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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공감] 그럼에도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은 존재해야 한다
2017. 06.10(토) 06:00
웃찾사 – 레전드 매치
웃찾사 – 레전드 매치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2013년 재기한 ‘웃음을 찾는 사람들’ 혹은 ‘웃찾사 – 레전드 매치’(이하 ‘웃찾사’)가 지난 5월 31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해당 방송사에선 시즌제로 변화를 주기 위한 잠정적인 멈춤이고 곧 돌아올 거라 했다지만 어찌 되었든 대중이 코미디를 접할 수 있는 커다란 통로 하나가 닫힌 것이니 아쉬움을 금할 길 없다. 애꿎게도 ‘웃찾사’가 떠난 빈자리를 채웠단 이유(임시임에도)로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가 적지 않은 수의 눈총을 샀다는 후문이다.

‘웃찾사’는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와 함께 정통 코미디를 보여주는 콘텐츠, 일명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화려한 시절을 이끌었던 장본인이다. 하지만 몇 가지 악재에 세대교체 실패가 더해지면서 어느 순간 ‘개콘’에 밀리고 갖가지 예능프로그램에 치이다 급기야 지상파에서 사라졌다. 우여곡절 끝에 2013년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만 시간대를 이리 저리 옮기다 결국 성과가 좋지 않아 폐지 아닌 폐지의 길을 걷게 되었다.

문제는 ‘웃찾사’만의 현실이 아니라는 것. 900회를 맞이했다는 ‘개콘’ 또한 위상이 예전만하지 못하며 지속적인 하락세를 겪는 중이다. 이제는, 유서 깊은 역사와 그로부터 비롯된 브랜드이미지로 연명해가는 느낌이랄까. ‘웃찾사’와 동일한 결말을 맞지 않기 위해 쇄신이 필요하다고, 초심으로 돌아갈 때라고들 말하지만, 사실 시대의 변화가 한몫 하고 있는 위기인지라 해결방법은 생각보다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우선 네트워크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도입으로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서, 우린 더 이상 텔레비전에 맹목적인 충성을 보내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는 사이사이 재미없거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브라운관 앞에 앉아있단 이유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시청했다면,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SNS가 등장하면서부터는 재미있는 부분만 편집해서 올려주니 굳이 인내하며 앉아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어차피 흥미로운 콘텐츠는 무궁무진하여 그 시간에 다른 걸 찾아보는 게 더 유익하고 알찰 테니까.

선택의 폭이 넓어져 안 그래도 불리한 상황인데 여기에 또 하나의 존재가 강력한 적수로 떠오른다. 바로 ‘리얼 버라이어티’의 형태를 갖춘 예능프로그램들. ‘코미디’와 ‘리얼 버라이어티’, 이 둘은 캐릭터의 매력 여부에서 판가름이 난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취하는 틀은 다르다. 코미디가 연극이라면 리얼 버라이어티는 드라마에 가까운 형식이기 때문이다.

즉, 코미디는 극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성향이 강하여 보는 이들이 만든 의도를 파악하고 웃기에 앞서, 작위적인 느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으레 우리가 유치하다 여기는 지점이다. 반면 리얼 버라이어티는 시청자들이 실제와 같다 착각을 일으킬 만큼 캐릭터와 상황 설정에 있어서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출연진의 특별한 실수가 있지 않는 이상, 어떤 비화가 돌아서 보는 이들의 착각을 깨지 않는 이상 그저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고 웃으면 될 따름인 것이다.

게다가 리얼 버라이어티의 플랫폼은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볼거리는 풍성해진다. 용이한 접근성에 맛깔스러운 재미까지 더하니 자연스레 사람들은 코미디보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더 선호하게 될 수밖에. 오해하지 말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며 그렇다고 코미디가 없어져도 된다거나 아예 가망성이 없다거나 하는 장르는 아니란 점이다. 고민이 깃든 풍자 없인 삶은 절대 깊어질 수 없고 코미디가 사라진 세계는 비극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도 꾸준히 인지도를 쌓아가는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있다. 시즌9까지 이어온 ‘SNL 코리아’(이하 ‘SNL’)과 ‘코미디빅리그’다. ‘SNL’과 ‘코미디빅리그’는 케이블에 적을 두다 보니, 심의의 영향을 덜 받아 소재나 표현방법에 있어서 확실히 자유롭다. 창의적인 운영이 가능한 것이다. 이들은 선정적인 표현에서부터 사회를 향한 강한 풍자까지 지상파에선 볼 수 없는 다양하면서도 지극히 코미디 프로그램다운 시도들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매력을 구축해가고 있다.

그러니까 단순히 쇄신, 초심으로 돌아가는 정도가 아니어야 한다. 즉, 시청자들을 웃게 하겠단 취지 그 이상의 것,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으로서의 존재감을 만들어 야 한다. 여타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나 코미디 프로그램과 절대 바꿀 수도 견줄 수도 없는 본인만의 고유한 특징 혹은 방향성을 확립해야 한다. 간단하지도 쉽지도 않겠지만 포기하지만 않으면 가능하다. ‘웃찾사’를 시즌제로 만들겠단 약속이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홀로 남은 ‘개콘’이 쇄신이든 뭐든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한 회, 한 회 이어가야 하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 출처=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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