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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모' 황동주, 비온 뒤 땅은 더 굳어진다 [인터뷰]
2017. 05.07(일) 12:17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황동주 인터뷰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 황동주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처음 마주 앉았는데 왜인지 낯설지가 않았다. 어린이 드라마계 불후의 명작 '요정 컴미'에서 가지각색의 학생들을 한데 아우르는 인자한 선생님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 황동주는 17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처럼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첫 만남이란 묘한 어색함을 자연히 걷어냈다.

한결같은 모습만큼이나 황동주란 사람이 멋있는 이유는 스스럼없이 마음을 터놓는 솔직함 때문이었다. 그의 연기 인생 20년 면면에 녹아든 치열하고도 처절한 일대기들은 한참 동안 푹 빠져들 만큼 진지하기만 했다.

황동주의 연기에 대한 갈망은 대담했던 '초딩' 시절로 거슬러간다. 대중에 모습을 보여야 하는 사명을 가진 배우의 어릴 적 모습은 과연 그 떡잎부터 남달랐다.



"초등학교 때 신문에 영화 '혼자도는 바람개비' 아역배우 오디션을 뽑는다는 거예요. 부모님께 말도 안 하고 혼자 사진을 들고 가서 신청을 했어요. 당연히 서류에서 떨어졌겠죠? 근데 전 연락이 없어서 전화를 했어요. 당연히 합격이라고 생각한 거죠. 그랬더니 '며칠날 옷 이쁘게 입고 와라' 하시더라고요. 갔더니 생전 처음 보는 대본을 주고 읽으라는 거예요. 국어책도 잘 못 읽는데 뭔줄 알고 읽었겠어요. 말도 안 되는 걸 하고 왔죠. 또 떨어졌죠. 또 연락이 없길래 또 전화를 했어요. 왜 전화 안 해주냐고. 그랬더니 '너 떨어졌다'고 하는 거예요. 그러고는 잊어버리고 살았어요. TV에 나오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고 생각했죠. 그러다가 우연히 아는 선배가 다니는 광고 회사에 놀러 갔는데 '사진 한 번 찍어보겠니?' 물어보더라고요. 해서 찍었는데 그 회사에 에이전시가 있었던 거예요. 제작도 하고 매니지먼트도 하는. '이런 데 관심 없냐'해서 옷 깨끗하게 입고 집에서 머리에 뽕을 한껏 주고 가서 사진을 찍었죠. 그걸로 광고 진짜 많이 했어요. 그전까지는 수영장에서 수영 강사를 했죠."

수영 강사를 하던 황동주에게 광고 업계는 별세계였다. "수영장보다 광고 알바가 (페이가) 훨씬 좋더라. 수영장 내내 일한 거보다 잠깐 광고 찍고 오면 그 돈을 주는 거다. 그래서 시작하게 됐다"고 너스레를 떤 그는 "여러 명 우르르 나오는 맥주 광고를 시작으로 백화점 메인 모델, 라면 등 여러 광고를 찍었다. 그러다 우연히 아는 선배를 통해 방송국 오디션을 보게 됐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그렇게 1996년 KBS2 청소년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계절'로 연기에 입문한 황동주는 '고정 배역을 맡겠다'는 꿈을 꿨다. 그런데 그 꿈이 불과 4년 만에 이뤄져 버렸다. 그것도 2년간 총 476부작, 자체 최고 시청률 15.34%을 찍은 '요정 컴미'란 대작을 통해.

티브이데일리 포토

일찍이 꿈을 이룬 황동주는 말 그대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한 번에 볼 수 없어 스크롤바를 내려야 할 정도다. 그중 드라마 주연 자리도 꽤 된다. 그런데 그의 배우 인생에 2009년은 비어 있다. 그 시기, 진지하게 태국 이민을 생각했단 사연이 이어졌다.

그는 "신인 때 아침드라마를 많이 했는데 당시 소속사는 조금 쉬었다가 미니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그 후에도 아침드라마가 들어왔는데 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거절이 된 게 많았다. 사람 심리가 6개월, 1년 지나니까 '이 정도 공백이 있었으면 더 좋은 작품을 기다려야 하지 않나'는 어리석은 욕심이 생기더라. '1년이나 쉬었는데'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한 거다"라고 회상했다.

공백은 뜻밖에 3년 반이 됐다. 특별출연도 없는 깨끗한 휴식이었다. 결국 그는 여행하다 반한 태국으로 이민을 결심했다. 방송국 들어와서 세운 목표를 이뤘기에 연기에 대한 미련은 없었단다.

황동주는 그때를 과도기라 표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가족회의를 했다. '정말 그만두겠냐. 미련이 안 남겠냐' 묻는데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근데 식구들은 나보다 어른이지 않느냐. 그 말이 맞았다. 이제는 얘기할 수 있지만 재기하기엔 너무 공백이 길어 카메라 앞에 선다는 두려움이 컸다. 근데 집에서 '1년의 유예기간을 잡고 1년만 해봐라. 그리고 나서도 재기가 안 되고 인정 못 받으면 그때 가라'더라"고 털어놨다.

