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만사성' 김소연, 이렇게 순수한 23년차 여배우 보셨나요? [인터뷰]
2016. 08.22(월) 06:00
가화만사성 김소연 인터뷰
가화만사성 김소연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오해가 있었다. 23년차 여배우에게 순수함이란 없을 거라고. 치열한 연예계에서 물리고 뜯기는 과정을 숱하게 반복한 그들은 그럴 수 없다고 무작정 확신했었다.

그런데 이 같은 불문율(?)을 배우 김소연이 기분 좋게 깨줬다. 첫 마디부터 산산조각 났다. 으레 주지만 한쪽의 일방적인 바침이 돼 버리는 명함을 '먼저' 줄 수 있냐고 묻더니 기자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가서 두 손으로 겸손하게 받아들었다. 그러더니 라운딩 인터뷰라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 인터뷰 내내 가식 혹은 고고함보다는 더할 나위 없이 소탈했으며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 그였다. MBC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극본 조은정·연출 이동윤) 속 착해빠진 봉해령 그 자체였다.

지난 2월 첫 방송된 '가화만사성'이 장장 7개월의 대장정을 마치고 21일 종영됐다. 김소연이 맡은 봉해령은 이필모(유현기 역)와 낳은 아들 서진이를 교통사고로 잃고, 어쩔 수 없는 상황임에도 그 아들을 수술했던 이상우(서지건 역)와 사랑에 빠지는 기구한 운명을 가진 인물. 매회 눈물과 오열이 동반되는 유난히 감정 소모가 많은 캐릭터였다.

그는 "일단 무사히 끝난 것만으로도 좋다"고 운을 뗐다. 이어 "쫑파티를 하면서 감독님과 얘기했다. 매회 산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게 아니라 또 올라가고 또 올라가는 느낌이었는데 이제 무사히 내려온 기분이다. 발목 안 다치고 무사히 내려와서 후련하다.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신들이 너무 많았어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는데 끝나서 너무 좋다. 아쉬웠다고 해야 되는데 너무 좋다"고 솔직히 소감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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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에 따르면 전작에 비해 두 배나 많이 진행된 야외촬영으로 인해 현장에서는 '미니시리즈 3편을 연이어 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라고. 여기에 거듭되는 감정신들은 김소연을 정신적으로 짓눌렀다.

"감정 연기라면 1회부터 50번 말할 수 있다"며 울분을 토한 김소연은 "서진이 신을 찍을 땐 정말 숨이 잘 안 쉬어지더라. 봉지를 줘서 입에 대고 숨을 쉬니 좀 나아졌다. 그런 경우는 처음이었다"면서 "최근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납골당에서 필모 오빠랑 둘이 하는 신이었다. 대본을 봤더니 여태까지도 힘들었는데 더한 게 나타나서 과연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준비도 많이 했는데 힘들어서 찍고 나서 체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집에 갔는데 이상하게 '이래서 연기하나봐' 싶었다. 너무 기분이 좋더라. 사실 대본 나오고 다음날 찍은 거라 외울 시간도 없었는데 잠이 안 오더라. 그 기분을 더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나선 또 어떻게 나올까 걱정했는데 감독님이 잘 만져주셨더라"며 "감독님한테 '봉해령은 왜 매회 힘든 신이 많아요?'라고 하기도 했는데 '이런 연기를 언제 해보겠나' 싶은 생각이 진짜 많았고 오그라드는 소리일 수도 있지만 이런 신들이 주어지는 상황이 복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여러 감정신들이 이어지던 중 등장한 이필모의 갑작스러운 시한부 선고는 여러모로 충격이었다. 시청자들은 적잖이 당황했지만 이는 시놉시스 때부터 예고된 설정이었다고. 원래는 알츠하이머였는데 교모세포종으로 병명만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김소연은 "시놉에 알츠하이머 상태로 서진이 학교 앞에 찾아가서는 '여보 서진이가 안 와'라고 하는 신이 있었는데 마음이 저렸다. 그 신이 곧 나올 때가 됐다는 생각에 나올 즈음부터 정말 미치겠더라. 심장이 뛰고 대본이 나올 때마다 떨렸다. 촬영 날 오빠가 멀리서 어린이 우산을 들고 있는데 너무 슬프더라"라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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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이 진행되면서 김소연은 이필모와 이상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김소연은 단 한 번도 봉해령의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시점마다 시놉을 갖고다니면서 봤다"며 "봉해령은 그럴 수 있는 캐릭터다. 사랑했지만 불륜이라는 이름 하에 끈을 놔버리고 새롭게 시작한 사랑을 받아들여서 빛을 보려고 하는데 남편이 시한부인 거 아니냐.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게 이 남자가 서진이 아빠라는 게 너무 컸다. 내가 만약에 조금이라도 어렸다면 약간 의구심이 들기도 했을 텐데 지금은 이해가 된다. 주위에서도 많이 갈렸다. 엄마한테 '엄마라면 어떡할 거야?' 했더니 '불쌍해서 어떡해. 같이 있어줘야지' 하시더라. 나라도 그렇게 있어줄 거 같다. 어떤 분은 '그래도 모든 걸 다 버리고 가?' 하시는데 이 두 마음 다 이해된다. 그때마다 시놉을 보면 봉해령은 그럴 수 있는 여자다. 난 왔다 갔다 했다고 생각은 안 했는데 상황상 그렇게 보일 수 있었겠다 생각은 했다"고 설명했다.

