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씽나인' 최태준의 두 얼굴 [인터뷰]
2017. 03.22(수) 14:00
미씽나인 최태준 인터뷰
미씽나인 최태준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두 얼굴의 최태준.

싸늘한 눈빛, 소름 돋는 뻔뻔함, 죄의식 없는 살인까지. 배우 최태준은 MBC 드라마 '미씽나인'(극본 손황원·연출 최병길) 속 이기적인 최태호에 빙의한 듯 연쇄 살인마 최태호를 면밀히 구현해냈다. 과연 '최태준의 재발견'이었다. 그러나 실상 최태준은 최태호와 정반대 인물이었다. 나보다는 남을 더 배려하고, 누구보다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그저 무언가를 열심히 먹으며 행복을 찾는 '긍정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던 그는 무언가에 몰입할 때 순간적으로 한 곳에 시선을 두고 집중하며 순간 최태호의 섬뜩한 면모를 꺼내놨다. "저 그래서 어릴 때 형들한테 많이 맞았어요. 생긴 게 날카롭게 생겨서 무표정하거나 고개를 숙이고 쳐다보면 안 좋게 보이나 봐요. 그래서 항상 고개 들고 다녀요. 착해 보이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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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준은 '미씽나인'을 곱씹으며 함께 한 사람들을 떠올렸다. 혹여 힘들고 이해가 안 가는 점이 있다 하더라도 사람 때문에 좋은 추억이 됐다는 그다.

"'미씽나인'이 정말 '미씽나인' 돼 버렸다. 보고 싶다"고 운을 뗀 그는 "너무 정들었고 아무래도 촬영 자체를 제주도에서 오랜 기간 촬영해서 그런지 다 같이 같은 공간에 있으니까 너무 좋았다. 보통 촬영 끝나면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촬영장에서 만나는데 이번엔 모두가 다 같은 숙소에 있고 배우만 모이는 게 아니고 스태프들도 모여 있어서 함께 장면들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도 당장 내일 촬영을 가고 싶게 하는 희한한 드라마인 것 같다. 형들이랑 통화도 자주 하고 있다. 너무 좋은 추억을 남겨준 드라마여서 나한테는 감사하고 행복했던 드라마였다"고 '미씽나인'을 돌아봤다.

무인도 조난기를 다룬 '미씽나인'이라 배우들은 여러 고생에 시달렸다. 물 공포증부터 추위, 청결 등 '미씽나인'이 싸워야 할 장벽은 숱하게 많았다. 하지만 최태준은 의외로 '배고픔'을 힘들었던 점으로 꼽았다.

"각자 스태프들이 좋아하는 게 다 다르잖아요. 저는 젤리 담당을 했던 거 같아요. (정)경호 형은 준오랑 비슷했어요. 준오가 항상 뭘 먹고 있잖아요. 경호 형, 실제로도 그러거든요. 과자 하나 챙겨주면 그게 그렇게 고마웠어요. 그만큼 모든 게 귀했어요. 춥기도 많이 추웠고. 그러다 보니 단 것도 많이 당기더라고요. 사실 열악할수록 그런 게 추억이 되잖아요. 그 순간은 힘들 수 있는데 지나보면 그립고. 말하는 것만 보면 끝난지 한 1년쯤 된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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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는 그동안 최태준이 해왔던 역할들과는 궤가 달랐다. 그 스스로도 큰 도전이었다고. 그는 이 최태호란 캐릭터를 만드는 데에도 배우들의 도움이 컸다고 했다.

그는 "태호란 인물이 복잡하고 갈등의 중심이 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 것들을 해보고 싶었고 새로운 캐릭터라 하면서 재밌고 또 어려운 부분들을 넘어가면서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다"면서 "나 혼자서 한 거라면 힘들 수 있지만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았다. 동료 배우분들이 각자 대본만 보는 게 아니라 한 장면, 한 장면, 같이 고민을 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하지만 최태호 자체는 여러 문제가 있었다. 계속된 살인으로 "태호가 또"라는 유행어가 나왔고, 극의 독보적인 악역이 되느라 '불사신'급의 생명력을 보였다. 그는 "시청자 분들이 받아들일 땐 어려울 수 있었겠지만 내 스스로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태에서 하면 보는 분들이 더 어렵기 때문에 태호란 인물을 연기하는데 있어서는 믿어 의심치 않으려고 했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자기가 죽이지 않은 신재현(연제욱) 살인을 감추려 살인을 저지르지 않느냐. 살인이 어떠한 이유를 갖다 붙여도 합리화될 순 없지만 워낙에 극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연기하는 나로서는 살인을 감추기 위한 발악으로 받아들였다. 다양한 살인이 있지 않았느냐. 의도치 않은 것도 있었고, 스스로 저지른 것도 있었고, 어느 순간에는 죄의식이 무뎌져 가는 순간도 있었고. 나름대로 차별을 둬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연기하면서 다 진짜로 하려고 하고 '척'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찬열(이열 역) 씨가 죽었을 때는 의도치 않은 뜻밖의 죽음이었기 때문에 스스로 연기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꼈거든요.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벌어지지. 이 섬에 떨어진 것도 믿을 수 없는데 내가 이 사건으로 다른 사람들한테 외면받진 않을까'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고 내가 사랑하는 동생, 나와 함께 활동했던 동생이 나 때문에 죽었으니 미안하기도 하고. 근데 어쨌든 난 살아가야 되고. 그렇기 때문에 시신을 바다에 떠나보내면서 스스로 합리화를 하고 돌아간 거죠. 소희(류원) 죽였을 때 태호의 생각은 '이 사람이 마지막이다. 이 사람만 없으면 되는데. 나도 정상적으로 살아야 되는데 왜 자꾸 가만히 있는 나를 모두가 힘들게 할까'인 거죠. 그런 생각하면서 흔들리지 않으려고 했어요."

