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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프렌즈’, ‘젊음’에게 ‘늙음’을 기대하게 만들다
2016. 06.15(수) 16:59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소피는 마녀의 저주를 받아 젊음을 빼앗기고 노인이 된다. 탱탱하고 아름다운 피부를 잃고 다정할 만큼 활력이 넘치던 육체를 잃었다는 것, 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각의 불행들이 모두 힘을 합쳐 일시에 고개를 든 격이다.

하지만 감히 이입하고 싶지 않은 이 비극에 응하는 소피의 자세가 참 재미있다. “노인의 좋은 점은 잃을 게 적다는 거구나”, “늙어서 좋은 점도 있네, 웬만한 것엔 놀라지 않게 되니까”, 늙어버린 자신의 몸에 조금씩 적응해가며 이전보다 고달프고 불편하긴 해도 노인의 하루하루도 재미있고 나름 살만함을 보여준다.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랜즈’(연출 홍종찬, 극본 노희경)의 공식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살아있다’고 외치는 '황혼 청춘'들의 인생 찬가를 그린 드라마“, 한 마디로 ‘디어 마이 프렌즈’는 중년 이상의, 시간의 흐름과 나이 듦을 인식하고 인정하다 못해 일상이 되어버린, ‘늙음’이란 범주에 이미 안착한 어른들의 이야기다.



물론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시점, 혹 화자는 탱탱한 젊음을 자랑하는 박완(고현정)이다만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는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그녀의 엄마 장난희(고두심)와 그 친구들에 의해서다. 그녀의 시선은, 철저히 브라운관 앞에 앉아있는 수많은 젊음들을 대변하는 통로가 될 뿐이어서, 여타의 드라마에서라면 분명 환영받았을 그녀의 아픈 사랑의 사연도(심지어 연하남에상대역도 조인성인데) 여기선 보조적 역할에 불과하다.

완에게 엄마와 이모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세계를 침범하는 ‘꼰대들’인 동시에 앞선 인생의 표식이며 삶을 읽어내는 살아있는 역사다. 그래서 온갖 불평을 다 토해내면서도 할 건 다 하며 들어줄 건 다 들어주고 배울 건 또 다 배운다. 전형적인 우리네 젊음의 모습이라 할까.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없을 수도 있고) 그녀의 눈에 비친 노년의 삶엔 천둥벌거숭이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서려 있다는 것.

정아(나문희)와 희자(김혜자)는 늦은 밤, 영화 ‘델마의 루이스’ 속 주인공들처럼 신나게 차를 달리다 정체불명의 어떤 것을 치게 된다. 불길한 예감을 가지고 내려서 확인해보니, 한 노인이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다. 너무도 놀란 나머지 우선 도망치고 만 정아와 희자는, 몇날 며칠을 죄책감에 시달리다 결국 자수하기로 마음을 모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행히 이 에피소드는 해피엔딩이다. 두 사람의 차에 부딪혀 생을 마감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늙은 노루였으니까. 이 얼마나 우스운 상황인가. 희자는, 비록 운전대를 잡은 건 정아라 해도 자신 때문에 일어난 사고라며, 정아에겐 아직 챙겨야할 가족이 있지만 자신의 삶엔 더 이상 거리낄 게 없다며, 홀로 자수하기로 마음까지 먹었더랬다.

정아는 좀 더 복잡하고(희자의 헤아림대로) 심각했다. 그깟 다 산 늙은이 하나 죽은 게 뭐 대수인가, 자신에겐 아직 돌아봐야할 생의 구석들도 남아 있고 게다가 불운에 의해 일어난 실수였을 뿐이라며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려했다. 하지만 마음 깊숙이 눌러오는 죄책감은 사라질 기미가 안보이고 혼자 사고지점까지 찾아갔다 돌아오는 길, 무심코 백미러에 비친 자신의 얼굴, 죽은 노인네와 별다를 것 없이 늙은 자신의 얼굴과 마주하고서야 깨달았다.

늙은 사람이라고 길에서 비명횡사해도 되는 건 아니라고, 어떤 모습을 취하고 있든 삶은 소중한 거라고, 이처럼 고통스러운 동일시작업 끝에 정아 또한 자수를 결심할 수 있었더랬다. 그런데 늙은 노루였다니(비록 희자는 늙은 노루를 위한 기도도 잊지 않았지만)! 블랙코미디도 이런 블랙코미디가 또 없다.

사실 이 대목에서 정아와 희자의 차가 친 대상이 사람이었는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치 않다. 작가가 그들에게 덫을 놓은 이유는 따로 있기 때문이다. 델마와 루이스보다 좀 더 나이가 많고 좀 더 현실에 녹아 있는 두 늙은 여자가 어떻게 반응하고 해결해나가는지를, 젊은 완의 눈을 통하여, 우리가 목격하길 원했다. 늙음은 젊음보다 잃을 것도 없고 유연성도 부족할지 모르지만 더 사려 깊고 용감해서, 젊음에선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웅숭깊은 아름다움이 있음을 보고 알길 원했던 것이다.

‘디어 마이 프렌즈’의 존재가치는 여기서 실현된다. 젊음이 가진 좌충우돌의 열정과 사랑만이 재미있을 거라는 오만과 늙음엔 좌충우돌의 열정과 사랑이 없을 거라는 편견을 과감히 깨주었다는 것.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완과 연하의 사랑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는 솔직히 궁금하지 않다. 희자와 정아를 비롯해서 난희, 충남(윤여정), 영원(박원숙), 석균(신구), 성재(주현)의 이야기에만 흥미가 돋을 따름이다.

처음으로 저렇게 늙어간다면 나쁘지 않겠다고, 오히려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늙어가는 일에 슬픔보다 기대감이 생긴 것이다. 드라마가 발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영향력이 아닐까. 이것만으로 ‘디어 마이 프렌즈’는 시청률과 상관없이, 충분히 합격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 사진='디어 마이 프렌즈'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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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김혜자 | 나문희 | 디어마이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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