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형 청춘수기 ‘개인주의자 지영씨’, 민효린·공명 잘했다 (종영)
2017. 05.09(화) 23:17
개인주의자 지영씨 민효린 공명 지일주 장희령 오나라 2부작 종영
개인주의자 지영씨 민효린 공명 지일주 장희령 오나라 2부작 종영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내 몸 건사하기도 벅찬 청춘, 누군가를 제대로 책임지기도 힘든 처지라면 이대로 혼자 걷는 게 맞을까. 재미있는 ‘지옥’을 각오하고 사람들의 옷자락을 부여잡아야 할까. ‘개인주의자 지영씨’가 요즘 청춘들의 하릴없는 고민, 사회 시류를 반영한 또 하나의 2017년형 청춘 수기(手記)로 거듭났다.

9일 밤 방송된 KBS2 2부작 월화 미니드라마 ‘개인주의자 지영씨’(극본 권혜지·연출 박현석) 마지막회 2회에서는 사람이 불편한 개인주의자 나지영(민효린)과 사람이 늘 ‘고픈’ 인맥주의자 박벽수(공명)가 서로의 벽을 허물며 서서히 정을 쌓아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박벽수를 한사코 밀어내던 나지영은 박벽수의 과거사를 알게 됐고, 속내를 털어놓으며 가까워졌다. 나지영은 아픈 자신을 간호해주는 박벽수를 향한 고마움과 함께, 이성의 끈이 끊어진 듯 벽수에게 “침대 위로 올라와도 안 좁다”라며 그를 붙잡았다.

선한 박벽수는 “아무 남자한테나 그러면 안 된다. 나니까 그냥 간다”라며 지영을 뿌리쳤다. 지영은 그런 벽수를 잡으며 “나도 가끔은 누군가와 같이 있고 싶다. 가지 마라”라며 벽수를 잡았다. 벽수는 남자의 본능으로 지영에게 키스를 하려 했지만, 사람이 낯선 지영은 키스도 거부하며 “옷은 각자 벗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다음 날 나지영은 평소와 다름없이 차가운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아침에 만난 벽수에게 “외로운 크리스마스에 이웃에게 봉사활동한 것으로 하자”라고 대응했다. 지영의 진짜 속내는 달랐다. 지영은 하루 종일 벽수를 떠올리며 홧김에 원나잇스탠드를 한 자신을 자책하며 괴로워했다. 고슴도치 같지만 속내는 여린 지영의 인간미가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이후 벽수는 지영에게 서서히 다가갔고 둘은 조심스레 서로의 연인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래도록 자신의 상처에 매몰된 지영에게 연애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몰랐다. 지영은 벽수와 연애를 하던 중, “내가 왜 좋은데?”라며 또 한 번 방어벽을 드러냈다.

벽수는 지영에게 “(네 멘탈이) 강철이든 유리든 상관없다. 널 위해 웃어주고 울어주는 사람이 될 것”이라며 무한한 애정을 과시했다. 그러나 극의 클라이맥스에서 지영은 결국 또 한 번 자신의 한계에 부딪혔다. 그는 자신을 가족과 연결 시킨 벽수에게 “왜 네 맘대로 나에 대해 알려고 하냐”라며 격한 분노를 드러냈다.

지영은 진짜 속내를 숨기고 벽수에게 마음에도 없는 날선 말로 이별을 고했다. 이처럼 '개인주의자 지영씨'는 남녀의 끌림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평범한 연애 플롯이기 전에, 방송 후반부에도 씻을 수 없는 상처에 몸부림치는 지영의 내면을 사려 깊게 들여다보는데 집중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곁을 차지하고 그와 영혼의 교류를 나눈다는 것은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일까. 지영은 의사를 찾아가 별 수 없이 벽수가 그리운 마음을 드러내며 “나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누구나 자문하는 말, 사랑 주고 사랑 받으면서 내가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방송 말미 어느 정도의 생각할 시간을 보낸 두 사람은 회귀하듯 서로를 찾기 시작했다. 진심을 나눴던 순간은 사라지지 않았다. 개인주의자임을 자처했던 지영은 누구보다 간절하게 벽수를 원했다. 그런 지영을 다시 찾아온 벽수는 환한 미소로 지영의 진심을 알아보고 화답했고 극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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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지영씨’는 시선을 사로잡는 제목만큼이나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백분 충족시킨 영상미, 명징한 작품의 의미(message)를 과시했다. 개인주의자라는 단어가 다소 생경한 듯 뇌리에 박힌 가운데, 극본은 나지영의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마치 소설처럼 때론 만화의 한 장면처럼 섬세한 결로 묘사해냈다.

가령 나지영이 감춰왔던 약하디 약한 속내를 스스로도 이기지 못하고 박벽수에게 돌연 애처로운 강아지처럼 원나잇을 제안하는 대목은 애틋한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사람들에게 상처 받아 쌀쌀맞은 얼음 공주처럼 굴지만, 속사정은 딱하기 이를 데 없는 그의 방어벽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물론 누구나 갖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역치’가 깨지는 순간과 오버랩될 수밖에 없었던 것. 나지영이 사람들의 뒤에서 몰래 짓는 표정과 고민의 순간들은, 그 자체로 우리 모두의 것이기도 했다.

뚜렷하게 살아 숨 쉰 캐릭터들의 말과 행동과 몸짓, 그 힘을 간과할 수 없다. 개인주의자와 인맥주의자의 러브스토리가 드라마의 주된 플롯인 만큼 드라마는 나지영과 박벽수의 개성을 살리는데 주력했다. 카메라는 이들의 얼굴을 직접적으로 클로즈업하거나, 수줍어하며 정을 쌓아가는 이들의 설렘을 문 밖에서 살짝 훔쳐보듯이 찍는 기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특별히 ‘개인주의자 지영씨’는 현재 청년 세대의 시류를 있는 그대로 반영했다는 점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독신으로 살아갈지, 누군가와 함께 동행할지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보는 요즘 세대의 씁쓸한 처지는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용해되면서 극적 사실감을 높였다. 배우 민효린과 공명은 설레다가도 토라지고 아프고 헤어지는 또래 세대들의 연애를 현실처럼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시류를 반영한 세련된 2030세대들의 이야기, 2017년형 로맨스가 이렇게 또 하나 추가됐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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