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 "'펀치'와 '정도전', 현실에 맞선 나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 [인터뷰]
2015. 02.11(수)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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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옥상에 자리 잡은 10평 남짓의 아늑한 개인 공간에서 펠릿난로에 땔감을 넣으며 점잖은 어조로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는 배우 조재현을 만났다. 대뜸 "맛있는 고구마 잡숴보세요"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선 배우이기 앞서 동네 아저씨 같은 소탈함이 보였다.

조재현은 종영을 앞둔 SBS 월화드라마 '펀치'(극본 박경수ㆍ연출 이명우)에서 화통한 성격과 억센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야망 가득한 검찰총장 역 이태준을 소화했다. 충분히 미움 받을 수 있는 악역이지만, 친근함이 더욱 묻어나는 건 왜일까. 이는 조재현과의 몇 마디 대화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날씨가 춥지요? 여긴 제가 연극 리딩도 하고 쉬기도 하는 개인 사무실이에요. 아! 그리고 저기 보이는 건 제가 직접 그린 그림이에요. 아이고마. 그런데 드라마 시작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 촬영을 하지 걱정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렸네요. 허허허."

'펀치'는 정글 같은 세상을 상처투성이로 살아낸 한 검사의 핏빛 참회록으로,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두 남녀가 운명을 걸었던 평생의 동지를 상대하며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자칫 '검찰' '검사'라는 어려운 소재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얻지 못할 수도 있었지만, '조재현'이라는 배우가 있기에 시청자들은 의심치 않았다.

조재현은 "'검찰'이라는 무거운 주제와 이야기를 그대로 옮겼으면 굉장히 칙칙한 드라마였을 것이다. 하지만 강약조절을 제대로 했다. 여기서 강은 '오버'다. 실제보다 더 크고 웅장하고 현대식으로 배경을 만들었다. 이에 시청자들은 '저 자리에 가려고 용을 쓰는구나'라며 공감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드라마가 경쾌해졌다"면서 "내 역할 역시 변화무쌍했지만, '실제 이 인물은 이랬을 거야'가 아니라 드라마 속의 인물로 자연스럽게 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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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현이 생각하는 이태준은 이른바 '매력적인 악역'이었다. 자기 자신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인물. 그게 이태준의 매력이라는 것이다.

그는 "물론 하는 행동은 나쁘지만, 드라마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태준의 배경을 충분히 깔아놨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살던 마을도 없어졌다. 그리고 힘들게 사법고시를 통과해 검사가 됐다. 주변에서는 '너 같은 놈은 성공 못 한다'고 하지만, 그는 오로지 '성공해야겠다'는 일념 하에 살아간다.

다른 악역과 다른 점은 나쁜 짓을 하면서도 그것을 이태준 본인도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환(김래원)이한테도 "함께 감옥에서 남은 생을 보내자" "지옥 가서 먼저 기다리라"라고 한다. 이렇게 알면서도 꿋꿋이 자기 길을 가는 이태준이라는 캐릭터는 충분히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피력했다.

"펀치는 대본이 '머리로 쓰고 맞춰 놓은 대사'가 아니라 '가슴에서 쓴 대사'라서 금방 외워졌어요. 대본이 나오면 반은 외울 정도였으니까요. 그만큼 대본이 아니더라도 '이태준은 이렇게 얘기했을 거야'라고 저절로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조재현은 이태준을 연기하면서 능청스러운 경상도 사투리 연기로 대중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조재현은 이에 대해 "극 중 이태준이 쓰는 사투리는 경상도 사투리라고도 할 수 없다"며 "그냥 캐릭터를 위한 '이태준 사투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캐릭터에 맞게 사투리가 동반된 것이지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이태준'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익살스러운 사투리만큼 큰 화제를 불러 모았던 '자장면 먹방'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그는 "덕분에 자장면 집 매출이 많이 올랐다고 들었다. 근데 그것은 '맛있게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랬던 게 아니고 그것 역시 캐릭터의 연장선이었다. '이태준'이라는 사람이 '없이 살았던 사람'이라 그렇게 표현하는 게 맞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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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조재현이 더욱 빛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오른팔과 왼팔이었던 박정환과 박혁권이 뒷받침했기에 가능했다. 조재현은 그런 두 사람의 이름이 나오자 표정부터 달라지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김래원과는 10년 만에 만났고, 박혁권이랑은 처음이었다"면서 "너무 좋은 게, 같이 연기하면 항상 신이 났고, 덩달아 기분도 좋아졌다. 그 배우들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 조재현은 함께해서 좋았던 그들과 경쟁구도를 조성하는 여론을 질책하기도 했다. 그는 "드라마가 잘 되려면 배우들끼리의 경쟁 구도를 만들면 안 된다. 특히 나는 기 싸움이나 대결구도 같은 것을 꼴 보기 싫어한다. 연기는 기 싸움이 아니다. 극 중 서로 싸우는 역할이더라도 그것은 결론적으로 하나의 장면을 만들기 위한 연출이지 대결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싸움을 통해 어느 한쪽은 이겼을지 몰라도 그건 드라마가 망가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드라마는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자신의 신념이 강한 조재현에게 드라마 선택에서의 중요한 잣대는 무엇일까. 그는 작품을 통해 대중들에게 자신의 진솔한 메시지가 전달되길 원했다. 이는 바로 전 작품인 KBS1 대하사극 '정도전'만 봐도 그렇다.

그는 "'정도전'은 이 시대에 사는 우리들한테 고려 말의 난세를 보여줌으로써 고난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그리고 '대한민국에는 이러한 리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 그러한 점에서 '펀치'도 마찬가지다. 물론 가상이고 과장해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실제로 있을 법한 것을 이야기했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보다 나은 세상을 얘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하게 어필했다.

이어 그는 "극 중에서도 이태준은 신하경(김아중)과 딸 예린(김지영)이의 세상에 대해 가끔씩 얘기하는 모습이 나온다. 예린이가 사는 세상은 이러지 않길 바란다는 것, 그게 '정도전'과 '펀치'로만 본 나의 공통된 메시지"라고 말했다.

26년 차 베테랑 배우지만 "아직도 연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조재현에게 이번 작품은 배우의 내공을 한 걸음 더 쌓을 수 있었던 작품이 됐다. 그리고 조재현은 앞으로도 자신으로 하여금 무언가 변화된 세상이 이뤄지길 꿈꿨다. 이는 연기를 사랑하고 배우로서 자부심을 가진 조재현의 열정에서 나오는 바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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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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