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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시민' 박인제 감독, '소통'을 무기로 정치판을 그리다 [인터뷰]
2017. 04.30(일) 07:53
특별시민, 박인제 감독
특별시민, 박인제 감독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5월 9일 대선을 앞두고 선거판을 정조준한 영화 한 편이 충무로에 등장했다. 지난 2011년 권력에 대항해 조작된 사건을 추적해가는 기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문제작 '모비딕'으로 충무로에 데뷔한 신인, 박인제 감독이 5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문제작이다.

지난 28일 개봉한 '특별시민'은 현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가 차기 대권을 노리고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치열한 선거전을 그린 이야기다. 변종구 시장의 선거전을 통해 인간의 권력욕을 조명하고 이로 인해 벌어지는 비리를 통해 현실의 정치 세계와 주위에 얽힌 관계들을 그려냈다.

변종구와 그의 심복 심혁수(곽도원)가 욕망에 휩싸여 저지르는 비리, 그리고 변종구의 선거 캠프에 새롭게 합류한 '젊은 피' 박경(심은경)이 이들의 비리를 목격하게 되며 벌어지는 일련의 이야기는 현실 속 정치판의 모습을 고스란히 닮아 있다. 신인 감독으로서, 또 상업 영화로서 정치라는 소재는 위험한 선택일 수 있지만, "권력에 대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권력 자체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레 관심사가 옮겨갔다"는 것이 박인제 감독의 설명이었다. '권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정치인이고, 정치의 꽃이 선거라는 생각에 착안해 시나리오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는 것.



영화는 공교롭게도 대통령 탄핵 이후 열린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개봉하게 됐다. 때문에 영화 속 네거티브가 판치는 진흙탕 싸움은 현실의 선거전과 맞물려 기시감을 자아낸다. 지나치게 현실적이지만, 박인제 감독은 "취재라고 해봐야 여의도에서 정치 컨설턴트로 일하시는 분들을 만나본 것이 전부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선거 사례를 조금 참고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에 살면서 매일 뉴스를 접했으니, 그간 체화한 것들을 바탕으로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선거판을 설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범죄물, 수사물 등 상업 영화 속 장르물에서 흔히 기대할 수 있는 쾌감을 기대하고 왔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는 솔직한 이야기를 꺼내 놓는 박인제 감독이다. "정치라는 큰 틀에서 그 안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캐릭터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장르적인 장치를 이용해 긴장감을 자아내는 콘셉트가 아니다. 선이 악을 응징하는 속 시원한 결말도 없고, 소소한 격투 신도 없으니 관객들의 예상에서 많이 벗어난 영화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예상 밖의 이야기가 결론적으로는 현실에 적중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현실의 정치인과 맞닿은 부분이 많고, 있을 법한 사건들이 벌어지다 보니 리얼리티만은 확실하게 살렸다는 것. 자본의 중압감을 생각한다면 때로는 자극적인 요소들이 등장해 소위 '막장' 스토리가 펼쳐져야 하지만, 영화 전체의 분위기와 맞지 않는 클리셰는 과감하게 걷어내자는 것이 그의 선택이었다고 했다. 이에 충분히 자극적으로 각색할 수 있는 장면들도 담백하게 묘사하고, 선거전의 양상을 그리는데 집중했다고.

티브이데일리 포토

담백한 스토리에 더해진 명배우들의 열연은 '특별시민'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다. 최민식을 위시해 곽도원 심은경 라미란 문소리 등 충무로에서 내노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두 번째 상업 영화를 내놓는 신인 감독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라인업인 셈이다. 박인제 감독은 "평소 정치 영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최민식이 흔쾌히 출연에 응해줬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변종구 캐릭터로 염두에 둔 배우가 참여해줬으니 나로서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며 "최민식의 존재만으로도 내가 원하는 대로 캐스팅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모인 배우들이 모두 '1등 배우'였다. 그저 나만 잘하면 되는 상황이었다"고 농담을 던졌다.

"평소 시나리오 위에 많은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박인제 감독의 작업 방식은 노련한 배우들을 만나 빛을 발했다. 평소 촬영을 시작하기 전 긴 프리 프로덕션 과정을 통해 배우들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각 배우들의 동작이나 말투를 파악해 작품 속에 녹여내는 등 상호 간의 소통을 지향한다는 박인제 감독. 그의 작업 방식에 맞춰 배우들 역시 온전히 '특별시민' 촬영에만 힘을 쏟았고, 현장에 일찍 도착해 꼼꼼한 리허설을 거쳐 장면을 만들어 냈다고 했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면 대사나 동선이 즉석에서 수정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극 중 하이라이트 신으로 꼽히는 서울시장 후보 생방송 TV 토론회는 즉석에서 토론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돼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대부분이었고, 변종구가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러 아내에게 뺨을 얹어맞는 장면 또한 격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배우들의 아이디어였다고 했다.

"시나리오의 대사 그대로 가는 게 정답이 아닌 신들이 있어요. 촬영을 하다 보면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의 강도가 달라질 때도 있고, 그럴 때는 해당 인물을 직접 연기하는 배우들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편이죠. 의심이 가는 신이 있으면 제가 먼저 촬영 전 리허설에서 이야기를 꺼내요. 각 캐릭터의 입장에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고, 바꿀 수 있는 것들은 현장에서 고치는 식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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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직접 쓴 시나리오를 타인의 충고에 따라 수정하는 것은 감독으로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일일 터. 하지만 박인제 감독은 작가로서의 자존심을 내세우는 대신 이를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촬영이 시작된 이후 시행착오를 겪으면 망친 회차의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시나리오 속 세상을 현실 위에 얹으면 당연히 변수가 많을 수밖에 없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모두의 힘을 모아 변수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

또한 그는 "배우들의 연기 스타일을 최대한 존중해 지문과 대사 위에도 가능성을 열어 둔다"고 했다. 배우가 여태껏 경력을 쌓아오며 만든 자신만의 연기 스타일을 존중하고, 그들의 연기에 제한을 두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지문을 통해 배우의 행동 하나하나를 통제하려는 대신 최대한의 자유를 주고, 그 안에서 한층 자연스러운 장면을 만들어 낸다는 그의 연출 방식이 '소통'이라는 정공법을 만나 빛을 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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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박인제 감독이 소통을 무기로 그려낸 '특별시민' 속 정치판에는 소통이 없다. 부패한 정치인은 계속해 '꼼수'를 부리며 승승장구하고, 그의 권력욕이 사람을 죽게 만드는 순간에도 권선징악이 없다. 하지만 "마냥 절망적인 결론은 아니다. 부패한 변종구의 모든 것을 지켜본 박경이 평범한 유권자로 돌아가는 모습을 통해 결국은 유권자가 승리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낸 촛불 시위가 전한 희망처럼, 결국 세상은 어떤 형태로든 바뀌지 않을까요. 그 원동력은 분명히 유권자들이 지닌 힘이고, 결국 투표를 통해 권력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투표의 소중함을 관객분들이 느껴주셨으면 해요. 그렇게만 된다면 저는 기쁜 마음으로 또 다른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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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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