'불륜' 소재는 '가화만사성'에 '막장'을 덧씌우기도 했다. 그는 "원래 '가화만사성' 부제가 '봉가네 비밀'이었는데 우스갯소리로 차라리 부제였으면 싶기도 했다"면서 "내 역할만 보면 봉해령이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갖은 수치를 당하면서도 최선을 다했는데 결국 불륜에 손을 놨다. 만약 불륜이 아니었다면 이 여자는 놓지 못 했을 거 같다. 설정이 자극적일 수도 있고 불륜이나 막장을 미화하면 안 되지만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마지막 회에서 끝내 이필모는 세상을 떠났고 김소연은 이상우와 이뤄졌다. 이 같은 결말에 대해서 김소연은 "물론 다른 결말도 있을 수 있겠고 내가 생각한 결말도 있었다. 봉해령 입장에서 자립심 있는 걸로 가는 건 어떨까 생각한 적은 있는데 지금 결말도 최선의 결말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늘 생각한 게 이 여자가 행복한 거보다도 편안했으면 좋겠다. 일상을 느낄 수 있고 웃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그런 신들이 잠깐이라도 나와서 만족스러웠다"고 자평했다.

김소연은 가족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이필모 이상우와 미니시리즈 못지않은 멜로를 형성했다. 그는 "우리끼리는 정통 멜로라고 했다"며 상대 배우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두 남자가 따로따로 너무 좋았어요. 멜로 잘하는 오빠들 덕분에 제가 멜로의 맛을 흠뻑 봤죠. 필모 오빠는 제가 봤을 때 (얼굴이) 닮은 거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케미'가 있었고 예전에 오빠가 드라마 '사랑을 믿어요' 할 때 눈빛을 너무 좋게 봤거든요. 지나가다가 다시 돌아가서 봤을 정도라 연기로 다시 만났으면 했는데 대본 연습 끝나고 오빠도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나랑 멜로 하면 잘 맞을 것 같다고. 그 말 듣는데 좋았고 상우 오빠는 멜로 부분에서 너무 탁월한 거 같아요. 진실된 면이 있어서 두 남자 덕분에 더 멜로의 느낌이 살지 않았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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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던 '가화만사성'의 결과는 그만큼 달콤했다. 일각에서는 김소연의 '2016 연기대상' 대상을 점치기도 했다. 김소연 역시 이를 언급한 기사를 봤다며 아니라고 손을 내저었지만 내심 얼굴에선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그 기사를 보고 바로 엄마한테 보내줬죠. 말도 못할 정도로 영광스러운 거예요. 당연히 (연기대상은) 아니고 생각해본 적도 없지만 그 순간은요. 너무 힘들게 찍었어서. 정말 덥고 힘든 주였는데 그걸 보니 갑자기 찬바람이 막 불어오더라고요. 엄마는 캡처본을 인쇄해서 붙여놨어요. 진짜 원 없이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는 배우가 얼마나 있을까 싶은 마음에 너무 좋았어요."

