쇼핑몰의 여전한 인기 주문복이고, 성룡의 ‘취권’으로 한때 젊은이들은 술을 한잔 마셨다 하면 거리에서 비틀거리며 주먹질을 해대는 놀이를 즐기고는 했다. 주윤발의 롱코트가 유행처럼 번지고, 그의 성냥개비 연기는 초등학생까지 따라할 정도로 유행으로 번졌다.

홍콩 영화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자 한때 정부 당국이 나서 홍콩영화 수입 규제에 나설 정도였다. 마치 오늘날 중국 정부가 한국 영화나 TV드라마에 대해 수입 규제를 하는 것과 다름 아니었다. 상황이 바뀐 셈이다.

상황이 바뀐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홍콩 영화가 정체 상태에 있었던 데 비해 한국 영화의 발전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랐던 탓이다. 결국 30년 가까이 한국 극장가의 제왕이었던 홍콩 영화의 인기는 1990년대 후반 들어 시들해졌다.

홍콩 영화의 기본 코드는 액션이다. 무술 무협 영화는 물론이고, 코믹물 SF물에 이르기까지 액션은 늘 기둥 줄거리였다. 실제로 전성기 때 홍콩 영화 산업은 액션영화의 열풍을 일으켰고, 새로운 시장의 요구에 맞춘 국제적인 장르와 스타코드를 창출해냈다.

홍콩영화의 몰락에 대해 한양대 김진영 교수(중국문제연구소)는 지난해 그의 논문 ‘중국 반환 이후 홍콩 영화산업의 변화’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액션영화가 홍콩영화의 호황을 일으켰지만 동시에 스타액션 장르의 영화만 잘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기도 했다. 따라서 소수의 스타에게 편중된 영웅·액션영화가 대량 생산 되었고, 당연히 영화의 질이 떨어졌다.”

이런 현상은 ‘홍콩영화는 수준 낮은 상업영화’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홍콩 영화산업이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것이 김 교수의 분석이다.

창의적 장르 개발에 소홀한 홍콩 영화계의 게으름 못지않게 당시 홍콩의 정치사회적 환경 변화도 홍콩영화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영국은 1997년 7월 1일 자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을 중국에 정식 반환한다. 이 시기를 전후해 홍콩의 사회경제가 혼란해지기 시작했고 영화산업 역시 혼란에 빠진다. 홍콩의 많은 영화인들이 미국이나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갔고, 투자자들도 홍콩 영화산업이 불안해질 것을 염려하여 투자를 꺼렸다.

홍콩 영화산업이 하락세를 타자, 홍콩 영화시장은 외국 작품이 차지하기 시작했고, 이때를 시작으로 한국에서의 홍콩영화 인기도 급격히 떨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홍콩영화의 인기가 기억 저편에 있다고는 해도 중장년 세대는 물론 영화 마니아들에게 홍콩영화에 대한 추억은 여전히 열정적이고, 소중하다. 명작과 스타를 보기 위해 DVD를 수집하고, 케이블TV 채널과 IPTV을 통해 그 시절 작품을 섭렵한다.

이런 때에 한국영상자료원이 마련한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홍콩영화’ 특별 상영회는 홍콩영화 팬들에게는 반가운 기회다.

한국영상자료원은 7월 29일부터 8월 14일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시네마테크KOFA 1관’에서 홍콩영화의 전설이 된 작품 22편을 공개 상영한다.

이소룡 주연 영화로는 ‘당산대형’(1971)과 ‘정무문’(1972)이 상영된다. 이소룡은 1973년 7월 뇌부종 치료제의 과다 투여에 따른 부작용으로 32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이번 상영작 외에도 ‘맹룡과강’, ‘용쟁호투’ 등을 남겼다.

80, 90년대 홍콩영화의 투톱 유덕화와 주윤발의 영화 역시 이번 상영회의 주요 작품으로 관객을 만난다. 유덕화 주연의 ‘열혈남아’(1989), ‘천장지구’(1990)가 상영되고, 2005년 작품인 ‘동몽기연’도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홍콩영화 전설의 대표작 ‘영웅본색’은 1~3편 모두 상영, 주윤발의 전성기 활약을 확인할 수 있다. 주윤발 주연 영화 ‘첩혈쌍웅’(1989)도 명단에 물론 포함되어 있다.

2003년 4월 1일 만우절 날 홍콩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24층에서 의문의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한 장국영의 작품도 빼놓지 않고 상영된다. ‘아비정전’(1990), ‘백발마녀전’(1993)에서 그의 생전 모습을 보는 아련함도 기다린다.

이밖에 양조위 장학우의 ‘첩혈가두’(1990), 이연걸 임청하의 ‘동방불패’(1992), 여명 오천련의 ‘반생연’도 상영된다. 가장 최근작으로는 양조위 장쯔이 주연영화 ‘일대종사’(2013)가 선보인다.

[티브이데일리 윤철중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웅본색2’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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