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킹키부츠' 화려한 하이힐 속 감춰진 성장 스토리
2014. 12.25(목) 17:10
뮤지컬 킹키부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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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무대 위에서 남자 배우들이 화장을 하고 하이힐을 신는 모습은 더 이상 새롭거나 낯선 풍경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여장남자'는 대한민국 뮤지컬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였다. 2004년 뮤지컬 '헤드윅' 초연의 성공에 이어 '라카지', '프리실라' 등 드랙퀸과 트랜스젠더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들이 속속 등장했다. 여자보다도 더 여자 같은 수많은 화려한 남장여자들이 무대를 거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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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키부츠'는 지난 2013년 3월 브로드웨이에서 초연을 가진 후 1년 반만에 한국을 찾았다. 1980년대 영국 노스햄프턴, 주변 공장들이 줄줄이 망해가던 그곳에서 스티브 팻맨은 남성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강철 굽을 가진 하이힐을 개발해 새롭게 일어섰다. 그의 성공 실화가 지난 2006년 영화로 제작됐고, 뮤지컬 '킹키부츠'는 이 영화를 바탕으로 태어났다.

'킹키부츠'에도 화려한 의상과 엄청난 각선미를 자랑하는 드랙퀸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킹키부츠'는 마냥 화려하기 만한 쇼가 아니다. 화려한 포스터와 광고 문구와는 달리 이 작품의 진짜 묘미는 인물들의 성장 스토리에 있기 때문이다.

몇 대를 이어가며 구두 공장을 지켜온 집안의 아들로 태어난 찰리와 권투 선수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난 롤라는 남성용 부츠를 만들기 위해 하나가 된다. 찰리와 롤라는 각자의 아버지를 이해하고, 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에서 이들이 거쳐가는 여러 에피소드들은 성 소수자들의 아픔을 재치있게 표현해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준다.

여기에 더해 신나는 하이라이트 장면 또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섹스 이즈 인더 힐(Sex Is In The Heel)', '함께 외쳐봐 YEAH(Everybody Say YEAH)' 같은 노래들은 캐릭터의 매력을 십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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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키부츠'의 모든 음악은 1980년대를 주름 잡았던 디바 신디 로퍼의 작품이다. 관객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댄스곡과 감성을 자극하는 발라드는 인물들의 감정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한다. 안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구두 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 모두가 함께 춤추는 '함께 외쳐봐 YEAH' 장면과 피날레를 장식하는 화려한 런웨이는 관객들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6명의 드랙퀸, 엔젤들의 군무가 더해지면서 무대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특히 케이블TV Mnet '댄싱9' 시즌 1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한선천은 남다른 춤 실력과 빼어난 몸매로 관객들을 홀린다.

롤라 역의 오만석은 소위 '끼'가 넘치는 드랙퀸 역할을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소화한다. 그는 '랜드 오브 롤라(Land of Lola)'를 부르며 화려하게 무대 위로 등장했고, 요염한 몸짓으로 관객들을 홀렸다. 또한 오만석은 롤라가 아버지에 얽힌 아픈 가정사를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도 발군의 연기력으로 객석의 공감을 자아냈다.

엄청난 가창력의 소유자 정선아는 로렌 역을 맡았다. 정선아는 유일한 솔로곡 '연애의 흑역사(The History of Wrong Guys)'에서 독보적인 푼수 연기를 펼치며 대체 불가능한 배우임을 입증했다.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돈 역할의 고창석 역시 신스틸러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 무대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관객의 시선을 끌어가는 고창석은 마초남 돈에 딱 맞는 연기를 펼쳐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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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작품의 플롯이 단순했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위기를 극복하며 성공해 가는 스토리는 이제 어느 뮤지컬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내가 왜 디자이너가 돼야 해?"라며 마뜩잖은 태도를 보이던 롤라는 어느 순간 이유 없이 찰리의 최고의 조력자가 돼 있고, 여기에 더해진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 그 빈자리를 채우는 또 다른 사랑과 새로운 미래는 클리셰의 정석이다.

군 제대 이후 처음으로 무대에 서는 찰리 역의 김무열은 아직 몸이 풀리지 않은 듯 보였다.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폭발시키는 장면에서는 객석을 눈물짓게 하는 연기력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노래에 있어서는 감을 되찾지 못했다. '스텝 원(Step One)' 등 찰리가 홀로 이끌어 가야 하는 노래들의 고음은 무척이나 위태로웠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내년 2월 22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신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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