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결말, 불편했던 당신에게 [종영기획①]
2016. 03.13(일) 10:59
시그널 결말
시그널 결말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시그널' 결말은 강렬하고 묵직한 주제의식을 일깨우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12일 폭발적인 시청률과 호평을 받으며 대중적 장르물의 새 역사를 쓴 케이블TV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극본 김은희·연출 김원석)이 16부작을 끝으로 종영됐다.

이재한(조진웅)은 살아났다. 박해영(이제훈)과 차수현(김혜수)도 무사했다. 하지만 과거가 바뀌면 미래도 바뀌는 예측할 수 없는 나비효과는 여전했다. 장기미제사건 전담팀은 뒤바뀐 현재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고, 살아난 이재한은 여전히 대외적으론 김범주(장현성)을 살해한 뒤 15년 동안 실종 상태이며 죽음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박해영 차수현은 다시 만났고, 유일하게 무전기를 통해 이어졌던만큼 뒤바뀐 현재에도 사라진 과거를 모두 기억했다. 두 사람은 이재한이 포기하지 않았듯 이재한을 찾아 나섰다. 이때 이재한의 목숨을 노리는 검은 무리들이 그가 있는 요양 병원에 들이닥치고 있었다. 그렇게 '시그널'은 끝이 났다.

이재한이 살아 있을지, 혹은 또다시 죽게 되는 운명일지는 명확히 그려지지 않았다. '시그널' 결말을 두고 일부 시청자들이 허망함과 황당함을 토로하고 있다.

물론 '시그널' 포스터 속에 홀로 과거 속 흑백으로 남았던 이재한이 색을 찾고 배우 3인방이 미소를 띤 채 소주잔을 기울이는 훈훈한 결말을 기대했을 감성적이고 '순진한' 시청자들에겐 이같은 결말은 다소 불편할 수 있다. 김은희 작가와 김원석PD가 그려낸 결말은 확실히 친절하진 않았다. 판타지적 설정의 드라마에서 검은 권력자를 완벽히 무너뜨리는 판타지적 요소를 통한 대리만족을 주기보단 지극히 비정한 현실을 담아냈다.

아무리 맞서고자 해도 결국 거대 권력 힘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고, 수면 아래 감춰진 그들의 극악무도한 악행과 방종이 탄로나 세상이 바뀔리 만무하다. 이같은 불신과 체념, 열패감은 이미 일련의 사태로 학습된 결과다.

통쾌하고 짜릿한 권선징악 결말은 없었다. 여전히 숨막히는 불안감과 불편한 조바심을 갖게 하는 엔딩 신이다. 하지만 온전히 절망적인 것도 아니다. 이는 오히려 '시그널'이 처음부터 한결같이 보내고 있는 진짜 '시그널'을 가장 강렬하게 드러내는 열린 결말이었다.

이 묵직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에 다소 불편함을 느낀다면 어쩌면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긍적적 현상일 수 있다.

이재한은 '살아있는 정의'다. 모두가 무소불위 권력의 절대적 힘 앞에 비굴해지고, 좌절하며 포기하고, 비겁하게 외면하고 있을 때 유일하게 꿋꿋이 꺾이지 않는 신념과 기개로 맞서는 이가 바로 이재한이었다.

"권력의 개가 되는 것이 이 세상이 개같다고 불평하는 것보다 낫다." 극 중 권력의 개로써 제 역할에 충성하고자 온갖 극악무도한 짓을 벌인 김범주의 항변이 씁쓸한 건 그의 비뚤어진 신념 또한 살아남기 위해 그가 택한 처절한 행위였기 때문이다.

그 어떤 부정이 저질러지고 그 어떤 불의가 눈 앞에서 벌어지며,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을 때도 그저 모른척하고 외면해야만 하는 드라마 속 세계는, 현실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렇기에 앞서 온라인에서 이재한 살리기 구명 운동이 벌어진 것도 그만큼 단순한 드라마 캐릭터에 대한 공감을 넘어선, 정의와 희망을 지키고자 하는 시청자들의 절박하고 강렬한 염원이었다.

그저 모른척하고 외면하고 포기하면 될 것을 끝내 외면하지 못하고, 처참히 깨지고 망가지고 부서질 걸 알면서도 부딪히는 이재한이 바로 희망이자 정의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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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위기를 맞는 이재한의 모습에서 '시그널'이 끝난 것은 시즌2를 향한 초석이라고 해석해도 좋지만, 이는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 결국 희망과 정의는 단 한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단 얘기다. 이재한이 일으킨 나비효과로 차수현과 박해영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 또한 자신들이 위험해지리란 것을 알면서도 부딪힌다.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믿고 있기에, 마치 이재한이 그랬듯 냉담한 현실에도 좌절하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이재한의 생사는 '시그널'을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검·경찰이란 공권력, 심지어 막강한 권력을 지닌 청와대마저도 건드릴 수 없는 거물급 국회의원 장영철(손현주)이란 인물이 대변하는 무소불위 절대 권력. 이 거대한 벽 앞에 좌절하고 포기한다면 결국 이재한은 영영 살아날 수 없을 터.

결국 세상은 단 하나의, 혹은 소수의 힘으로 바뀌어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무전이 반복되고 과거와 미래를 바꿔보려는 이들이 나타난다 해도 다수가 포기하고 외면해 버린다면 여전히 의미없는 대물림 될 것이 뻔했다. 불편하고 두려운, 불의한 현실에도 포기하지 않는 용기와 잃어버린 희망을 되찾는다면 결국 이를 상징하고 있는 이재한 형사 또한 분명 살아날 수 있을거란 메시지가 아닐까.

제 죽음을 알면서도 "나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갑니다"라고 미련하게 맞서는 이재한이다. 여태껏 모두가 외면한 진실 앞에서 홀로 외로운 사투를 벌였을 가엾고 감사한 그를 이젠 그에게 공감하고 동화된 대중이 지켜줘야 할 때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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