최태준은 최태호를 연기하면서 마음고생을 했지만 재밌었다고 했다. 그는 "그 전에는 답답한 역할이나 자기주장을 펼치기보다는 우유부단한 역할을 많이 했다. 태호는 생각의 필터링이 깊지 않은 인물이라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었다. 쫑파티에서 배우들이 장난스레 '죽여줘'라고 하기도 했고, 현장에서 캐릭터 빙의해서 은근슬쩍 하고 싶은 말을 하기도 했다. 태호처럼 '아 빨리 안 하면 죽여버릴 거 같은데'라고 하기도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결코 편하진 않았다. 무작정 나쁜 역할이면 상관이 없는데 태호가 사이코패스는 아니지 않느냐. 난 태호가 악하지만 연민을 받기를 바랐다. '저 친구에게도 사연이 있지 않을까' 궁금하고. 슬픔을 표현했을 때 그게 가증스러워 보이면 안 되고 '쟤도 어쩌면' 하는 마음이 들었으면 했다. 굉장히 많이 힘들었지만 힘든 게 힘든 게 아니라 즐거움 속에 연기하면서 느끼는 힘듦이었다"고 덧붙였다.

'미씽나인'은 배우들의 열연과 별개로 작품 자체의 완성도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최태준은 "반면에 또 좋게 봐주시고 '새로운 도전'이란 칭찬의 기사도 있었다. 내 칭찬 기사도 힘이 되지만 작품적인 기사가 나올 때마다 우리 팀들이 너무 행복해하고 좋아했다. 모니터들을 다 안 할 것 같지만 스태프분들 역시 자기 작품이기 때문에 '우리 화제성 1등이래'라고 얘기하면서 기뻐하시더라. 좋은 작품들 보면 배우가 화제가 되는 건 어느 순간 당연해졌고,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가 배우들한테 많이 가지 않느냐. 근데 작품에 포커스가 갔을 때 스태프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기뻤다"고 이타적인 면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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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실제 성격을 물었다. 최태준은 "되게 밝다. 스트레스도 잘 안 받고 항상 긍정적이게 생각하려는 부분이 많다. 재밌게 살려고 하고 있다"고 답했다. "무얼 하면서 재밌게 사냐"고 다시 물으니 "특별한 걸 해야 재밌는 건 아니다. 소소한 것도 좋고 친구 만나서 밥 먹고 커피 마시는 것도, 게임하는 것도 재밌다. 날씨 좋아지면 축구를 하려고 한다. 스쿠터도 요즘 너무 추워서 못 탔는데 조금씩 날이 풀리면 잠들어 있는 이 녀석(근처에 스쿠터가 있었다)을 시동도 걸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과연 최태준이 무인도에 떨어진다면 '미씽나인'에서 조난된 9명의 인간 군상 중 누구와 가장 비슷할 것 같냐고 질문했다. 그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준오 형 같은 영웅일 수는 없을 거 같다. 그러니까 준오라는 인물이 대단한데. 그렇다고 태호처럼 못된 마음을 먹었을 거 같진 않고 그냥 뭔가 있는 듯 없는 듯 도움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편하게 있기도 하고 중립적인 인물이지 않았을까 싶다. 섬에서 그렇게 살아남은 인물들이 대단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지 않느냐. 정작 떨어지면 굳건하게 있을 수 있을까 생각도 든다. 각 한 명 한 명이 다 위대한 인물이다"고 했다.

최태준은 아역배우 출신이다. 하지만 연기를 접고 학교생활에 전념하다가 다시금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후회는 없었냐"고 하자 "아역 생활할 때 또래 친구들과 다른 게 아닌데 다름으로 취급받는 게 사춘기 땐 힘들었던 것 같다. '이거 안 해야지'는 아니었고, 학교 열심히 다니고, 또래 친구들처럼 다니다 보니까 어언 성인이 되고 대학교 진학을 하게 됐는데 후회는 전혀 없다. 활동을 꾸준히 해와서 더 많이 경험하고 더 좋은 커리어를 쌓았으면 하는 아쉬움보다 어렸을 때 또래 친구들과 싸워보기도 하고, 그 안에서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배우는 표현하는 직업이지 않느냐. 인간관계 속에서 표현하는 게 더 많고. 그런 경험들이 너무나 소중하고 큰 재료기 때문에 아쉽거나 후회는 없다. 그리고 그 생활을 통해 절친을 얻기도 했다"며 웃었다.

잠시 쉬었던 활동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최태준은 다시 돌아온 뒤 드라마, 예능을 불문하고 그야말로 '열일' 중이다. 그는 "'우리 결혼했어요'가 얼마 전에 끝나긴 했지만 '안녕하세요'까지 예능 고정을 두 개나 하고 드라마 촬영까지 하려니까 체력적인 부분에서 무리가 안 갔다면 거짓말이다. 근데 막상 작품이 끝나고 나니까 빨리 하고 싶다. 쉬는 게 잘 안 맞는 거 같다. 쉬면 할 것도 없고 심심하다. 촬영장에 있는 게 재밌다"고 했다.

"한 작품, 한 작품 나아가면서 믿음이 되고 신뢰가 되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할 테니 날 서게 지켜봐 주시기보다는 '앞으로가 기대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친구구나' 이렇게 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커요. 앞으로도 하게 될 작품이 있다면 몸 사리지 않고 열심히 해서 매번 작품이 끝날 때마다 성장하고 싶어요. 뒷걸음질 치거나 안주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걸 많이 도전해보고 싶고 두려움은 없는 편이라 뭐든지 기회가 찾아오면 열심히 해볼 생각입니다."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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