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그대들이라서 감사하다 [종영기획②]
2016. 03.13(일) 11:01
시그널 결말
시그널 결말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시그널', 극찬에 극찬을 해도 아까울 완벽한 대중적 장르물의 탄생이다. 이런 여운을 전해준, 존재만으로도 감사하고 고마운 드라마임엔 틀림 없었다.

12일 폭발적인 시청률과 호평을 받으며 대중적 장르물의 새 역사를 쓴 케이블TV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극본 김은희·연출 김원석)이 16부작을 끝으로 종영됐다.

'장르물은 망한다'고 누가 그랬나. '시그널'은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하게 성공했다. 드라마 장르별 순위 종합 1위, 드라마 1위. 방송 16회 연속 시청률 1위. '시그널' 체감 인기는 더욱 강렬했다. 반사전제작 드라마에 이미 촬영이 진작 끝났어도 드라마 속 캐릭터를 살리기 위한 구명 운동이 벌어졌을 정도다.

초반 tvN 인기 드라마 시리즈 '응답하라 1988'의 후속작으로 편성된 '시그널'이 이처럼 폭발적 인기를 끌 수 있을거라고 여긴 이가 몇이나 될까. 가뜩이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판타지 시제 설정의 장르물이라니 애초 기대감은 없었다. 그 아무리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작가와, 디테일한 연출의 대가 김원석PD, 여기에 연기파 배우 김혜수 조진웅 이제한이 뭉친다 한들.

그러나 이들은 달랐다. 도리어 장르물의 새 역사를 썼다. '시그널'은 그야말로 대중적 장르물의 탄생이었다.

현시대 대중을 관통하는 코드는 감성 혹은 사회 부조리 현상에 대한 고발과 이에 대한 통쾌한 복수와 응징이다. 앞서 80년대 촌스럽고 투박하지만 정감 넘치는 사회를 그린 드라마와, 극악무도한 재벌3세를 향한 한 광역수사대의 끈질기고 유쾌한 권선징악 액션물 영화가 압도적으로 흥행했듯. '시그널'은 이 두가지 코드를 모두 관통하며 대중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미제 사건을 해결하며 치밀한 수사와 촉박한 긴장감을 유발하면서도, '시그널'에서 주가 된 건 무엇보다 피해자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위로였다. 고통 속에서 아우성 치는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않은 '시그널'은 시청자들 또한 외면할 수 없게 만들었다.

또한 처음부터 흔들림없는 메시지를 굳건히 보여줬다. 각 등장인물들을 통해 희생이 따르고 두렵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한, 정의는 살아있고 현실은 바뀔 수 있음을 끊임없이 일깨웠다. 모두가 외면하고 포기하는 순간 남겨진 이들의 고통은 결국 언젠가 자신에게도 충분히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희망과 동시에 경각심을 심어준 셈이었다.

과거와 현재의 형사들이 무전기를 통해 연결되는만큼 널뛰는 시제가 가져올 일말의 혼돈을 명확하게 구분 짓고 현실감을 더한 건 김원석PD의 디테일이 한 몫했다. 80년대 풍경을 재연한 컴퓨터, 자동차, 버스 정류장, 간판, 동네 어귀 골목골목 전단지까지도 빈틈없이 신경을 기울였다. 화면 기법 또한 남달랐고, 자연스러운 화면 연결로 어색함 없이 극에 몰입하게 했다. 특히 늙고 초췌한 장기 미제 사건의 피해자들과 세월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가해자들로 내면 심리를 표현한 것과, 과거 현장에 범인의 증거가 숨어있는 디테일, 봉지 살인의 피해자를 1인칭 시점으로 다뤄 숨 막히는 봉지 속의 끔찍한 고통을 전달하는 연출법은 가히 감탄할 만했다.

