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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 설경구 "17년 만의 칸 行, 일희일비 말아야죠" [인터뷰]
2017. 05.15(월) 07:07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설경구 인터뷰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설경구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배우 설경구가 신작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들고 '박하사탕' 이후 17년 만에 프랑스 칸으로 향한다. 데뷔 25년 차, 벌써 네 번째로 칸 영화제에 초청받은 베테랑이지만 설경구는 이 초대가 그저 얼떨떨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오는 17일 개봉을 앞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제작 CJ엔터테인먼트, 이하 '불한당')은 범죄조직의 일인자를 노리는 재호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임시완)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범죄 액션 드라마다. 설경구는 재호 역을 맡아 속을 알 수 없는 의뭉스러운 인물을 그려냈다.

설경구가 연기한 재호는 극 중 조직 폭력배들의 냉정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속내를 숨기고 살아가는 중간 보스다. 때문에 설경구는 모든 상황에서 재호의 감정을 일일이 계산해 이를 드러내지 않고 연기해야 했다. 현수가 언더커버라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고 시작하는 영화이니 반대로 재호의 알 수 없는 속내가 긴장감을 자아내는 도구가 됐기 때문이라고. 설경구는 "특히 살기 위해 뒤통수를 쳐야 할 대상, 현수를 향한 감정을 숨기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영화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임시완과 설경구의 '브로맨스'다. 두 인물이 신뢰와 배신을 통해 쌓아가는 관계가 영화의 주된 줄거리이니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촬영을 마친 후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변 감독이 직접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며 찍었다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지만, 막상 촬영 중에는 끈적한 '브로맨스'를 느끼지 못했다는 설경구다.

설경구는 다만 "'유일하게 믿고 싶은 한 사람'인 현수를 향한 깊은 감정이 있었고, 굳이 표현하자면 그걸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고 말했다. 때문에 "현수와 '밀당'을 하며 연기하라"는 변 감독의 조언을 바탕으로 임시완과 연기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매사 진지하고 철저한 준비를 거치는 임시완에게도 많은 자극을 받았다는 것이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영화는 제70회 칸 국제 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받으며 개봉 전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정작 주연 배우인 설경구는 "정말 생각지도 않은 결과고, 처음에는 초청 소식에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한술 더 떠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는 출연을 망설였다"는 의외의 말도 덧붙였다. 범죄 액션이라는 장르에 언더커버 소재까지, 기시감이 느껴지는 설정이 고민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교도소를 배경으로 설정한 작품들이 유독 많았어요. 영화에는 '프리즌', 드라마에는 '피고인'이 있었죠. 거기에 충무로에서 흔하디 흔한 남자들 이야기니까, 굳이 했던 이야기를 왜 또 해야 하나 싶었어요. 무엇보다도 필모그래피가 쌓일수록 전작과 겹치지 않는 장르를 연기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났던 게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이런 설경구의 마음을 돌려놓은 것이 바로 변성현 감독이라고. 설경구는 "감독님이 직접 시나리오를 썼기에 설득당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인물들의 감정을 집중적으로 그려낼 것이니 누아르 장르가 아닐 것이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굳히고 미장센이 돋보이는 영화를 만들 것이라는 변 감독의 확신에 찬 이야기에 출연할 결심이 섰다는 것이다. 설경구는 이런 변 감독을 향한 믿음을 '인연'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어진 촬영 기간 동안에는 변 감독을 전적으로 신뢰했다"고 말했다. 캐릭터의 톤 앤 매너 등 모든 부분을 시나리오의 작가이기도 한 감독의 결정에 맡기고, 대신 자신은 인물의 감정을 만들어 내는데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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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가 무엇보다도 감독을 신뢰한 결정적인 이유는 촘촘한 콘티와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완성도 높은 장면들 때문이라고. 그는 "콘티를 짤 때부터 감독과 촬영 감독, 콘티 작가, 미술 감독이 동시에 작업을 하는 그런 현장은 난생처음 봤다. 한 컷을 그리는 과정에서부터 치열한 논쟁이 오고 갔고 뭐 하나 쉬운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 스태프들의 열정 어린 마음이 모여 설경구의 마음을 움직였다. 평소 스스로를 "제 속을 갉아먹는 스타일"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연기에 대한 고민 때문에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타입이라는 설경구, 그는 최근 느슨해졌던 마음을 다잡은 이유로 '불한당'의 열정적인 스태프들을 꼽았다. 영화 하나만 보고 매달리는 스태프들의 집념이 자신의 연기 열정에도 불을 붙였다는 것이다.

"촬영이 시작되기 전부터 감독부터 스태프들이 모여서 싸우니까, 하루는 너무 궁금해서 콘티를 보여 달라고 했더니 콘티 한 컷 한 컷이 만화를 보는 것처럼 장면이 꽉 짜여 있었어요. 심지어는 어떤 장면에서는 빛을 이만큼 사용하고, 구름이 이만큼 끼였으면 좋겠다고 조명을 쓸 위치까지 섬세하게 계산해 놓았더라고요. '저 정성을 봤으니 그냥 대충 찍으면 안 되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죠. 그래서 이런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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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연기를 향한 뜨거운 열정을 느끼며 촬영했다는 '불한당'은 설경구를 17년 만에 프랑스 칸으로 초대했다. 하지만 일희일비하지 않고 차분하고 겸손하게 이 순간을 즐기겠다는 설경구다. 칸 초청작이라는 이유로 관객들이 지나친 기대를 품지 않았으면, 그저 큰 욕심 없이 손익 분기점을 넘는 흥행을 바란다는 말도 이런 생각에서 비롯된 진심이다.

"관객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진한 여운을 느끼셨으면 해요. 다른 욕심은 없어요. 그저 조금만 욕심을 낸다면, 두 시간 즐기고 머릿속에서 바로 치워버리는 영화가 아니라 극장을 빠져나와서도 자꾸 생각이 나는 그런 영화가 됐으면 해요. 그게 배우로서는 최고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 아닐까요."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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