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메디컬·로코·가족극 삼분지계 [연말결산]
2016. 12.13(화) 10:31
2016년 SBS 드라마 포스터
2016년 SBS 드라마 포스터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2016년 SBS 드라마는 지난해에 비해 요일과 시간대 별로 극명하게 나뉘는 장르 선택을 보여줬다. 월화극은 사극과 의학 드라마로 양분됐고, 수목극은 도전적인 소재를 선택하던 중 로맨틱 코미디로 안착했다. 주말극에서는 밤 9시와 10시대 드라마가 동시에 편성돼 다양한 가족극을 시도하던 중 대가족의 세대공감을 보여준 9시대 작품만 남았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다양한 작품들이 시도됐다고 할 수도 있으나, 시간대 별로 비슷한 장르를 연속 혹은 중첩 편성해 고정적인 시정차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

◆ 월화극 필승카드 이제는 사극 아닌 메디컬

올해 초 조선 건국 초기를 다룬 팩션 사극 '육룡이 나르샤'로 지상파 3사 중 월화극 1위를 이어오던 SBS는 조선 중기 숙종 대 이인좌의 난을 다룬 '대박'에서 2위로 주저 앉았고, 의학 드라마 '닥터스'로 다시 동시간대 1위를 회복했다. 그리고 다시 고려 초를 다룬 팩션 사극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으로 월화극 2위와 3위를 맴도는 아쉬운 성적을 거둔 뒤, 또 다른 의학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이하 '낭만닥터')로 월화극 왕좌를 되찾았다. 퐁당퐁당 흥행을 거둔 와중에 공교롭게도 팩션 사극 두 편은 흥행 참패를 맛봤고 의학 드라마 두 편은 성공했다. 지난해 팩션 사극 '육룡이 나르샤'가 큰 성공을 거두며 하반기에 이어 상반기까지 화려하게 장식한 것과 다른 분위기였다.

이는 SBS가 팩션 사극의 성공에 도취해 월화극에 사극을 두 편이나 배치한 편성의 패착을 되짚게 했다. '육룡이 나르샤'에 '대박'까지 연달아 사극을 편성한 것이 시청자의 피로도를 높였던 셈이다. 여기에 '대박'이 극중 숙종(최민수) 이인좌(전광렬)에서 대길(장근석)과 연잉군(여진구)으로 정적의 세대 교체를 성공하지 못하며 긴장감을 잃었고 동시에 시청자도 놓쳤다.

'닥터스'는 '대박'과 전혀 다른 분위기의 현대극으로 떠났던 시청자의 마음을 붙잡았다. 드라마는 여주인공 유혜정(박신혜)을 중심으로 남주인공 홍지홍(김래원)과 또 다른 남자 캐릭터 정윤도(윤균상)의 삼각 로맨스로 설렘을 자아냈다. 또한 할머니 강말순(김영애)의 비극적인 사망 이후 개인적인 복수와 의사라는 직업 사이에서 갈등하는 유혜정의 고뇌로 휴머니즘을 보여줬다. 청춘남녀가 환자를 치료하며 사랑도 나누고 좋은 의사로 성장하는 이야기는 시청자를 웃고 울렸다. 이에 '닥터스'는 방송 내내 동시간대 1위를 유지했다.

애석하게도 '닥터스'의 흥행이 '달의 연인'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1세기 소녀 고하진(이지은)이 고려 소녀 해수(이지은)의 몸으로 빙의한 사건을 다루는 팩션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감독과 출연진 대부분 사극이 처음인 탓에 시청자에게 외면 받았다. 이로 인해 드라마는 현대적인 감성과 사극적인 분위기 사이에서 균형을 잃었고, 남주인공 왕소 역으로 열연한 이준기의 활약을 제외한 매력 포인트가 소실됐다. 이준기가 사극 베테랑으로서 드라마를 견인했으나 극 초반 이탈한 시청자를 불러오기엔 역부족이었다.

'달의 연인'에 이어 편성된 '낭만닥터'는 다시금 월화극 시청률 1위를 유지하며 순항 중이다. 드라마는 타이를롤 김사부 역의 한석규를 환자를 살리는 게 천직인 좋은 의사로 규정하며 휴머니즘을 박진감 넘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낭만닥터'는 낭만으로 대표되는 고전적인 가치들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감동을 남기며 한석규의 열연으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여기에 유인식 감독의 세련된 영상미는 '의학 드라마에 로맨스 뿌리기'라는 불명예를 희석 시키며 유연석과 서현진의 러브 라인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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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목극 살린 로맨스, '질투의 화신' 이어 '푸른 바다의 전설'

올해 초 SBS 월화극에 '육룡이 나르샤'가 있었다면 수목극에는 '리멤버-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이 있었다. '리멤버'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의 포문을 열었던 SBS 수목극은 '돌아와요 아저씨'가 바통을 이어 받으며 영광을 잃었다. '돌아와요 아저씨'는 저승에서 영혼이 귀환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호기심을 자극했으나 오연서, 정지훈, 이하늬, 이민정, 윤박, 김수로, 김인권까지 이어지는 폭넓은 주연 라인업이 지나치게 복잡했다. 이로 인해 시청자의 이해가 어려워졌고 동시간대 '태양의 후예'가 상반기 최고 시청률을 구가하는 가운데 시청률 3%대를 전전했다.

