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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공감] ‘맛 좀 보실래요’ 제작 중단, 피해는 누구의 몫인가
2017. 05.02(화) 16:27
SBS 창사 25주년을 맞아 발표된 로고와 슬로건
SBS 창사 25주년을 맞아 발표된 로고와 슬로건 '함께 만드는 기쁨 SBS'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연휘선 기자] 때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과감한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과감한 결단을 내림에 있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 앞서 반드시 선결돼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맛 좀 보실래요’의 제작 중단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과감한 결단으로 인한 피해가 을에게 전가된 모양새다.

SBS는 지난 달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상파 광고 시장 축소, 제작비 증가 등 국내외 방송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프로그램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방송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할 예정이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사랑은 방울방울’ 이후 해당 시간대에는 일일 드라마를 편성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후속 편성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SBS는 해당 시간의 드라마를 폐지한 것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현재 방송 중인 SBS 일일 드라마 ‘사랑은 방울방울’ 후속으로 방송이 예정된 ‘맛 좀 보실래요’ 팀은 날벼락을 맞게 됐다.



익명의 관계자는 티브이데일리에 “SBS를 믿고 일을 진행했던 우리가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제작사는 제작사대로, 협찬사는 협찬사대로, 광고대행사는 또 광고대행사대로, 그리고 세트 제작이며 캐스팅 디렉터, 배우, 스태프들까지 자세한 피해 규모를 일일이 다 알 수 없다. 모든 것이 스톱되었고 그 패해는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되나 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맛 좀 보실래요’는 2016년 연말부터 편성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리고 2017년 1월 편성돼 제작사에 편성을 통보했다. 이때부터 감독과 제작사가 만나 작품 준비를 위해 스태프 구성, 협찬, 광고, 지분, 앞으로의 진행 계획 등 구체적인 이야기에 들어갔다. 작가 역시도 집필실을 계약하고 보조작가를 구하는 등 본격적인 집필에 들어갔다.

올해 2월경부터 캐스팅이 시작됐다. 문제는 이 시기가 각 방송사에서 일일 드라마가 시작하는 시점이 비슷해 상대 방송사 역시 캐스팅과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배우와 스태프들 중 다수가 다른 프로그램의 제안을 거절하고 ‘맛 좀 보실래요’를 선택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캐스팅 완료 이후 3월 23일 첫 상견례 자리에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껏 고무돼 열심히 해서 포상휴가를 가자고 첫날부터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두 번째 대본 리딩 이후 SBS 관계자가 회식 자리에 참석해 드라마에 대한 칭찬과 함께 독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두 번째 대본 리딩이 끝난 3일 뒤인 4월 3일 SBS 편성국은 일방적으로 감독에게 폐지를 통보했다. 이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감독이 드라마국에 문의했을 때까지만 해도 드라마국에서 폐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4월 4일 드라마국으로부터 폐지 확정 이야기를 듣게 됐다. 이 관계자는 “드라마가 폐지됐으니 알아서 수습하라는 이야기였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배우들이 어떻게든 드라마가 제작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일부 배우들은 SBS에 120회 드라마를 80회만이라도 방송하게 해줄 것을 건의했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60회만이라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안에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때 막을 내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배우들의 요청에도 SBS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통상 일일극은 8개월 정도 작업 기간을 거치기 때문에 이 작품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연말까지 스케줄을 비워둔 상태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은 이제 생업을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만약 작가가 신인작가가 아닌 스타작가라면, 만약 배우가 소위 말하는 한류스타라면, 만약 감독과 스태프,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한 협력자라 생각했다면 이런 식으로 통보했을지 의문이다. 참으로 황망하고 참담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SBS 관계자는 “’맛 좀 보실래요’의 편성 불발은 단순히 한 작품의 편성 불발이 아니다. 드라마국 전반에 걸쳐 시청자의 편성 패턴에 따른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왔던 여파다”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SBS는 드라마 본부장을 중심으로 ‘맛 좀 보실래요’와 같은 저녁 시간대 일일드라마 뿐 아니라 아침드라마, 주말드라마 등의 편성에 대해 변화를 줄 방안에 대해 고민해왔다.

가령 지난해 방송된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를 토, 일요일 2일 연속 방송에서 토요일 밤 1일 2회 연속 방송으로 변경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전통적으로 심야 예능, 교양 시간대로 여겨졌던 월요일 밤 11시 대에 미니드라마 ‘초인가족 2017’를 편성한 것도 마찬가지 사례다.

무엇보다 관계자는 이 같은 고민은 비단 SBS의 일이 아니라 방송사 채널 전반에 걸쳐 고민하고 있는 사안이라 밝혔다. 관계자는 SBS 드라마 본부장이 MBC와 KBS 등 지상파 드라마 본부장과 만나 월화극과 수목극 등 프라임 타임에 주로 방송되는 미니시리즈의 편성안 변화를 동시에 꾀하고자 한 일도 있었다고 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케이블TV tvN에서 월요일, 화요일 심야 시간대에 드라마를 편성하고, 여기에 종합편성채널 JTBC까지 가세해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금토드라마 시간대를 확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방송 이용 환경이 바뀌며 시청 시간대도 영향을 받고 있으니 편성 시간대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SBS 관계자는 ‘맛 좀 보실래요’ 편성 불발과 관련해 밝혔던 경영난의 이유를 한 번 더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적자가 오랜 시간 누적된 것은 맞다”고 토로했다. 또 “다만 이로 인한 고민은 SBS뿐만 아니라 MBC, KBS 등 여타 지상파 방송사들의 오랜 고민이다. SBS로서 먼저 과감하게 허리띠를 졸라맨 셈”이고 덧붙였다.

결국 방송사의 지속적인 편성 고민과 누적된 경영난이 맞물려 예정됐던 드라마의 편성을 뒤엎는 꼴이 됐다. 1년 365일, 쉬지 않고 돌아가는 드라마 편성 시계에서 방송사마다 한 해 소요되는 평균적인 제작비만 수백억인 터다. 그러나 그에 따른 수입원은 광고 편성, 간접광고, 판권 계약 등으로 제한적이고 불투명하다. 이 가운데 어떤 드라마를 방송할지 말지는 분명 방송사의 고유 권한이다.

다만 한 편의 드라마가 송출되기 까지 필요한 수많은 제반 작업을 방송사가 모두 관장하지는 않는다. ‘맛 좀 보실래요’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를 위해 다양한 배우들이 또 다른 드라마를 포기한 채 모였고, 제작사도 시간과 비용을 들여 편성을 준비했다. SBS의 로고 ‘함께 만드는 기쁨’이 적어도 이번 편성 불발에서는 무색해졌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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