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를 끄는 여자', 최지우 연기력 가린 웰메이드 묵은지물 [종영기획]
2016. 11.16(수) 06:58
캐리어를 끄는 여자 최지우 주진모 전혜빈 이준
캐리어를 끄는 여자 최지우 주진모 전혜빈 이준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묵은지의 힘을 보여드리겠다"던 주진모의 말은 과연 허언이 아니었다.

9월 26일 첫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극본 권음미·연출 강대선)가 11월 15일, 16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이날 마지막회에서 차금주(최지우)는 '노숙소녀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받아내며 함복거(주진모)의 누명을 벗겼다. 반면 박혜주(전혜빈)는 변호사에서 사무장으로 추락하며 차금주와 신세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하지만 차금주는 초라해진 박혜주를 끌어안았다. 그는 새 엄마에게 학대 당하는 아동의 사건을 받았으나 동병상련을 겪은 박혜주를 대신 추천하며 그에게 화해의 손길을 넌지시 내밀었다. 박혜주 역시 뒤늦게 언니의 마음을 읽어내고는 참회했다.

마석우(이준)는 검사로 살고 있었다. 특히 법정에서 마석우와 차금주가 서로 대립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편 함복거는 여전히 차금주와 아웅다웅 다투면서도 로맨스를 이어나가며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사실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출발은 불안했다. MBC는 '화정' '화려한 유혹' '몬스터' 등 50부작씩 길게 끌어오던 월화극 관행을 깨고 16부작 미니시리즈를 배치하는 모험을 했다. 그러나 트렌디한 상대작에 비해 화제성이 현저히 떨어졌다. 다소 올드한 캐스팅이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타 방송사보다 약 한 달 늦게 합류하면서 큰 주목을 받지 못 했다. 특히나 당시 경쟁작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은 20%를 넘어서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던 상황이었다.

결국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6.9%(이하 닐슨코리아 기준)에 머무르며 동시간대 꼴찌로 스타트를 끊었다. 전작인 '몬스터'의 종영 시청률 14.1%에 절반도 못 미치는 초라한 기록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반등을 시작했다. 2회 8.4%로 2위에 오른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상승세를 거듭하더니 11일, 6회 방송에서는 9.6%를 기록하며 10% 돌파를 목전에 두기까지 했다.

시청층 틈새 시장 공략이 주요했다. 아이돌 혹은 나이 어린 배우 위주의 퓨전 사극으로 점철된 타사와 비교해볼 때 여러 작품에서 활약한 바 있는 안정감 있는 얼굴들과 유일한 현대극이라는 점이 오히려 타겟팅 성공 요인이 됐다.

다소 무겁고 딱딱하게 느껴지던 법정물을 가볍고 경쾌하게 풀어낸 것도 차별점이 됐다. 특히 연예계, 정재계에서 화제를 모았던 다양한 사건들이 법정 위로 올라오면서 시청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톱스타의 강간미수 자작극부터 재벌, 스폰서, SNS 신상 폭로 등이 얽힌 '텐패치 계정 사건', 故 신해철 사건을 떠올리게 한 강현호 선수 의료소송 등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최근에 이슈가 됐던 시의 적절한 소재를 차용하는 영리함을 발휘했다. 실제 현실에서는 풀어지지 않았던 사건이었다 하더라도 극중 주인공들은 사건의 진실을 기발한 방식으로 파헤치며 "정의는 승리한다"는 명제를 멋지게 입증했다. 재미와 감동은 덤이었다.

이와 더불어, 사건, 사건이 에피소드 식으로 넘어가면서 전개 속도도 시원하게 느껴졌다.

변호사나 판사, 검사가 아닌 '사무장'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특이점이었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실력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시험 공포증으로 인해 변호사 면허증이 없어 법정에 서지 못 하는 사무장 차금주를 통해 '증'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했다. 또 그런 그가 끝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사법시험에 합격, '증'을 획득해내며 뭉클한 지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여기에 로맨스, 미스터리 등 극과 극을 오가는 다채로운 극 전개는 활력을 더했다. 함복거, 마석우는 차금주와 각각 다른 맛의 러브라인을 형성하며 다양한 시청층을 만족시켰다. 함복거는 까칠한 듯하면서도 사려 깊게 상대를 배려했고 능글 맞게 자신만의 사랑법을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마석우는 '연하남'답게 때로는 박력 있게, 때로는 풋풋하게 매력을 발산하며 차금주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했다. 두 사람의 신사적인 경쟁도 깨알 재미였다.

차금주와 함복거를 감옥에 보내게 만든 '노숙소녀 사건'은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드라마 전체를 관통했다. 밝히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들의 대결은 끝까지 흥미진진했다. 도무지 이길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세력에 맞서는 동시에 인물들 간 서로 배신과 음모로 맞물리는 복잡한 관계들이 이어지면서 사건의 내막이 과연 무엇일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다만 몇몇 배우들의 연기는 일말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최지우는 전문직 역할에 맞아 보이게끔 특유의 조와 띄어쓰기를 강조한 느린 말투를 사용했다. 시청자들에게 법정 용어는 쉬이 이해하기엔 다소 어려운 내용이고 게다가 차금주의 진심까지 함께 담아 전달해야하기 때문에 이 같은 말투 사용은 더없이 적절한 선택처럼 보였으나 부분 부분 과해지면서 어색함을 지울 수 없었다.

이준은 최지우, 주진모 등과 비교해볼 때 어려보이는 듯한 느낌을 지우지 못 했다. 최지우와 '케미'가 그다지 살지 않으면서 삼각관계에서 팽팽한 균형을 이루지 못 했고, 변호사로서도 이제 막 시작한 변호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여타 변호사 배역을 맡은 배우들에 비해 힘이 많이 밀리는 모양새였다.

그럼에도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웰메이드 법정물'이라 감히 칭할 만하다. 어두운 현실과는 달리 "계란으로 바위치기"도 된다는 판타지같은 희망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 그야말로 시원한 사이다였다.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캐리어를 끄는 여자' 포스터, 신정헌 기자]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윤혜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키워드 : 주진모 | 최지우 | 캐리어를끄는여자
싸이월드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