가족들 말에 의지해 황동주는 회사도 없이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친구를 만나 상의를 했다. 그 친구 말이 "지금은 좋은 역할 안 준다. 3년 반 동안 잊혀지고 나이도 먹었으니 1년 동안은 가리지 말고 다 하자"였다고. 그 1년 동안 황동주는 정말 가리지 않고 다 했단다. 연극도, 극 중간 투입도, 불륜남 찌질남 사기꾼 등 욕먹는 역할도 그때 다 처음 뚫었다.

"'1년 뒤에 안 하면 되잖아'란 생각으로 내려놓고 했어요. 운이 좋게 그 1년동안 작품을 너무 많이 한 거예요. 4개를 했어요. 1년쯤 될 때가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었어요. 근데 그 뒤로도 일이 들어오는 거예요. 계속 연결이 됐어요. 그러다 다시 아침드라마 주인공으로 갔어요. 공백기 전 내가 있던 위치까지 올라가게 된 거예요. 그렇게 못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마음고생은 신인 때보다 공백 깨고 나왔을 때 훨씬 많이 했어요. 신인 때는 멋모르고 하잖아요. 그러면서 일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고 촬영장 나가서 사람들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죠. 입은 '미련 없다' 했는데 원래는 하고 싶었던 거죠. 안 되면 창피하니까 입으로만 떠들었던 거죠."

티브이데일리 포토

'멋있어 보이는 것'에 집착하던 황동주는 공백기 후 첫 작품인 KBS 사극 '명가'를 계기로 마음가짐을 바꿔 먹었다. "유목민 중에 대장 역할이었다"고 운을 뗀 그는 "시커멓고 버짐 있는 분장에 긴 머리 가발, 거지 같은 옷을 입었다. 내가 분장실에서 나오는데 스타일리스트도 못 알아봤다. 처음으로 그런 역할을 했는데 눈물이 쏟아지더라. 첫 신 촬영 들어갔는데 감독님이 '동주 씨 눈에서 레이저가 나와요'라고 하셨다. 그런 장면이긴 했지만 그동안 묵혀 있었던 게 그 한 신으로 풀어진 것 같다. 연기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그 전에는 크게 힘든 것 없이 운 좋게 일을 했다. 이젠 나한테 들어오는 작품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다. 우리는 일이 없으면 백수다. 일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10이면 일이 없어서 받는 스트레스는 1000이다"고 했다.

만약 공백기가 없었다면 연기 패턴도 이렇게 안 바뀌었을 거라는 그다. 얼마 전에는 과거 매니저였던 동생이 "MBC 주말드라마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이하 '아제모') 보면서 형이 모든 걸 내려놨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연락했단다.

"사람들이 그래요. '왜 찌질한 역할 하세요?' '다음 건 좀 멋있는 거 골라서 하셔야 하지 않아요?' 물론 멋있는 거 골라서 하고 싶긴 해요. 그렇지만 제가 그렇게 골라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현실적으로. 저는 아직은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찌질한 역할을 해도 '아제모'의 찌질함과 '위대한 조강지처'의 찌질함은 조금의 차이가 있어요. 보는 분들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저 나름대로는 캐릭터 차이도 두고 찌질함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있거든요. 매번 똑같진 않아요. 찌질하든 악역이든 멜로든 나쁜 놈이든 들어오면 다 도전해보고 싶어요. 물론 들어온다면 멋있는 것도 해보고 싶고요."

이 대답 이상 어떻게 다 내려놨다고 설명하겠나. 불혹을 넘긴 황동주는 어떤 것에도 미혹되지 않는 경지의 말을 이어나갔다.

"꿈을 이뤘는데도 불구하고 항상 스트레스 받고 일에 대한 욕심도 생긴다"며 "분명 신인 때보다 지금 연기가 더 잘할 거다. 신인 때는 개판이었을 거다. 근데 왜 스트레스를 받을까. 욕심이지 않느냐. 근데 그 욕심을 버릴 순 없다. 그 욕심 없으면 어떻게 일하느냐. 그래서 사람들이 욕심이 한도 끝도 없다고 얘기 하나보다. 가끔은 이 생각을 한다. 그 욕심을 조금은 내려놔야 하지 않을까. 내가 갖고 있는 욕심을 너무 많이 부리다 보면 내 자신도 힘들지만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그래. 조금만 욕심을 내려놓자' 그렇게 위안 삼는다"는 그다.

그래도 꿈이 뭐냐고 계속 캐물었다. 쉼 없이 연기하고 싶다는 그는 아직 영화를 해본 적이 없다며 기회가 닿는다면 영화를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쉬지 않고 연기하면서 사람들한테 손가락질 받지 않는 연기력을 갖추는 것, 그러면 행복할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보면서 '아 쟤 나오면 재밌어' 아니면 '쟤가 연기는 잘하지' 이 소리 들을 때가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 어렸을 땐 '멋있어요' '실물이 훨씬 나아요' 그런 게 좋았거든요. 걸어 다닐 때도 입 다물고 조용히 다녔는데 요즘은 '아유~ 안녕하세요' 이러고 다녀요. 앞으로도 사람들이 '황동주가 나오면 참 재밌어'라 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해요. 그거보다 좋은 건 없는 것 같아요."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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