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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 가슴속에 산화된 '박열'을 품고 [인터뷰]
2017. 06.16(금) 17:53
박열 이제훈 인터뷰
박열 이제훈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배우 이제훈은 비극의 시대, 장렬하게 타올랐던 아름다운 불량 청년 박열의 외모 싱크로율부터 그가 지닌 신념까지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겨냈다. 뜨겁게 분노했고, 뜨겁게 사랑했고, 뜨겁게 저항하며 가슴속에 산화된 박열을 간직한 그에게 "혼 담긴 인생 연기"라는 찬사는 당연했다.

6월 28일 개봉될 영화 '박열'(감독 이준익·제작 박열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은 1923년 도쿄, 6천 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영화다.

거렁뱅이 차림의 인력거꾼, 그러나 어떤 권력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는 아나키스트, 신념의 동지이자 연인을 향한 거침없는 사랑을 불태운 강렬한 로맨티시스트. 그리고 일본 내각을 철저하게 조롱하며 투쟁했던 비범한 독립 열사. 이처럼 정의하기 힘든 자유롭고 뜨거운 영혼을 지닌 박열이 돼 생생하게 살아 넘치던 이제훈이다. 만족해도 좋으련만 "너무 부끄럽다"고 운을 뗀 그는 "박열이란 인물을 잘 몰랐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많았기에 우리가 자랑스럽게 살 수 있었고, 이런 분들을 계속 기억하며 그 정신을 계승해나가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했다.



단순히 영화적 개념을 넘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박열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 그가 가진 신념과 정신을 전해주고 싶었던 이제훈이다. 수많은 자료 조사를 하며 박열을 알아갔고 그의 정신을 품었던 이제훈은 "22세 어린 나이에 제국주의 사상과 이념에 이성적으로 부딪힌 사람이었다. 그들이 계속 압박할 때도 분노와 억울함에 차서 상대하기보다 '해볼 테면 해보라'고 웃으며 맞서 싸우겠다는 그 기개와 용맹함이 놀라웠다. 알아갈수록 놀랍고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말할 수 없는 고통과 고립된 외로움, 그 싸움을 버티며 감옥에서 22년 2개월을 복역했던 박열의 심경을 감히 헤아릴 순 없다면서도 "'감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느냐. 잊혀지는 일 밖에 없다'고 비웃는 일본 내각에 오히려 '너희들이 나에게 어떤 고난과 역경을 안기고 고문을 하더라도 끝까지 살아남아 너희들이 저지른 만행을 밝혀내겠다'며 의지를 보였던 게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실제 해방 뒤 출소한 이후에도 독립된 나라를 재건하는데 몸 바쳐 희생한 박열이 정말 대단하다며 "희망을 잃지 않고 기다리고 감내한 그의 삶을 보며 그 정신을 잊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수없이 했다"는 이제훈이다. 그랬기에 박열이 열망했던 인간의 자유 의지와 평등, 그 메시지를 충실하게 표현하고 싶었던 것.

하지만 일본어 대사에 대한 스트레스와 압박이 더 컸던 그였다. "촬영장에서 스태프들이 제발 그만 하라고 아우성칠 만큼 계속 일본어 대사를 읊조렸다. 하지만 일본어 연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최종 공판에서 박열이 했던 대사들은 영화의 의미나 메시지가 담겨 있기에 반드시 잘 해내고 싶었다"는 그는 부담감에 해당 신을 찍기 전 대사를 모두 까먹는 악몽도 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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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재판 신 외에도 모든 신들 하나하나 그에겐 큰 의미가 됐다. 그는 "영화 초반엔 박열의 강렬하면서도 개구지고 유쾌한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특히 박열이 후미코 몰래 인삼 실뿌리를 뜯어먹는 장면은 왜 그렇게 귀여운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하지만 직후 관동대지진이 일어나며 인삼을 신문지로 덮는 장면은 몹시 인상 깊었다고. 그는 "인삼이 한국인의 뿌리와 기운을 담고 있단 생각을 했다. 일본에서 조선인들이 굉장히 어려움과 핍박 속에 살았을 텐데, 1초짜리 인서트일지라도 그 이후 벌어질 일들과 박열이 보여주고자 하는 행동의 의미를 담은 작은 암시로 표현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박열은 가네코 후미코의 존재가 없이는 설명이 부족했을 거란 견해도 덧붙였다. 그는 "후미코란 여인을 통해 박열이란 인물이 더 성장했고, 후미코가 있었기에 박열의 존재가 더 가치 있다고 생각된다. 대등하고 동등하게 그들을 그려낸 지점이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또한 신념의 동지이지만 연인이기도 했던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를 음악적인 표현으로 영화의 톤앤매너를 살리는 이준익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에 감탄했다. 실제 영화엔 1930년대 최승희가 녹음한 '이태리 정원'이 삽입됐다. 이는 느린 탱고풍의 노래로 관능과 열정, 그리고 강렬한 낭만이 담긴 곡으로써 우아하게 극에 어우러졌다.

이제훈은 이미 이전부터 이준익 감독의 오랜 팬이었다. 감독의 작품 모두를 섭렵했고 언젠가 꼭 조우하길 바랐다. 박열을 제안받았을때 인물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은 됐지만 놓치고 싶지 않았던 건 그래서였다. 그는 "이준익 감독님과 함께 작업했던 배우와 스태프들이 왜 또 함께 하고 싶어 하는지 여실히 느꼈다. 고되고 힘든 촬영에도 즐겁고 유쾌한 현장에서 하고 있단 생각에 마음가짐도 달라지더라"고 했다. 특히 "이준익 감독은 배우들이 표현하고 싶은 생각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존중하는 사람"이라며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놀이터 안에 미끄럼틀도 있고, 그네랑 시소도 있을 거 아니냐. 놀이터란 펜스 안에서 마음껏 놀게, 다치지 않게 우리를 조용히 지켜봐 주는 관리인 같았다. 정말 훌륭한 연출가"라고 극찬을 거듭한다. 이준익 감독의 다음 작품에 자신이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언제라도 어떤 역할이라도 기꺼이 따르겠다 말하는 그에게서 순수한 애정과 신뢰가 엿보인다.

사실 이제훈이 심적으로 무게감에 짓눌려 있을 때도 이준익 감독은 '너의 마음가짐이 충분하다. 마음껏 펼쳐보라'며 자신감을 심어줬단다. 그랬기에 이제훈은 완벽하게 박열이 되어 뜨거운 불덩이로 타오를 수 있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박열을 통해 제가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한 것 같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가 진중하고 책임감이 커졌다"며 "앞으로도 제 스스로 성장해야 한다고 믿고 더 배워가야 하지만, 이런 외형적인 모습과 이런 내면의 깊이를 가진 인물을 내가 또 만나 연기할 수 있을까 상상이 안 간다"고 여운에 잠겼다.

당시를 살았다면 박열처럼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선 아직도 부끄럽다지만 "저 역시도 배우이자 예술하는 사람 입장으로 인간의 당연한 기본 권리, 평등과 자유를 짓밟고 차별하는 것에 대해 당당히 표현하며 억압받는 사람들에 의지가 되고 싶다"고 희망한다. 그런 그에게서 그가 얼마나 박열을 열렬히 사랑했고 그 신념을 존경했는지 알겠다. 이제훈이 박열일 수밖에 없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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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메가박스 플러스, 영화 '박열'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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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연예계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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