OST 또한 극의 긴장감과 인물들의 감정선을 타고 흐르며 드라마틱한 서사감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특히 과거의 차수현(김혜수)이 이재한(조진웅)에 반하게 된 순간 흘러나온 풋풋하고 아련한 감성의 '꽃잎', 죽은 첫사랑이 남긴 영화표를 들고 혼자 극장에 앉아 오열하는 이재한의 모습 위로 겹쳐지는 '회상' 등등. '시그널' OST는 극 중 정서와 공감대를 이루며 시너지를 더했다.

배우들의 연기야 말해 입 아프다. 프로파일러 출신 보조 작가마저 연쇄살인 희생양으로 등장해 암울하고 희망없는 어두운 사람 특유의 이미지를 감쪽같이 연기했다. 투박하게 말을 내뱉으면서도 속정 깊은 껍데기집 식당 여주인, 심지어 범죄 사건에 미끼로 쓰인 강아지까지 흠칫 놀라는 명연기로 극찬 세례를 받았을 정도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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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연 3인방은 더할 나위 없었다. 이제훈은 어린 시절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게 된 형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겉으론 경찰에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지만, 마음은 여리고 그럼에도 정의에 대한 신념을 잃지 않으려는 복잡하고 감정적인 박해영의 심리를 잘 파악해냈다.

어리바리 신입 시절부터 짝사랑하는 남자를 향한 수줍고 때론 강렬한 감정을 토해내는 것부터, 현재의 시크하고 포스 넘치는 카리스마 여팀장 차수현의 변화를 그려낸 김혜수 또한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조진웅은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그가 맡은 이재한은 국회의원에게도 딱지 떼는 뻣뻣한 형사고, 좋아하는 여자에게도 표현할 줄 모르는 투박한 순정남이자, 까칠한 선배. 그럼에도 인정 넘치고 잔머리 굴릴 줄 모른 채 자신이 벼랑 끝에 내몰린대도 약자를 외면치 않고 지켜내는 지극히 인간적인 소시민 영웅이다.

그가 까치집을 짓고 몸에 이불을 둘러싼 채 차수현에 여자짓 하면 죽는다고 엄포를 놓거나, 범인도 못 잡는데 씻을 자격이나 있느냐며 볼일 보고 닦지 않은 손을 들이밀 땐 유쾌한 웃음을 줬다. 울고있는 차수현에 오렌지쥬스 페트병 하나를 툭 건네는 투박한 위로나, '나도 범인 잡는 것 무섭다'고 속내를 털어놓거나, 무심한 듯 하면서도 정수기 물통을 대신 갈아주고 차수현이 걱정돼 결국 그를 찾아 나서는 모습은 여심을 설레게 했다.

무엇보다 이재한이 피해자들을 향한 안타까움과 절박함에 눈물 흘릴 때, 절친한 형사 친구마저 부패한 권력에 굴복당한 것을 보고 허망함과 좌절감을 내보일 때, 거대 권력 앞에 처절하게 짓밟힐 때 시청자도 함께 울었다.

이처럼 조진웅은 무소불위 권력에 맞서는 정의의자 희망의 아이콘임과 동시에 인간적인 매력을 두루 갖춘 시청자들의 '완전 소중한'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향연은 아시안 흥행 콘텐츠에 필수적인 멜로 코드를 억지로 끼워 넣지 않아도, 이들의 관계성과 설정만으로 애틋하고 달달한 감정선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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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완벽한 호연, 치밀하면서도 강렬한 주제의식이 담긴 대본, 섬세한 연출, 심지어 OST까지 모든 것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룬 '시그널'은 역대급 장르물의 흥행 사례를 기록했고 현재 시즌제 요청까지 쇄도하고 있다. '미드'의 화려한 수사 장르물을 표방하지 않아도 한국적 장르물을 확립하고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 '시그널'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시그널' 팀 역시 예상치 못했던 흥행을 가능케 한 시청자들의 열광적 지지와 반응마저 소중하고 고마운 '시그널'이었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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