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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공감] ‘자체발광 오피스’, 뻔한 이야기에 담긴 빛나는 대사
2017. 04.28(금) 18:49
자체발광 오피스
자체발광 오피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 새로울 것 없는 캐릭터라 해도 빛나는 대사와 배우들의 연기력이 있다. MBC ‘자체발광 오피스’(연출 정지인, 박상훈 극본 정회현)가 저조한 시청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이유다.

“학자금에 집세도 내야하고 먹고 살기 힘드니까 왔지, 먹고 살려고 지원했습니다.”
“생각 없고 근성 없는 사람인지 그깟 이력 몇 줄로 어떻게 아세요? 저도 잘하고 싶었어요.”




극의 주인공, ‘은호원(고아성)’의 대사다. 은호원은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자화상으로 어떻게든 대학을 와서 대출 받아가며 겨우겨우 졸업했더니, 일할 곳은 물론이고 몸 뉘일 곳 하나 없는, 일명 흙수저 중의 흙수저다. 거기다 시한부 선고까지 받았으니 그 서러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

100번의 면접에서 떨어지는 과정 중에 호원이 얻은 거라곤 하고 싶은 말, 해야 할 말들을 속으로 삼키는 법뿐이었다. 주어진 틀은 상상 이상으로 강해서 벗어나기도 힘들지만 거기에 맞추어 사는 일도 만만치 않게 어렵더라. 하지만 갑자기 닥쳐온 죽음은 여태 그녀의 삶을 꽉 채워왔던 남루한 노력마저 허망하게 만들어 버렸다. 물론 그 덕에 스스로 겁쟁이라 부르던 이전의 모습을 벗어나 야무지게 할 말 다 하는 인물로 거듭났지만.

웬만한 깜냥이 아니고서야 면접 보는 자리 혹은 상사 앞에서 위와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자신의 죽음이 담보가 되니 절로 용기가 생긴 것이다. 삶의 마감을 눈앞에 두고서야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되찾는다는 설정 자체가 애달프긴 하지만(어쨌든 나중에 오진임이 밝혀지니까), 이는 호원이 단지 현실 속 수많은 흙수저 젊은이들의 입장에 서는 것만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까지 대변해 줄 수 있는 명확한 장치가 된다.

“그저 색깔이 다를 뿐인데, 이곳에 온 손님처럼 눈치를 보고 마치 이 줄의 색깔대로 내 미래가 결정된 것처럼 목에 걸 때마다 한 없이 무거웠다”

정규직이 되어 사원증을 목에 거는 순간의 대사다. 드라마는 참 드라마인지라, 여주인공 호원은 비정규직으로 시작하여 할 말 다 하는 그 와중에 정사원이 됨은 물론이고 잘 생기고 일 잘 하는 팀장(하석진)과의 사랑도 쟁취한다. 하지만 어떻게 얻은 귀한 사원증인데, 그녀는 마냥 기뻐하지만은 않는다. 심지어 ‘자존심과 바꿔 얻은’ 사원증이라며 ‘오늘 나는 행복한 걸까’ 자문한다.

누군가가 나의 가치를 계산하고 판단하는 것, 그 결과에 따라 주어지는 서로 다른 색깔 사원증, 이게 실제로 나와 우리의 미래를 대변해주는 것도 아니고, 어떤 절대적인 심판자의 것도 아닌데 뭐 그리 절박하게 굴었고 굴고 있을까. 결국 나와 우리의 가치는 목에 건 사원증이 색이 아니라, 매순간 삶과 얼마나 진지하게 맞부딪히고 있는가에서 나오는 것이며 신이 아닌 이상 누구도 그 가치를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호원이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어떤 결말을 맞이할 진 알 수 없으며, 결국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로 끝이 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의의를 가진다면, 곳곳에 놓인 진정성 어린 대사들이 뒤틀린 사회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절박함을 기만당하고 있는 오늘의 수많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나름의 자각을 할 수 있는 틈을 던져주는 까닭이리라. 물론 뻔한 스토리와 캐릭터에 담겨져 있는 시대의 아픔이 제대로 된 위로를 주진 못할 지라도 그들이 맞이하는 낭만적인 결말이 조금이나마 밝은 앞날을 향한 격려가 되어주길 바라본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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