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 이지훈, 이 배우가 성장하는 법 [인터뷰]
2017. 02.03(금) 07:19
푸른 바다의 전설 이지훈 인터뷰
푸른 바다의 전설 이지훈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연애를 글로 배웠다’는 말이 있다. 빠삭한 이론과 달리 실전에 약한 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이지훈은 연기를 글로 배웠다. 하지만 글로 배웠다고 이지훈이 이론만 강하고 연기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글로 배워도 실전에 강한 이가 바로 이지훈이다.

배우 이지훈은 최근 종영한 SBS 수목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극본 박지은 연출 진혁)에서 허준재(이민호)의 모든 것을 차지하려고 했다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허치현을 연기했다.

5개월을 허치현으로 살아온 이지훈은 종영소감을 묻자 드라마 촬영이 끝나고 설 연휴를 보내면서 잠시 잊고 있던 현장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드라마를 다시 하고 싶다”고 드라마가 종영을 한 것에 진한 여운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다시 하고 싶다’라고 생각한 이유는 함께 했던 동료에 대한 진득한 그리움 때문이다.

드라마 ‘학교 2013’으로 데뷔한 이지훈은 드라마만 9편을 해올 만큼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9편을 하는 동안 수많은 배우들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이지훈은 한 작품이 끝나고 함께한 이들을 떠나 보내야 하는 상실감에 무뎌지지 못했다. 오히려 “익숙해지는 것이 안 좋은 것 같다. 무뎌지는 건 슬픈 일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배우다. 그는 무뎌지고 싶지 않은 이유에 대해 머쓱한 듯 미소와 함께 “잔정이 많아서”라고 말을 했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엄마 역을 맡은 황신혜가 미국으로 놀러 오라는 말에 냉큼 표를 예매하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 역의 최정우 선배님과 함께 가려고 했는데 인터뷰 일정이 잡혀서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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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푸른 바다의 전설’을 떠나 보내는 것이 못내 아쉬운, 또 다른 이유는 허치현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재미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지훈은 허치현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흔히 이야기 하는 ‘짠내’ 나는 악역을 연기해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이지훈은 “우선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작가님에게 첫 촬영 당일 ‘너무 기대가 되고 흥분이 된다. 그래서 잘해서 종방연 파티 때 진심으로 칭찬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고 했다. 결국 이지훈은 첫 촬영 당시 다짐했던 것처럼 호연으로 칭찬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 허치현이라는 인물은 이지훈에게 스무고개와 같은 캐릭터였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만 해도 허치현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극중 허치현이 선택할 수 있는 길도 여러 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지훈은 “처음에는 두려운 마음이 있었지만 순간 순간의 대처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마음을 고쳐 먹은 뒤부터 오히려 재미있어졌고 궁금함에 대본을 기다리게 됐다. 나아가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을 하면서 허치현 캐릭터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 설명해주기까지 했다.

특히 이지훈은 박지은 작가가 생각하는 바와 자신이 생각하는 바가 맞아 떨어졌을 때 짜릿함을 느꼈다. 그는 “85% 정도 제가 생각했던 대로 허치현이라는 인물이 움직였다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겸손함을 잊지 않았다. 그는 “작가님에게 자주 문자로 내가 연기한 허치현의 감정, 대본을 보며 추리한 것들을 이야기했다”고 했다. 이에 박지은 작가는 이지훈의 성실함에 친절하게 대본에 앞으로의 변화 예고와 함께, 이를 위해 헤어스타일과 전체적 이미지 변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러한 작가의 배려가 이지훈에게 많은 도움이 됐던 것이다.

특히 허치현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자살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맞아 떨어졌을 때 짜릿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는 “대본을 받아 들고 매니저에게 ‘허치현이 자살할 것 같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다만 총으로 자살을 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저주스럽습니다”라는 대사를 보고 큰 충격에 빠져 3시간 가까이 멍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만큼 허치현의 마지막 장면은 이지훈에게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이런 중요한 장면을 ‘잘’ 연기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

“허치현의 마지막 말은 제가 상상하지 못했던 말이에요. 지금까지의 엄마에 대한 허치현의 아픔과 애증, 다양한 감정을 한 마디에 함축된 것이라 너무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꼭 제가 제대로 허치현의 마지막 감정을 제대로 매듭지어 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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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은 허치현의 마지막 순간을 완벽히 연기해 시청자들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허치현이 가진 분노와 애증, 후회 등 다양한 감정을 마지막 장면에서 모두 쏟아냈다. 이러한 강렬한 연기에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죽음을 연기한다는 것이 어느 배우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죽음에 대한 감정은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감정이기에 상상으로 밖에 연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지훈은 허치현의 마지막 순간을 재보거나 분석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는 “대사만 외우고 이 장면의 목적만 확실히 기억하고는 동물적으로 연기를 했다”고 밝혔다.

“’저주스럽다’는 말 앞에 나오는 대사는 즉흥적으로 하고 싶다고 부탁을 드렸어요. 작가님과 감독님이 허락해주셔서 할 수 있었어요. 느껴지는 대로 대사를 했어요. 마지막 연기를 하고 나니까 마치 뭔가 들어왔다 나간 것처럼 싸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한참을 울었어요.”

이지훈은 군 생활을 하면서 연기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을 하고 연기 전공이 아니다 보니 책으로 연기 공부를 했다. 당시 연기론에 관련된 책을 보던 중 ‘연기를 잘할 수도 못 할 수도 있다. 다만 진실되게 하면 된다’라는 글귀를 항상 마음 속에 담고 있다.

“지금은 제 연기가 투박할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진실되게 연기하면 지금 제 나이에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나는 연기가 오히려 좋다고 생각해요. 물론 시간이 지나고 세월을 살아가다 보면 감정의 깊이가 분명히 채워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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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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