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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공감] ‘해빙’과 ‘마스터’, ‘피고인’으로 보는 우리의 오늘과 내일
2017. 03.27(월) 12:44
해빙 마스터 피고인
해빙 마스터 피고인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난 함정에 빠졌다”, 영화 ‘해빙’의 주인공 승훈(조진웅)이 한 말이다. 영화를 보았다면 알겠지만, 승훈은 자신의 아내를 죽인 연쇄살인범을 추적하지만 정작 자신 또한 누군가를 죽인 살인범임은 자각하지 못한다. 결국 아내를 죽인 죄까지 뒤집어쓰고 만 순간, 난 ‘그런 사람(살인범)’이 아니라는 확고했던 그의 외침은 ‘아닐 거예요’라는 추측성 어투로 바뀐다.

현재 우리의 상황과 ‘해빙’을 맞물려보면, 우리는 숨겨져 있던 진실이 떠오르는 때, 얼음이 녹는 시기에 처해있는 게 아닐까 싶다.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던, 최고 권력과 그의 측근들이 갖는 상관관계(눈 먼 돈에 관한)에 관한 의심이 인적, 물적 증거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니까.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존재는 정작, ‘이러려고 대통령이 되었나 자괴감이 든다’며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깨닫지도 못하는 상태이니까.

상상 속의 형사를 불러내어 자신의 무고함을 밝히려 하지만, 어디까지나 현실을 도피한 상상의 일환일 뿐이다. 물론 이러저러한 상황을 따지자면 ‘해빙’과 우리의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그저 주인공이 자신이 한 일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는 설정(환각과 무지의 차이는 있지만), 감추어져 있던 진실이 때가 되어 떠올랐다는 점만 비슷하단 거지, 이야기는 이야기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때때로 의도치 않게 이야기에 현실이 투영되긴 하다만.



이쯤 되면 슬쩍 영화 ‘마스터’가 떠오른다. 탁월한 두뇌와 말재주, 높은 분(?)들과의 능수능란한 인맥으로 국제적인 범죄도 서슴지 않는 희대의 사기꾼 진회장(이병헌)과 이를 뒤쫓는 지능범죄수사팀의 이야기다. 진회장이 근거도 없고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무고한 많은 이들의 피땀 어린 돈을 취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다. 그의 말을 진실이 되게끔 뒷받침해준 권력의 힘. 그간 열심히 로비한 진회장 개인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결과라 할까. 그래서 진회장을 검거한 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이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은 국회의사당이다.

‘마스터’, 이 의미심장한 영화의 제목은 말한다. 진회장을 비롯하여, 그가 뇌물을 건넨 위정자들의 배를 불린 것의 주인은, 다름 아닌 좀 더 나은 삶을 살고자 꿈 꿨던 평범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라고.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정작 정당하게 돈을 번 사람의 삶은 남루해지는데, 다른 이의 삶이 깃든 돈을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뺏은 이들은 마치 자신의 것인 마냥 위세를 떨며 별 짓을 다한다. 권력도 마찬가지다. 국민에게 위임 받은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데 태어날 때부터 자신에게 부여된 힘인 마냥 무례하고 또 무례하게 휘두른다.

부정하고 싶어도, 이야기는 이야기이고 현실은 현실일 뿐이라 해도 참 닮아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실은 당연한 이야기다. 이야기는 현실을 모티브로 삼으니까. 그렇다면 반대로,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절망적인 현실의 문제들을 풀어갈 답도 혹 이야기 속에서 찾을 수 있진 않을까.

드라마 ‘피고인’이 주인공 박정우(지성)가 자신에게 아내와 딸을 죽인 살인범의 누명을 씌운 차민호(엄기준)에게 사형을 구언하며 뜻깊은 종영을 꾸려냈다. 차민호는 자신의 범죄를 감추기 위해 정우의 아내를 죽이고 정우의 기억을 지우는 등 온갖 도를 벗어난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죄책감을 갖지 못하는 희대의 악인이다. 심지어 강력한 재력으로 정재계 곳곳에 탄탄한 인맥까지 갖추고 있어 정우에겐 이기는 거 자체가 불가능한, 거대한 괴물이었으리라. 게다가 정우는 살인범에다 탈옥수란 낙인까지 찍혀 있는 상태다.

하지만 정우는 결국 그 거대한 괴물, 악을 이긴다. 흔한 이야기의 법칙이고 드라마라 가능한 것이라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진실을 밝히는 일을 절대 포지 않았던 그의 절박함과 갈망이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조력자가 되게 했고, 이렇게 모여진 선한 힘이 하늘의 도움과 맞물려 진실을 세상에 드러냄으로써 결국 거짓된 악이 스스로 소멸하는 결과를 이끌어낸 것이다.

문득 되짚어지는 상당히 흥미로운, 아니 감격스러운 점은, 앞서 ‘해빙’ 부분에서 이야기한 바지만, 우린 이미 진실이 그 모습을 드러내려 하는 때와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헌재 역사상 첫 탄핵이 이루어졌고 세월호가 1073일 만에 인양되고 있는 중이다.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절박한 갈망들과 오지랖 넓은 선한 마음들이 모여 이루어 낸 결과라 보아야 하겠다.

어쩌면, 빛이 비취면 어두움은 물러가고 악은 선(진실)을 절대 이길 수 없단 섭리는 이야기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닐지 모른다. 우리가 모르던, 경험하지 못해서 몰랐던 현실세계의 법칙일 수도 있단 것, 그러니까 우린 절망적인 현실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들 덕분에, 세계가 지금껏 감추고 있던 경이로운 진실의 문 앞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는 의미다. 우리가 끝까지 힘을 모아, 최선을 다해 지켜보고 선의 승리를 거두고 경험해야 할 이유다. 우리의 역사가 바뀌고 미래가 바뀌는 지점이 될 터이니.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 출처='해빙' '마스터' '피고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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