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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기, '눈길'처럼 순수한 열여덟 소녀 [인터뷰]
2017. 03.02(목) 09:00
눈길, 김향기
눈길, 김향기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영화 '눈길'을 수놓은 하얀 꽃처럼, 김향기는 티 없이 순수했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부터 "그저 연기가 좋아요"라고 말하며 수줍게 웃는 모습까지, 이제는 완연히 소녀의 모습을 한 김향기를 만났다.

'눈길'(감독 이나정·제작 KBS한국방송공사)은 일제 강점기 서로 다른 운명으로 태어났지만 같은 비극을 살아야 했던 종분(김향기)과 영애 두 소녀의 가슴 시린 우정을 다룬 영화다. 김향기는 홀어머니, 남동생을 두고 강제로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 종분 역을 맡았다. 종분은 어린 나이에 위안부에 끌려가 모진 고초를 겪고 살아남은 생존자 할머니로, 김향기가 어린 시절을 맡았고 배우 김영옥가 종분의 노년 시절을 연기했다. 위안부에 함께 끌려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는 친구 영애는 김새론이 연기했다.

'눈길'은 2년 전 겨울 촬영을 마쳐 지난해 3월 KBS를 통해 미니 드라마 형태로 방송됐다. 이번에 개봉된 영화는 당시 방영된 드라마를 한 편으로 합쳐 새롭게 편집과 음향 작업을 거친 버전이다. 김향기는 "2년 전이라 촬영 당시의 상황이 뚜렷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영화로 개봉해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소감을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많은 고민을 했다는 김향기. 그는 자칫 무겁고 어려워질 수 있는 위안부라는 소재에도 어려움을 느꼈고, 무엇보다도 연기를 통해 이를 직접 표현해야 한다는 것에 많은 부담감을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무섭고 아픈 모습에 집중하기보다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마치 동화처럼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이나정 감독의 이야기에 매료돼 결국 출연을 결심했다고.

"시나리오에 와 닿는 부분들이 있으면 제가 이걸 잘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종분이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이 마음을 움직였죠. 또 그렇게 아름다운 장면들을 연기한다면 관객들에게 더 깊게 와 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결국 한 분이라도 더 알아주셨으면 하는 중요한 이야기니까, 다짐을 하고 출연을 결정하게 됐죠."

보통의 배우라면 자신의 연기를 중심으로 작품을 보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눈길'에서만큼은 자신의 연기를 보는 대신 울분이 치밀었다는 김향기다. 그는 "분명히 내가 찍은 작품이고 여러 번 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화가 나고 목이 메이더라"며 솔직한 감상을 내놨다. 특히 엔딩 크레디트에 등장하는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의 명단이 지난해 드라마 방영 당시보다 현저히 줄어든 모습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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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기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눈길'을 촬영했다고 말했다. 소녀들이 다니던 학교와 강제 동원된 후 갇혀있던 수용소는 실제 소록도에 있는 건물에서 촬영했고, 두 소녀가 수용소를 탈출해 끝없이 걷던 눈길은 강원도 철원이었다고. 그는 "이동이 정말 많았다. 한겨울에 촬영을 해 힘들었지만, 나보다는 전국을 운전해서 돌아다닌 매니저 언니가 정말 고생이 많았다"며 속 깊은 소리를 했다.

촬영장에서는 상대역을 맡은 김새론과 서로 의지를 했다고 했다. 동갑내기 아역배우, 게다가 같은 작품에 출연했던 전적도 있는 친구 사이여서 더욱 편안하게 촬영을 했다는 것이다. 김향기는 "촬영이 들어가기 전부터 정신적으로 맞는 게 있었다. 동갑이라서 연기할 때 더욱 편안했고, 연기와 관련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도 한결 편하게 의견을 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함께 종분이를 연기한 김영옥의 연기에도 큰 감동을 받고 많은 것을 배웠다는 그다. 실제로 촬영이 겹친 것은 한 번 뿐이었지만, 영화 속 모습 자체만으로도 과거의 아픔이 느껴지는 그의 연기에 감명을 받았다는 것. 김향기는 "나이 든 종분이 눈을 보면서 좋아하는 모습이 있다. 슬픈 장면은 아니지만, 뒷모습만 봐도 모든 감정이 느껴지는 아련한 뒷모습이었다. 무언가를 특별히 하지 않아도 아픔이 묻어나는 연기가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촬영한 '눈길'은 그의 일상생활에도 작은 변화를 일으켰다고 했다. 김향기는 "내가 '눈길'을 촬영한 것을 학교 친구들이 알고 관심을 가져줬다.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로는 여러 학교에서도 교육용 자료로 '눈길'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더라"며 "그런 소식들이 내가 좀 더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한다"라고 말했다.

김향기는 "'눈길'은 분명히 우리가 소중히 기억해야 할 이야기"라며 "거창하게 뭘 하지 않더라도, 조금씩만 뜻을 모아도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을 한다. 부디 많은 분들이 이 역사에 대해 아셨으면 좋겠고, 이를 위해 나도 배우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하려고 한다"는 소신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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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배우로서의 소신을 당당히 밝힐 줄 아는 김향기는 어언 데뷔 12년 차를 맞은 베테랑 배우다. 6살, 영화 '마음이'를 통해 연기를 시작한 이후 연기에 큰 재미를 느꼈다는 그는 "촬영장에서 연기를 한다는 상황 자체에 재미를 느꼈었다. 힘들지만 즐겁고, 촬영을 앞둔 긴장감이 내게 기쁨이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덕분에 지금까지도 연기자로서의 삶을 이어오고 있다는 김향기는 곧 성인이 된다. 어느새 촬영장에 함께 다니던 어머니의 손을 놓고 홀로 걸어나갈 시기가 눈 앞에 온 것. 아역 이미지를 잘 벗고 성인 연기자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 또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그다.

"배우는 정말 좋아하는 직업이고, 사랑하는 직업"이라는 김향기는 "그저 연기가 좋다. 나이에 맞는 역할을 열심히 해나가다 보면 계속해서 새로운 경험이 쌓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아역 배우라는 사실을 고민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도움을 받고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더욱 단단히 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설명도 덧붙였다.

"이 재밌는 연기를 오랫동안 하고 싶어요. 해보고 싶은 연기도, 작품도 정말 많아요. 저라는 사람이 다른 인물의 모습을 표현해 내고 성격을 표현해 낸다는 작업 자체가 정말 재밌거든요. 주어지는 기회를 따라,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켜봐 주세요."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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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김향기 |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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