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백야' 강은탁 "박하나 극찬한 꼴통 연기, 비릿한 악역 욕심나" [인터뷰]
2015. 05.16(토) 17:12
압구정 백야 강은탁 인터뷰
압구정 백야 강은탁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이현영 기자] '압구정백야'에서 돈, 명예, 사랑까지 모든 걸 가진 완벽한 남자 장화엄 역으로 여성들의 관심과 남자들의 질투를 한 몸에 받은 배우 강은탁(32, 본명 신슬기). 이번 작품으로 제대로 이름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강은탁은 영화부터 드라마까지 3년 여 동안 쉬지 않고 달렸다. 그는 지칠 법도 하지만 캐릭터 하나 하나에 고민을 거듭하며 자신만의 특별한 결과물을 빚어냈다.

남녀주인공의 운명적인 사랑, 모녀간의 갈등과 용서를 그린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극본 임성한·연출 배한천)는 15일 149회를 마지막회로 7개월의 여정을 마쳤다. 이번 작품이 긴 호흡을 필요로 했던 일일 연속극이었던 만큼 주연 강은탁에게도 특별한 작품이었다. 그는 드라마를 마친 소감에 대해 "시원섭섭하고 아쉽기도 해요.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나오는데 다들 가지 않고 어슬렁거리더라고요. 저도 발이 안 떨어졌어요. 지금도 촬영을 가야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라고 밝혔다.

강은탁은 지난해 '순금의 땅'에 이어 '압구정 백야'까지 두 작품 연속 주연을 맡아 열연했다. 그는 '순금의 땅'에서 이미 주연의 부담감을 느꼈던지라 이번 작품이 수월했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더 어려운 작품이었다고 했다. 그는 "일일드라마는 혼자 끌어가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런 생각 자체가 오만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다른 배우들과 발맞춰 가려고 노력했어요"라며 "전작의 캐릭터는 저와 비슷한 면이 많아 접근하기 수월했어요. 하지만 이번 장화엄은 완벽한 남자, 세상에 없는 캐릭터죠. 그래서 매력이 있으면서도 거리감도 있었어요. 표현하기가 굉장히 힘들었죠"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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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탁은 장화엄이란 캐릭터에 애정과 연민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 촬영이 끝난 후 장화엄을 내려놓는 순간 그간 모르는 사이 애정을 느끼고 스스로 아끼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그는 "장화엄은 백야 앞에서는 따뜻하고 애교도 넘치지만 다른 인물들에게는 시니컬해요. 그런 모습을 극명하게 드러내려고 했어요"라며 "백야에게만큼은 완벽한 모습을 무너뜨리잖아요. 재벌가, 사회적으로 완벽한 입지를 가진 PD, 가족을 사랑하는 아들이 그걸 내려놔야만 가질 수 있는 여자를 선택하는게 쉬웠을까요. 그랬기 때문에 우유부단하게 보였을 수도 있어요. 장화엄 캐릭터가 미움을 안 받았으면, 연민을 가지고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라고 미소지었다.

강은탁은 극 중 백야만을 바라보는 지고지순한 장화엄에 대해 '절대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고 표현했다. 극중 장화엄은 백야가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줄 안 후 같이 삶을 포기하려 했다. 이에 대해 강은탁은 "장화엄에게 백야가 없다는 것은 자식 버리고 돌아서는 엄마의 등을 보는 것과 같아요. 백야는 신성한 존재죠. 그래서 바닷가에서 오열하는 장면에서 엄마 잃은 아이의 느낌으로 울어버렸어요. 세상이 다 끝난 듯 머리를 땅에 박고 울었어요. 장화엄은 백야가 최우선이고, 그에게 선택권은 없어요. 무조건 백야에게 지고 들어가고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에요. 그러니까 백야에게 만큼은 완벽함을 내려놓고 애교도 부리고 아이처럼 굴기도 하죠"라고 강조했다.

강은탁은 시놉시스가 없기로 유명한 '압구정백야'에 캐스팅됐을 때 장화엄 캐릭터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재벌가, 예능국 PD, 냉정하고 칼같은 사람' 등 몇 가지 설정 뿐이었다고 했다. 또한 드라마 초반 백야(박하나)와 조나단(김민수)의 사랑에 초점이 맞춰지고 장화엄의 비중은 적어지면서 강은탁의 심리적 부담감은 더 커졌단다. 그는 "출연료 날로 먹었죠. 일하는 모습이 많았다면 많은 매력들을 보여줄 수 있었을텐데 아쉬워요. 주연인지, 보조 출연자인지, 심리적으로 힘들었어요. 한 회에 한 장면만 나온 적도 있었죠. 그러다보니 캐릭터에 동화가 안되고 겉돈다는 느낌이 있었죠"라고 작품 초반 고민에 대해 털어놨다.

