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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공감] 배우 ‘김영애’, 또 하나의 ‘열정의 모형’이 되다
2017. 04.12(수) 18:05
김영애
김영애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때가 되면 언제든 볼 수 있단 사실을 의심치 않던 이가 죽음 뒤로 모습을 감추었을 때, 우린 말할 수 없는 허망함과 공허함을 느낀다. 특히 대상자가 영향력을 갖춘 공인이거나 스타이고, 사연마저 해당 인물만이 낼 수 있는 존재감에 물들어 있다면 그것이 주는 감정의 여파는 더욱 크다.

지난 9일, 출연한 드라마에서마다 묵직한 연기로 완성도를 높여주었던 배우 김영애(66)가 세상을 떠났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그녀가 연기를 향한 열정을 쏟아 부은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김영애는 특별한 배우였다. 고풍스러운 외모와 작은 체구로 그룹 회장에서부터 억척스런 엄마의 역할까지 가지각색의 얼굴을 담아냈다. 나이가 들수록 연기에 한계선이 주어지게 되는 여성의 입장에서 그녀가 지녔던 경계 없는 열정, 그리고 그녀가 넘나들었던 영역은 모든 여성 연기자들의 귀감이 될 만하다.



몇 작품만 꼽아서 보자면(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이다), ‘로열패밀리’와 ‘마녀보감’, ‘메디컬 탑팀’, ‘닥터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가 있다. ‘로열패밀리’는 제목 그대로 재벌가를 배경으로 그려지는 인간의 욕망과 본성, 그 안에 내재된 선악의 첨예한 대립에 관한 이야기다. 이곳에서 김영애는 거대한 그룹의 실세로 ‘철의 여인’이라 불릴 만큼 냉혹한 여인, ‘공순애’였다.

중년의 여자배우, 누군가의 엄마 역할이 많이 주어지기도 하고 편하기도 할 시기다. 하지만 그녀는 얼굴표정에서부터 말투, 걸음걸이까지 이성적인 야망으로 가득 찬 여성 최대주주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그녀의 생김새 자체가 지닌 우아함이 있어서 더욱 가능했다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던 카리스마까지 외모의 수혜로 말할 수 없으리라.

실제로 김영애는 보통의 엄마 역할보다 ‘마녀보감’의 ‘대비 윤씨’, 일명 천하를 쥐고 흔든 희대의 악녀나 ‘메디컬 탑팀’이 ‘신혜수’처럼 50대이지만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뜨거운 야망가이자 전략가 역할 같은 것들을 좀 더 맡아 왔다. 어쩌면 외모가 주는 한계에 가로막힐 수 있었을 터이나 그녀는 연기에 있어선 선을 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배우 중의 배우였다.

‘형제의 강’으로 시작된 그녀의 보통의 엄마 역할은, 본인에게조차 불확실하고 얼마간의 두려움을 선사하는 것이었으나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마다 울림을 안기는 인상적인 결과를 낳았다. 이는 최근 작품인 ‘닥터스’와 유작이 된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게까지 이어진다. 특히 ‘닥터스’는 그녀가 도입부에만 출연한 드라마다. 그럼에도 굳이 거론하는 까닭은, 짧은 분량에도 사람들의 뇌리에, 배우 김영애가 아닌 무책임한 아들을 대신해 알뜰살뜰히 손녀를 키우는 ‘강말순’으로 박히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앓았던 췌장암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 출연하던 중 그 증세가 더 악화되었다 한다. 물론 병세가 악화된 일과 그녀의 연기력과 연기를 향한 열정 사이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마치 삶과 죽음을 가로지르고 있는 사람이 아닌 듯, 브라운관에서만큼은 온전히 남편을 열심히 응원하고 자식들을 더없이 사랑하며 삶이 주는 희노애락에 최선을 다해 맞닥뜨리는 우리 시대 보통의 엄마, ‘최곡지’였으니까.

무려 47년, 김영애가 배우로서 불렸던 시간이다. 아까울 것 없이 다양한 배역에 도전했고 그에 따른 성과와 인정을 얻었음에도 죽음을 앞두고도 아까운 건 연기뿐이라 했단다. 오롯이 한 분야에 매진했던 존재로서, 이는 단순히 그녀의 뒤를 따르는 여성 연기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포기할 수 없는 하나의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마음 한 가운데 새겨두어야 할 자세이지 않을까. 삶과 죽음으로 우리에게 또 하나의 ‘열정의 모형’이 되어준 배우 김영애, 조심스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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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김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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