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 주지훈 “고생 하는 건 누구 하나만 겪는 일 아니야” [인터뷰]
2015. 05.14(목) 09:02
간신 주지훈 인터뷰
간신 주지훈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배우 주지훈은 대뜸 “몽타주까지 포함해서 128 신을 찍었다”라고 볼멘소리부터 나왔다. 주지훈은 ‘간신’에서 임숭재 역할을 맡았다. 그 스스로도 임숭재에 대해 “모든 인물들을 연결하는 인물”라고 말한 만큼 영화의 전반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누구보다 많은 장면에서 얼굴을 내비친다. 128 신을 강조하며 자신의 힘들었음을 돌려 말한 셈이다.

영화 ‘간신’은 연산군 11년, 1만 미녀를 바쳐 왕을 쥐락펴락하려 했던 희대의 간신들의 치열한 권력 다툼을 그린 작품이다. 주지훈은 극 중 128 신에 나올 만큼 중요한 역할이자 소위 ‘센’ 캐릭터를 순전히 민규동 감독과 개인적인 친분으로 너무나 쉽게 ‘덜컥’ 승낙했다. ‘결혼전야’ 후시 녹음 당시 민규동 감독이 문자로 “다음 작품 같이 할래”라는 말에 시나리오도, 어떤 역할인지도 모른 채 승낙을 한 것이다. 친분만으로 포장을 뜯기 전에 내용을 알 수 없는 선물을 민규동 감독에게 받은 것이다.

어찌 보면 민규동 감독의 신뢰가 아니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주지훈은 이번 작품에서도 철저하게 민규동 감독을 믿고 따랐다. 그는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영화를 찍고 나면 인터뷰가 힘들다”라고 말했다.

영화가 시대상을 반영해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을 다룰 경우 그 인물에 대한 철저한 분석 하에 그 인물이 되야 한다. 그러나 영화적인 선택이 많은 영화일수록 주지훈이라는 배우는 “감독이 원하는 틀” 안에서 움직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물론 주지훈도 나름 수동적인 이유가 있다. 이는 ‘조심성’ 때문이다.

“사극이라는 장르가 감독님이 전하고 싶은 명확한 메시지가 있어요. 현대극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생각한대로 해석을 한다면 감독님의 기획 의도가 벗어날 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어요. 그래서 언론 시사회 때도 내 말 한 마디가 잘못 전달 될까 봐서 긴장을 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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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에서 가장 강렬한 인물이라고 하면 단연 연산군이다. 김강우가 보여주는 광기 어린 연산군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 연산군이라는 인물에게 임숭재라는 인물이 묻혀 버릴 수 있다.

하지만 주지훈은 “김강우가 커피라면 자신은 티”라고 설명했다. 캐릭터 자체가 상이할 뿐 아니라 연산군의 광기는 인물로 표현되고 숭재의 광기는 상황으로 표출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주지훈은 “영화에 광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없다”라며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영화가 숭재의 시선으로 모든 사건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김강우는 언론 시사회 당시 연산군에 대해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는 캐릭터라고 밝혔다. ‘간신’ 속 연산군은 배우에게 흥미로운 작업이라고 생각될 만큼 독특하고 매력적인 인물이다. 주지훈 역시 연산군 캐릭터에 흥미를 느꼈다.

“연산군이라는 캐릭터가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살짝 고민을 했어요. 하지만 준 역할이 아닌 직접 선택한 할 때 짊어져야 할 책임이 너무 커요. 생각이 있으니까 준거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접었어요.”

철저하게 민규동 감독의 기획 의도에 맞추긴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주지훈은 숭재에게 더 큰 상처를 주길 원했다. 그는 “내용이 권선징악으로 갈 것이라면 신체 결함을 통해 ‘잘못하면 벌을 받는다’는 확실한 카타르시스”를 관객이 받기를 원했다.

그래서 숭재의 마지막 모습이 사지가 없는, 팔 하나 다리 하나 없는 모습으로 그려지길 바랐다. 하지만 영화 속 숭재의 마지막 모습이 자신이 바랐던 모습보다 상처가 미약한 듯 한 느낌이 있어서 아쉬움이 남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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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은 ‘나는 왕이로소이다’ 이후 두 번째 사극이다. 하지만 전작은 코미디 요소가 강하고 이번 작품은 정극에 가깝기 때문에 촬영장 분위기부터 달랐다. 그는 “장르마다 분위기가 바뀐다”라며 본능적으로 분위기를 가리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현장 분위기에 대해 “진지할 수 밖에 없었다. 미술적으로도 그렇고 많은 인물들이 필요하니까 바쁜 현장이었다”라며 “그리고 위험한 액션이 많아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가야 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규동 감독이 가벼운 농담은 좋아하지만 한 없이 풀어지는 것이 좋아하는 않은 탓이 컸기 때문이다.

감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주지훈은 ‘을’의 항변을 시작했다. 장난끼가 섞인 말투로 “어떤 감독님과 작업할 때는 긴장을 풀어야 된다고 해서 현장에서 풀어졌는데 다른 감독님과 함께 작업할 때는 집중을 안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라고 토로했다. 말을 그렇게 하지만 좌절하는 듯한 몸짓까지 섞어 가면 열변을 쏟아내는 모습에 장난기가 묻어 있었다.

“고생을 하는 건 누구 하나만 겪는 게 아니에요. 많은 배우들이 기본적으로 고생을 하니까 모든 배우가 가지고 가는 것이에요.”

그렇기에 주지훈은 ‘힘든’ 에피소드보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풀어 냈다. 하지만 정작 풀어낸 에피소드는 남이 듣기에 ‘재미’보다는 ‘힘들었던’ 이야기였다. 그는 “뭔가 해놓으면 변형되는 걸 싫어한다. 아무래도 분장 같은 게 변형이 오면 다시 수정을 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게 싫어서 그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주지훈은 수염을 붙여 놓고 보니 한복 깃에 자꾸 수염이 닿게 됐다. 결국 수염의 변형을 막기 위해 목을 빼고 있는 게 습관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인지를 하고 있지만 고쳐지지 않는 행동이 됐다. 그 결과 주지훈은 “목 디스크가 와서 지금도 고생을 한다”라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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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배우라도 흥행을 바란다. 주지훈 역시 흥행에 목말라 있는 배우다. 하지만 흥행을 처음부터 생각했던 건 아니다. 그러기에는 주지훈에게 여유가 없었다. 그가 흥행을 바라는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하고자 함이다.

“감정 유행도 빨리 바뀌니까 영화가 솔직히 취향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아요. 흥행에 대해서 내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다른 배우보다는 목을 매지 않는 편이에요. 하지만 삶 속에서 느끼는 감정이 있고 이를 통해 하고 싶은 게 있으니까요. 그럴 때 흥행을 한 배우라면 저를 통해 투자가 용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송선미 기자, 수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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