시청률도 받쳐줬다. 김소연은 "다른 작품도 그랬지만 전작 '순정에 반하다'를 하면서 사무치도록 행복한 게 이런 건가 싶었다. 벚꽃만 보면 향후 몇 년간은 순정이가 생각날 거 같다. 근데 '순정에 반하다' 쫑파티 끝나고 얼마 안 됐는데 이웃 어르신이 '요즘은 뭐 안 해요? 왜 쉬어요?'라고 하시더라. 이번에 그래서 감사했다. 어딜 가나 너무 궁금해하셨다. 10년째 같은 아파트에 사는데 요즘에 이웃분들과 부쩍 친해졌다. 한때는 '이혼은 언제 하나'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게 시청률의 힘인가 싶어서 이번에 그런 갈증이 해소된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심들이) 이렇게 고마운지 몰랐다. 예전에 영화 '가비'를 찍었는데 일부러 마지막 상영일의 마지막 상영관을 찾아갔다. 그때 3~4분이 앉아계시는데 한 분 한 분 너무 감사한 거다. 내가 나가서 자의적으로 무대 인사라도 하고 싶었다. 이번에 정말 열심히 찍고 최선을 다한 작품이라 잘 됐으면 했다. 정말 주말드라마의 힘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제가 항상 드라마 끝나기 전에 회사에 닦달했는데 대표님이 이번에 제가 처음으로 전화가 없더래요. 시청자들이 너무 오래 저를 보셔서 지칠 수도 있고 저도 다른 모습으로 작품을 하고 싶은 게 커서. 근데 그런 작품이 쉽게 오지 않으니까 조금 쉬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마음은 내년 초에 했으면 좋겠는데. 한 번 센 캐릭터 해보고 싶어요. 악역도 좋고. 스물한 살 때 '이브의 모든 것' 이후로 악역을 안 했는데 그런 캐릭터가 좀 목마르더라고요. 아무것도 모를 때 했는데 지금 한다면 좀 다르게 하지 않을까 욕심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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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끝나고 하고 싶었던 일을 묻자 김소연은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아침 10시부터 카페에 만화책 10권을 가져가서 카페라떼 놓고 하루 종일 있고 싶어요. 자릿값은 내야 하니까 두 시간에 한 번씩 커피는 시키고요. 그렇게 다섯 시쯤 집에 오는 그 하루를 보내고 싶어요. 8개월 동안 한 번도 못했거든요. 쉬는 날에는 그랬었는데. 만화카페도 좋은데 제가 만화책이 많아요. 근데 만화책은 이때 보면 틀리고 저 때 보면 또 틀린 거예요. 자주 보는 만화는 '아이 위시'고 인생 만화는 '호텔 아프리카' '슬램덩크'에요. 만화 말고도 유튜브 찾아보는 것도 좋아해서 뮤지컬 동영상 같은 거 봐요. 그 하루가 기다려져요."

1994년 '공룡선생'으로 데뷔한 김소연은 요즘 방송을 보면서 이제야 내 나이로 보인다며 웃었다. 주름을 걱정하면서도 겉모습보다는 연기에 더 집중하고 싶다는 그다.

"'가화만사성'이란 작품이 아니었으면 조급했을 거 같아요. 이 작품이라서 쓸데없는 생각 안 하고 풍덩 빠졌던 거 같아요. 제가 원미경 선생님을 존경하는 게 인터뷰를 보는데 사진에 주름을 지워주지 말라고 하셨더라고요. 전 꾸준하게 연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 거 같아요. 거기다가 좋은 작품들을 운 좋게 잘 만난 거 같아요. 앞으로는 잘 모르겠어요. '오늘을 살자' 그러고 있어요. 드라마 하기 전에 '가화만사성'을 무사히 잘 끝내고 나면 '제2의 연기 인생이 펼쳐지지 않을까요?' 기대감에 얘기했었는데 현재는 어떨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마인드 컨트롤을 잘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언제나 조급하겠지만 예전에는 조급함을 표현했다면 지금은 조금 더 여유 있어지는 제가 되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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