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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 변성현 감독 "영화, 딱 다섯 편만 찍어 보려고요" [인터뷰]
2017. 05.14(일) 15:52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변성현 감독 인터뷰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변성현 감독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독특한 사람이다. 가문의 영광으로 불릴 칸 영화제 초청 소식 앞에서도 덤덤한 표정을 잃지 않는다. 변성현 감독의 독특한 '마이 페이스'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남다른 목표와 이유 있는 자신감을 털어놓은 그의 이야기에는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확고한 소신이 있었다.

오는 17일 개봉을 앞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제작 CJ엔터테인먼트, 이하 '불한당')은 범죄조직의 일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임시완)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 액션 드라마다. 제70회 칸 국제 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받아 화제가 됐다.

변성현 감독은 전작인 '나의 PS 파트너'를 촬영할 때부터 다음 작품의 스토리를 구상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불현듯 떠오른 것이 지금의 '불한당'이라고. 그는 "언더커버 장르를 선택했다고 하니까 반대가 엄청났다. 언더커버 장르의 대명사가 된 '신세계'가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전례가 있으니, 혹여나 모방작이라는 이야기를 들을까 주위의 우려가 많았다"고 말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기존 작품과 다르게 쓰고,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며 제작사를 설득한 끝에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변성현 감독은 '불한당'과 보통의 언더커버 장르 영화들 사이에 차이점을 두기 위해 '비틀기' 전략을 썼다고 했다. 그러면서 "흔히 이런 장르에는 언더커버의 정체가 발각되느냐 마느냐에 대한 긴장감, 인물이 겪는 정체성에 대한 혼란 등의 주요한 소재들이 있다. 그런 것들을 다 버리고 이야기를 짰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클리셰가 되는 스토리의 전개 방식을 비틀고, 인물의 기본적인 설정과 성격을 모두 비틀어 버렸다는 것.

캐스팅 역시 "조금씩 이미지를 비틀어 보자는 생각으로 접근했다"는 변성현 감독이다. 특히 현수 역을 맡은 임시완에 대해서는 "그가 가지고 있는 남성성이 보일 수 있으리라 믿었다. 어떻게 보면 현수가 '불한당'이 돼가는 성장 스토리로 볼 수 있는 영화니까, 극 초반에는 대중들이 알던 상큼한 임시완의 모습이었다가 뒤로 갈수록 어둡게 변화하는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캐릭터의 성격이 변하는 시점을 미리 계산해 정해서 관객들이 느끼는 거부감을 줄이려 했다는 것.

설경구 역시 재호의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 하에 캐스팅했다고. 설경구의 초기 작품들부터 그의 팬이었다는 변성현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속을 알 수 없는 설경구의 옆모습에 마음이 끌렸다"고 말했다. 재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지 않은 순간마다 설경구의 의뭉스러운 표정들이 이야기 전개에 큰 힘이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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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현 감독이 공을 들인 또 다른 부분은 바로 '스타일'이라고. 3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짧은 프리 프로덕션 기간을 모두 콘티를 짜는데 쏟아부었다고 했다. "이례적으로 촬영감독님 세 분과 콘티 작가님까지 다섯 명이서 머리를 모았다"는 것. 변성현 감독은 "엄청나게 싸웠다. 다들 고집도 세고 추구하는 스타일도 확실해서 매 신 언쟁이 벌어졌다. 대신 자기 아이디어가 통과되면 정말 기뻐했다. 그렇게 치열하게 만든 콘티와 80퍼센트 이상이 일치하게끔 그대로 촬영을 했다. 그만큼 촬영 횟수도 줄어들고, 원하는 그림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변성현 감독이 만들어 낸 '불한당'의 액션신은 만화를 연상케 하는 색감과 구도, 장면 전환 등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끈다. '스타일리시'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하지만 정작 연출 기법에 대한 전문 서적을 읽어본 적은 없다는 그다. 그저 지금까지 나온 모든 영화들을 교과서로 삼아 장르를 가리지 않고 보는 것이 비법이라고 말했다. 또한 만화 같은 독특한 구도와 비현실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는 비법으로는 만화책을 꼽았다. "슬램덩크는 전권을 소장하고 있고 다카시 츠토무의 '지뢰진', 타카하시 히로시의 '크로우즈', 아다치 미치루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는 "한국 영화에서 총이 나오면 우선 사람들이 심리적인 거리감을 두니까 아예 오프닝부터 총을 꺼냈다. 우리가 이런 영화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황량한 사막 같은 곳에 교도소를 세워 놓고, 부산의 항구에 러시아 마약상들의 화려한 클럽을 만들어 놓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라고. "처음에는 '우리나라에서 이게 말이 되는 설정이냐'는 주위의 우려가 많았다. 그래도 이 영화는 이렇게 가야 한다고 주장을 한 끝에 결국 제작사의 동의를 얻고 미술 감독님 도움을 받아 내가 원하던 미장센을 구현해 냈다"고 말했다.

"설경구 선배가 촬영 중간에 모니터를 하시더니 '얘네는 영화를 찍으랬더니 만화를 찍고 있느냐'고 핀잔을 주실 정도로 그림에 공을 들였어요. 하지만 너무 만화 같아서는 안됐죠. 관객들이 한국 어딘가에 이런 교도소도 있고, 클럽도 있다고 믿게 만들어야 했거든요. 그런데 미술 감독님은 상상력이 너무 뛰어나고, 촬영 감독님은 현실적이시고, 제가 딱 그 중간이어서 중심을 잡는데 애썼어요. 다행히 재호나 현수 등 인물들이 현실적인 고뇌를 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이야기가 허공에 붕 뜨지 않았죠."

이처럼 '비틀기'에 공을 들인 덕분일까, '불한당'은 칸 영화제에 진출해 뤼미에르 극장의 레드카펫을 밟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하지만 변성현 감독은 "칸 초청은 말 그대로 얻어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일생의 영광이 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저 "출품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제작사에서 '불한당'의 완성도를 높이 쳐주셨다는 것에 기뻐했고, 칸 초청 소식을 전화로 들었던 날에는 정말 기뻤지만 그 뒤로는 또 별 생각이 없었다"는 무심한 답변이 이어졌다.

변성현 감독은 "이번 칸 진출이 앞으로 내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 같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사실 아무 영향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영화제를 노리는 작품을 만들지도 않을 것이고, 상업 영화를 계속 찍겠다"는 것이다. 독립영화였던 첫 장편까지 따지면 총 세 편의 영화를 찍은 지금, 그는 "다섯 편을 찍으면 감독으로서 목표를 다 이룬 것이다. 계속 감독 일을 하게 될지는 그 이후에 생각할 일"이라고 말했다. 세상에는 영화보다 중요한 일이 많다고 생각하고, 영화 때문에 모든 삶의 가치가 함몰되는 상황 또한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거창하게 '영화인'이라고 불리고픈 마음은 없어요. 평생 영화감독을 하겠다는 욕심도 없고요. 다만 이게 제 직업이니, 직업만큼은 잘 해내고 싶은 거죠. 앞으로도 상업영화를 찍고 싶고, 그중에서도 성의를 담아 색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상업영화를 찍고 싶어요. 이런 도전을 하는 영화가 계속 손익분기점을 넘고, 흥행에 성공한다면 좀 더 과감한 사람들이 등장하지 않을까요? 그거면 만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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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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