강은탁은 그럼에도 부담감에 갇히는 대신 연기함에 있어서 납득이 가능해야 한다고 믿는 만큼 캐릭터 표현에 어느 하나 허투루하지 않고 끊임없이 타당성을 주기 위해 생각했다. 작품 속 장화엄은 동생이 게이설을 주장했을 정도로 여자에, 연애에 관심 없는 인물이었다. 강은탁은 이런 캐릭터를 보고 목숨을 내놓으려고까지 했던 백야와의 사랑을 더 공감가게 표현하기 위해 초반부터 노력했단다. 그는 "드라마 초반부터 복선을 깔아놓으려고 했어요. 백야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도 설레면서 봤고 안아주며 위로할 때도 오빠보다는 연인처럼 안아줬죠"라며 "몸은 본능적으로 반응하잖아요. 감독님은 오빠처럼 안아줘야한다고 하셨지만 저는 머리로는 거부해도 몸 자체는 사랑으로 반응한다 생각했어요"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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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노력이 빛을 발해 강은탁은 최근 회식 자리에 참석한 임성한 작가로부터 "잘해줘서 고맙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단다. 임성한 작가의 작품에 출연한 남자 배우들은 활발한 연기 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임성한의 남자'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강은탁은 그런 기대감에 대해 "없었다 하면 거짓말"이라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임성한의 남자'라는 말은 거품처럼 불면 바로 날아갈 수도 있는거잖아요. 모든 것을 주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작가님의 작품은 신인과 무명 연기자에게는 천운의 기회이지만 한편으로는 쉽게 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에요. 많이 생각하고 연기해야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힘든 작품이에요"라며 "제가 배우 생활하면서 지금이 제일 유명해졌잖아요. 다음 작품을 폭넓게 고민할 수 있고 대표작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는 점에서 가장 큰 선물이죠"라고 이야기했다.

강은탁은 7개월동안 함께 때로는 애절하고, 때로는 달달한 로맨스를 펼친 박하나와의 호흡에 대해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라고 당당히 말했다. 그는 "솔직히 신인이라면 초반에 우려가 있잖아요. 그런데 하나 씨를 보니까 어느 순간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더라고요. 동료 배우로 멋있었고 제 연기를 잘 받아주고 진심으로 연기할 수 있게 해줬어요"라고 박하나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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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여간 쉬지 않고 작품에 매진해온 강은탁은 휴식을 취하면서 그간의 쌓였던 감정들을 조금 비워낼 생각이라고 했다. 그래야 다른 캐릭터를 만나도 잘 채울 수 있을 것 같다는 고민에서다. 조금 더 공감가는 캐릭터를 맡아 잘 해보고 싶다는 그는 날냄새가 나는 역할, 비릿한 냄새가 나는 악역에 도전하고 싶은 포부를 드러냈다. 또한 영화 '강철중'의 형사처럼 꼴통 연기에도 욕심이 있다고 얼른 대답했다. 그는 "극 중 장화엄이 말장난을 하거나 진지하다가도 삼천포로 빠질 때가 있잖아요. 박하나 씨가 그걸 보고 저한테 꼴통 연기 잘 한다고 하든데요. 저는 남을 웃기고 개그적인 재능이 많은 배우는 아니에요. 그래도 제가 가진 유머러스한 부분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악역이라도 악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면 섬짓하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도 하고 싶고요. 제 나이대 만나볼 수 있는 캐릭터는 다 해보고 싶어요"라고 열정을 보였다.

데뷔 10년차 배우이지만 강은탁의 필모그래피에는 다수의 작품이 있지 않다. 데뷔작 '주몽' 이후 회사와의 문제로 공백기가 생기면서 연기가 아닌 광고로 얼굴을 알리게 됐다고. 그는 힘든 생활을 이어오던 중 드라마 '바람 불어 좋은 날'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맡았지만 종영 후 곧바로 입대하며 배우 생활이 끝나겠다는 두려움도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군대는 터닝포인트가 됐고 그는 "군대에 가 저를 많이 내려놨고 제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변했어요. 그래서 제대 후 연이어 작품을 할 수 있었던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 솔직하면서도 매순간 진심을 다하는 강은탁은 한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배우로서의 고민에 두려움이 없이 도전하고 싶어했다. 그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앞으로 자신의 모습에 기대감을 표했다.

"지금부터는 조절 잘 해가면서 달리고 싶어요. 조급하냐고요? 서둘러서 될 일은 없어요. 제가 준비만 돼 있다면 기회는 언제든지 올거라 생각해요."

[티브이데일리 이현영 기자 news@tvdaily.co.kr/사진=권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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