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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천우희, 느리지만 올곧은 변화 [인터뷰]
2017. 04.07(금) 08:54
어느날, 천우희
어느날, 천우희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불량소녀, 미스터리한 영혼의 모습은 간데없었다. 실제로 만난 배우 천우희는 영화 '어느날' 속 사랑스러운 웃음을 짓는 여인 미소와 꼭 닮은 밝은 에너지를 지니고 있었다.

'어느날'(감독 이윤기·제작 인벤트스톤)은 아내가 죽고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가다, 어느 날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을 보게 된 남자 강수(김남길)와 뜻밖의 사고로 영혼이 되어 세상을 처음 보게 된 여자 미소(천우희)가 서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미소는 그간 천우희가 연기했던 캐릭터들 중 손에 꼽히게 밝은 성격을 지닌 인물이다. 시각 장애를 안고 있으며 부모에게 버려져 복지 시설에서 살고 있는 인물이지만 항상 환한 미소를 잃지 않는다. '곡성'의 귀신 무명, '써니'의 불량 청소년 상미 등 전작 속 강렬한 성격의 캐릭터와는 분명 다르다.

때문에 소위 '센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 왔던 천우희에게 이번 작품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시나리오 속 캐릭터에 자신만의 색을 입혀 지금의 발랄한 미소가 완성됐기에 더욱 "이번 도전이 뜻깊다"는 그다.

미소를 선택한 이유를 가장 먼저 묻자, 천우희는 "처음에는 출연을 주저했다"며 의외의 말을 꺼냈다. 시나리오 속 미소가 흔히 판타지 영화 속 청순가련한 여주인공처럼 보였고, 식상한 캐릭터를 연기하게 될까 걱정을 했다는 것이다. 출연을 주저하던 중 이윤기 감독과의 대화, 김남길의 출연 결정이 새로운 기대감을 줬고 긴 대화 끝에 결국 미소를 만나게 됐다는 그다.

천우희는 "감독님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미팅을 하며 캐릭터의 성격을 다시 잡아가며 식상함을 탈피하려 했다"고 말했다. "여성스럽고 얌전한 캐릭터를 쾌활하게 만드는 작업이었지만, 내가 정당성을 부여하며 연기한다면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연기를 했다"는 것이다. 이는 프리 프로덕션 과정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배우들의 의견을 들어준 이윤기 감독 덕에 가능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이처럼 새로운 매력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는 천우희지만, 그는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미소를 처음 보고 어떤 고정적인 이미지가 떠올랐다는 것 자체가 내 선입견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진행된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어느날' 연습을 통해 내가 시각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반성을 했다"고 말하기도 한 바, 천우희의 이번 도전은 이와 같은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도전의 연장선상이었다.

극 중 미소는 시각 장애인이지만, 실제로 장애를 겪는 모습이 제대로 등장하는 장면은 미소의 과거를 그린 단 한 신에 불과하다. 하지만 천우희는 "짧은 장면이지만 '저거 흉내 낸 거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주된 설정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연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장애를 가진 캐릭터이기에 행동에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됐고, 그런 생각을 한 것만으로도 자신 안의 선입견을 느끼고 반성을 했다는 것이다.

"미리 구조를 알면 본능적인 신체 반응이 나올까 싶어 촬영장 답사도 피했다"는 천우희는 "덕분에 미소의 상황에 온전히 몰입해 '인생 연기'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했을 정도로 기억에 남을만한 강렬한 감정을 느꼈다. 잊히지 않을 정도로 생생한 경험이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식물인간 상태의 미소를 연기할 때도 호흡을 조절하고 시선을 자연스레 처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등, 연기적인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천우희는 "그간 세고, 강한 영화만 해온 나에게 이번 작품은 분명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도전이 이미지 변신을 꾀하려는 의도적인 선택은 아니었다고 했다. 혹자는 너무 강하다고, 또는 특이하다고도 볼 수 있는 필모그래피를 쌓아왔지만 마음이 가는 캐릭터를 우선적으로 선택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와 같은 캐릭터들을 연기해왔고, 그 모든 필모그래피가 자신의 족적이기에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막상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요. 예전에는 밝은 캐릭터를 맡아 변신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왜 이렇게 힘든 역할만 맡나 고민도 했었죠. 그런데 급하게, 과하게 변신을 하려고 하면 오히려 관객 분들이 이질감을 느낄 거 같더라고요. 이제는 '저도 180도 변신을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무리하는 대신, 찬찬히 변화해 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천천히, 하지만 유의미한 변화를 이뤄가는 자신의 필모그래피처럼 천우희는 최근 몇 년 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독립영화 '한공주'를 통해 5개의 여우 신인상을 휩쓸었고, 이후 '곡성' 등의 흥행작을 만나며 여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진 것. 주위의 인정과 칭찬에 마냥 감사한 나날이지만, 그래도 개인적인 성취보다는 자신이 연기한 작품이 '좋다'는 평을 받는 일이 즐겁다는 그다. 촬영 현장의 활기를 느끼며 호흡하는 일이 휴식보다 더 좋다는 그에게 앞으로의 포부를 물었다.

"워낙 일기 쓰기를 좋아해서 예전에는 일기장에 '작품 많이 하기' '연기를 더 잘했으면 좋겠다' 같은 올해의 목표를 꼭 적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날'을 만나고 나니까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주어진 하루하루의 삶을 잘 채워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떤' 배우가 되기보다는 그저 좋은 사람으로 계속 살아가고 연기를 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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