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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공감] '귓속말'에서 울리는 메아리
2017. 04.12(수) 17:53
귓속말 4인 포스터
귓속말 4인 포스터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뭐 하나 버릴 게 없다. 작가 박경수가 '귓속말' 첫 방송부터 뿌린 '떡밥'들이 스쳐 지나가는 장면에도 존재 의의를 부여한다. 매회 지난 방송의 명대사, 명장면이 메아리처럼 돌아와 수미상관의 묘미를 더하고 있다.

최근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극본 박경수·연출 이명우)에서는 '떡밥' 회수가 한창이다. 첫 방송부터 등장한 명대사와 장면들이 이어지는 회차에서 다른 인물의 대사를 통해 재구성되고 있다.

'귓속말' 5회에 등장한 신영주(이보영)와 이동준(이상윤)의 대면은 이 드라마가 반복을 극적으로 활용하는 단적인 예였다. '귓속말' 5회에서 신영주는 이동준과 만나고 있던 중 강정일(권율)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바로 이동준을 배신하면 폐암에 걸린 아버지 신창호(강신일)를 교도소에서 빼주겠다는 것. 신영주는 눈 앞에 있는 이동준을 보고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창문 너머 보이는 장례식 차량을 보고 신창호의 영정사진을 든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결국 신영주는 이동준에게 사실을 숨긴 채 강정일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는 앞서 '귓속말' 첫 방송에서 이동준이 신영주를 상대로 겪었던 일이다. 당시 이동준은 "보이는 증거는 외면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말 한 마디에 목숨을 걸고 증거를 구해온 신영주와 대면 중이었다. 그 순간 법무법인 태백의 최일환(김갑수) 대표로부터 신창호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고 태백으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았다. 거절할 경우 판사 재임용 탈락 후 구속될 수도 있는 상황. 이동준은 창문 너머 한 차량에서 죄수복을 입은 자신의 미래를 상상했다. 끝내 이동준은 신영주에게 전화 내용을 비밀로 하고 최일환의 거래에 응했다.

또한 '귓속말' 6회에서는 강정일의 몰락이 비슷한 상징과 반복을 통해 그려졌다. 이날 최일환은 강정일이 맡고 있던 해외 펀드 투자를 무효로 돌리며 그를 태백에서 내쫓으려 했다. 강정일은 곧장 최일환을 찾아가 "태백을 위해 10년을 일했다"며 호소했다. 그런 강정일을 향해 최일환은 키우던 분재 중 하나를 뽑아 던졌고 "갖다 버려"라며 소리쳤다. 그 분재는 '귓속말' 2회에서 최일환이 사위 이동준을 태백에 영입하고 강정일과 서로 견제하도록 조성하며 심은 분재 중 하나였다. 이동준이 등장할 때 함께 심어졌던 강정일의 분재가 그의 몰락과 함께 내쳐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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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귓속말'에는 다양한 반복이 등장했다. 이동준이 자신에게 마약 복용 혐의를 뒤집어 씌우려던 최수연(박세영)에게 똑같이 갚아준 일, 신영주가 강정일과 최수연을 속여 넘길 때마다 등장한 영어 연설문, 강정일과 이동준이 해외 투자 계약 건을 두고 다툴 때마다 승기를 잡은 사람이 주차장에서 앞서간 순간까지. 여기에 박경수 작가 특유의 은유적 표현이 더해져 무거운 분위기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단순히 같은 장면, 대사를 반복한다고 해서 구성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치밀한 구성으로 호평 받지만 지나치게 남발할 경우 이야기의 진전이 더뎌 '고구마 같다'는 혹평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 다행히 '귓속말'은 쾌속이라 할 만큼 빠르고 복잡한 전개로 반복에서 오는 지루함을 희석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이처럼 하나씩 반복되는 과정이 '귓속말' 속 캐릭터의 성장과 변화를 대변한다는 것이다. 이동준의 배신을 신영주가 반복한 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죄책감과 연민을 느끼며 적에서 동지로 완벽하게 변모했다. 강정일과 최수연은 자신들이 한 대로 신영주와 이동준에게 반격 당하며 위기에 몰리기 시작했다. 똑같은 소재나 장면이 다소 노골적이고 투박하게 등장할지라도 되새김질 해야 하는 이유다.

이처럼 복잡한 사건들이 빠짐 없이 맞물리는 가운데 전개 속도는 빠르고 각 장면은 개별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이쯤 되면 그동안 '귓속말'에서 놓친 게 무엇인지, 또 등장할 장면은 어떨지 궁금할 지경이다. 스쳐 지나가는 줄 알았던 대사 한 줄, 행동 하나가 다른 인물을 통해 재현되며 치밀한 서사의 톱니바퀴가 맞물리고 있다. 속삭이듯 들리는 '귓속말'이 산 정상의 메아리처럼 강한 울림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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