'돌아와요 아저씨'의 흥행 참패는 한동안 SBS 수목극의 실패로 계속됐다. 이어진 후속작 '딴따라'가 지난해 MBC 연기대상 수상자인 지성을 앞세웠음에도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물렀다. 뒤이어 편성된 '원티드'는 스릴러 퀸 김아중을 앞세워 탄탄한 극본과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장르물에 녹여냈으나 대중적인 흥행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잇따른 실패 뒤 SBS 수목극의 광명은 '질투의 화신'으로 돌아왔다. 이 드라마는 제목부터 배우 공효진, 조정석, 고경표를 위시한 삼각 관계를 전면에 내세우며 섬세하고 유쾌한 감성의 로맨틱 코미디를 보여줬다. 더욱이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는 드문 24부작 중편 길이로 제작돼 양다리와 삼각 관계의 변화를 자세하게 풀어냈다. 그러면서도 양다리 로맨스의 긴장감을 유지했다. 이에 시청자에게 배우들의 매력을 감상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며 깊은 몰입을 이끌었다.

현재 방송 중인 '푸른 바다의 전설'은 '질투의 화신'의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가는 중이다. 드라마는 특히 배우 이민호와 전지현이라는 두 톱스타를 남녀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별에서 온 그대'를 집필한 박지은 작가의 극본으로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여주인공 심청(전지현)이 인어라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동화적인 이야기에 이따금씩 등장했던 소재이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박지은 작가의 전작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신선함은 약한 편이다. 다만 두 배우의 스타성에 기대 여전히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높은 화제성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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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아침·일일드라마, 가족극에 막장 더하기 혹은 세대 공감 한 스푼

월화극과 수목극에 사극, 의학 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스릴러 같은 장르가 명확한 작품들이 편성됐다면 주말과 아침, 일일드라마 시간대엔 전 연령이 시청 가능한 가족극이 주로 편성됐다. 이 가운데 주말극과 아침, 일일드라마들은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나뉘었다. 바로 가족극에 세대 공감을 노리거나, 자극적인 전개로 소위 '막장' 드라마를 보여준 것이다.

먼저 밤 10시대 주말극의 경우 마니아 층을 양산했던 '애인있어요'의 뒤를 이어 '미세스캅 시즌2', '미녀 공심이', '끝에서 두 번째 사랑'까지 명맥을 이었다. 시작점이었던 '미세스캅 시즌2'는 수사 드라마에 아줌마 형사가 등장한다는 독특한 소재를 가미해 눈길을 모았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제작된 시즌제인 탓에 캐스팅 변화가 컸고 서사적 연결고리도 느슨해졌다. 이에 지난해 방송된 첫 시즌의 영광을 재연하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겼다.

'미녀 공심이'는 취업준비생 공심(민아) 캐릭터를 통해 취업과 이직의 고민이 큰 2030 시청자의 애환을 다독였다. 나아가 취업준비생을 가족으로 둔 4050 시청자들도 매료시켰다. 이어진 '끝에서 두 번째 사랑'은 중년들의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배우 김희애와 지진희라는 중량감 있는 연기자들을 섭외해 눈길을 모았다. 하지만 설레는 중년 로맨스를 보여주는 데에 실패하며 한 자릿수 시청률로 종영했다.

그런가 하면 밤 9시 대 주말드라마를 부활시킨 '그래 그런거야'는 김수현 작가의 복귀 작품인 데다가 이순재, 강부자, 노주현, 송승환, 김혜숙 등의 중견 연기자들과 서지혜, 신소율, 왕지혜, 남규리, 정해인 등 청년 연기자들이 한 데 어우러져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대가족이 조화를 이루며 세대 공감을 보여주기는커녕 기성 세대의 가치관을 지나치게 교훈적으로 미화하고 일방적으로 주지시켜 비판 받았다. 이로 인해 김수현 작가의 편협한 시각에 머물렀다는 한계 속에 당초 예정된 60부작보다 빠른 54부작으로 종영했다.

'그래 그런거야'의 후속으로 방송 중인 '우리 갑순이'는 극 초반 상상임신과 이혼, 재혼 등이 몰아친다는 점에서 '막장'의 의혹을 샀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극적인 연결고리가 남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선방 중이다. 무엇보다 취업준비생이자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었던 갑돌(송재림)과 갑순(김소은)의 취업난이 다소 해결되며 전개가 급물살을 탔다. 더욱이 갑순의 가족인 재순(유선)의 재혼 이야기, 중년(장용)과 내심(고두심)의 황혼 이혼에 대한 고민 등 전 세대의 갈등을 포괄하는 내용으로 주제가 확산돼 호평을 얻고 있다. 여기에 토요일과 일요일 방송에서 토요일 2회 연속 방송으로 획기적인 편성 변경을 시도하며 상승세를 탔다.

주말드라마가 가족극 위주의 밤 9시대, 점진적인 소재 변화를 시도한 밤 10시대로 나뉘었다면 아침과 일일드라마는 '막장'으로 점철됐다. 우선 아침드라마에서는 '내 사위의 여자'부터 '사랑이 오네요'까지 이혼, 불륜, 출생의 비밀 등이 숱하게 등장하고 있다. 일일드라마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마녀의 성'으로 시작해 '당신은 선물'과 현재 방송 중인 '사랑은 방울방울'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벗어나지 못하는 악녀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중이다.

다만 아침, 일일드라마와 같은 연속극 형태에서 이 같은 자극적인 전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은 눈 여겨 봐야 한다. 두 시간대 모두 '막장' 오명 속에도 가정 주부를 중심으로 고정적인 시청자 층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 시간대들에 단순히 자극적인 전개로 점철된 드라마가 아니라, 권선징악의 통쾌함을 남기면서도 질적 수준을 향상 시킬 작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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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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