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꽃' 조한철 "나쁜 남자냐고요? 실제로는 순해요" [인터뷰]
2015. 09.09(수) 08:30
여왕의 꽃 조한철 인터뷰
여왕의 꽃 조한철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강지애 기자] 올 상반기에만 까메오 출연까지 대 여섯 작품을 연이어 소화한 조한철은 그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낸 배우 중 한 명이 아닐까. 더욱이 그는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극본 박현주ㆍ연출 이대영)과 케이블TV OCN 주말드라마 '아름다운 나의 신부'(극본 유성열ㆍ연출 김철규)에서는 같은 듯 다른 악역 캐릭터를 동시에 소화하기까지 했다.

십여 년이 넘는 연기 생활 동안 수많은 악역을 맡아 온 조한철이지만, 그가 탄생시키는 악역들은 매 작품마다 새롭게 느껴진다. 같은 악역일지라도 늘 다르게 표현해내는 조한철에게 그 비결을 묻자 "소위 말하는 '나쁜 놈'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고자 한 노력의 결과"라며 "대본만으로는 한 사람의 인생을 완벽하게 풀어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그 인물이 살아왔던 삶을 유년기부터 훑어가며 대본에 비어있는 부분을 채워 넣기 위해 연구하는 편"이라며 웃어 보였다.

'여왕의 꽃'에서 그가 연기한 김도신이라는 캐릭터 역시 대본에 주어진 힌트는 레나정(김성령)과 어린 시절을 같이 자란 보육원 원장의 아들이라는 점뿐이다. 여기에 조한철은 김도신이라는 인물이 '악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을 분석하며 캐릭터에 살을 붙여 나갔고, 그렇게 입체감 있는 김도신을 완성시켰다.

"주변에 아버지가 목사인 친구들에게서 힌트를 얻었어요. 그들의 삶을 자세히 관찰해보니 선량하게 잘 자라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반대의 경우로 자란 사람들도 꽤 있더라고요. 김도신은 엄마가 보육원 원장이기에 같이 자란 고아들에게 항상 뺏기고 사는 느낌이 들었을 거예요. 이러한 감정들이 어릴 때부터 폭력적으로 분출되면서 점차 폭군이 돼 갔을 테고, 결정적으로 엄마를 잃게 되면서 인생을 자포자기했을 거예요. 난 더 이상 잃을 것도, 지킬 것도 없으니 스스로 '내일이 없는 사람'이 돼 버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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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주연보단 조연을, 선인보단 악인을 도맡아 연기하는 조한철에게 한 캐릭터만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이에 조한철은 "단순히 소모되는 인물이 아닌, 짧은 등장이라도 그 장면에서만큼은 기능적으로 필요한 인물을 선택하는 편"이라며 "평범한 조연1, 조연2가 아닌, 조연이어도 주인공처럼 하나의 개체로 인정받을 수 있는 캐릭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쯤 되니 tvN '고교처세왕'의 방정맞은 김팀장과 야비한 김도신이 아닌, 실제 조한철이라는 인물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그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실제로도 나쁜 사람이냐"고 물으니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나 또한 좋은 사람이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이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저도 다 똑같아요. 욕먹는 거 싫어하고 남에게 싫은 말도 잘 못하는 성격이고. 한 마디로 순해요.(웃음) 그러다 보니 더 악역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나에게 없는, 내가 아닌 사람을 연기한다는 사실이 신나거든요. 연기할 맛도 나고. 실제 '조한철'이라는 사람이 하지 못한 것들을 다른 캐릭터를 통해 할 수 있으니 그 맛에 연기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연극에 대한 갈증만큼이나 배우로서 멜로 욕심도 있다는 조한철은 "나는 욕심이 많은데 다른 분들이 내게 욕심을 안 낸다"고 농담 섞인 투정을 부려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최민식 선배님도 만나보면 '멜로해야 되는데'라고 하신다. 배우라면 누구나 멜로를 꿈 꾸고 있을 것"이라며 "멜로를 하게 되면 다른 장르와 달리 꽉 채워지는 느낌이 있다. 일상에서는 불가능한, 가능하지 않은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가끔 배우들이 작품을 함께 하다 보면 정말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있잖아요. 배우는 착각을 하려고 굉장히 노력하는 사람들이거든요. 마치 '리플리 증후군'처럼 자기 자신도 속일 수 있을 만큼 착각하게 만들어 그 인물에 몰입해야 하니까요. 물론 극이 끝남과 동시에 툭 털고 나오면 좋을 텐데 캐릭터에서 빠져 나오기도 어려울뿐더러 상대 배우에게 쏟았던 감정과 정서, 이런 것들을 확 털어내기란 쉽지 않죠."

인간은 조물주가 창조했지만 극중 캐릭터는 인간이 만들어야 하기에 그 캐릭터에 대한 끝없는 연구와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한철은 어느덧 연기 20년차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젠 '천생 배우'라는 수식어가 이름 앞에 붙어도 낯설지 않은 조한철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티브이데일리 강지애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정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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