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선택권을 빼앗았다면 '독과점'이다
2014. 08.12(화)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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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윤겸의 블로우업] 올 여름 연예가 최대의 이슈는 영화 ‘명량’의 흥행질주다. 12일 기준 1130만의 관객을 동원한 ‘명량’은 역대 한국영화 최단 기간 1000만 돌파 등 여러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명량’의 흥행 돌풍 이면에는 논란도 자리한다. 바로 스크린 독과점 문제다. 여전히 약 1200개의 스크린에서 상영 중인 ‘명량’은 박스오피스 2위인 ‘해적’의 스크린 수에 비해 400개 이상으로 많고 3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비해 3배에 가까운 스크린 수를 확보하고 있다.

‘명량’에 제기된 독과점 문제는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는 ‘명량’이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근거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명량’은 좌석 점유율 80%에 육박하고 있으며 예매율 또한 50%를 넘어서고 있다. 즉 여전히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관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는 점은 ‘명량’이 독과점 멍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실이 된다. 수요가 높으니 당연히 공급도 대량화 된다는 논리다. 자본주의적 시각에서 봤을 때 이 역시 타당한 관점이다.

하지만 독과점을 규정하는 데 있어서 고려돼야 하는 우선 사항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가의 문제다. 수요가 많다고 해서 특정 재화가 시장을 지배했을 때 소비자는 다양한 상품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박탈당한다. 이는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충족감을 얻을 수 있는 구매의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다.

분명 ‘명량’은 현재 많은 관객들이 선호하고 있기는 하지만 모두가 충족감을 얻을 수 있는 ‘문화 상품’라 보기는 어렵다. 어떤 관객은 사극이나 전쟁물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관객들은 보고 싶은 영화를 미리 선택해서 극장을 가는 사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당수 관객들은 극장에 가서 영화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에 있어서 극장 스크린 대부분이 ‘명량’에 할애돼 있고 여타의 영화들은 교차 상영 등으로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면 어쩔 수 없이 ‘명량’을 보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물론 ‘명량’이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맞지만 이같은 흥행세 뒤에는 스크린 선점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선택도 더해졌다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최근 각종 포털사이트나 커뮤니티에는 상영시간 때문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보지 못했다는 경험담도 자주 등장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최근 인기가 높은 마블 히어로즈 계열의 영화임에도 국내에서는 캐릭터들의 낮은 인지도 때문에 북미와는 달리 흥행에 부진했다. 최근 영화를 본 관객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으나 대부분의 극장에는 이른 오전이나 심야시간대로 교차 상영하고 있어 관람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부분의 상업영화들은 멀티플렉스를 기반으로 한 물량공세로 개봉 1~2주 안에 흥행여부가 결정된다. 하지만 어떤 영화들은 입소문을 타고 서서히 관객들이 몰리는 방식으로 흥행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특히 저예산 영화나 로맨스, 스릴러 등 특정 장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런 작품들이 한 영화의 스크린 독점으로 인해 흥행의 기회조차 잃어버린다면 이에 대한 피해는 결국 관객과 영화계 모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점유율이 높기 때문에 ‘명량’이 독과점이 아니라는 시각은 지극히 신자유주의적인 관점이다. 게다가 투자와 배급, 극장까지 특정회사가 독점하는 시스템에서 단순히 많은 관객이 몰린다고 독점이 아니라는 것은 아이러니다. 문화콘텐츠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다.

[티브이데일리 김윤겸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 ‘명량’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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