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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공감] 도시를 떠나는 예능프로그램들
2017. 06.27(화) 11:20
효리네 민박
효리네 민박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일명 ‘달콤한 나의 도시’, 도시의 삶을 향한 낭만도 저문 지 오래. 점심시간만 되면 오피스룩을 입고 거리로 가득 쏟아져 나오던 사람들이 선망의 대상이었던 적이 있다. 물론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생계의 수단으로서다. 즉, 예전의 어느 제품 광고처럼 업무의 성과를 내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모습을 바라지 않게 되었단 소리다.

tvN ‘삼시세끼’가 거둔 성과는 오로지 매 끼니를 챙기기 위해 하루를 소비하게 함으로써 노동의 가장 원초적인 목적을 되짚어보게 했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모든 것이 구비된 도시가 아닌, 근처에 있는 마트나 편의점에서 물건을 쉽게 구할 수 없는, 한적한 농촌 혹은 섬이 배경이었기 때문이다. 출연자들은 먹기 위해 밭에 나가 작물을 수확하거나 바다에 나가 그물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었다.

놀라운 점은 사람들이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이 단조로운 일상을 훔쳐보는 데 흥미를 느꼈다는 사실이다. 아니, 흥미를 넘어 어떤 위로 비슷한 감흥을 얻었다 하는 게 옳겠다. 항상 남들보다 빠르게, 바쁘고 팍팍하게만 보내야 했던,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일하는 건데 이건 뭐 한 끼 제대로 챙겨먹기조차 힘든 하루를 살아내야 했던 현대의 도시인들에게, 진짜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 그 의미와 가치를 재고해보게 한 까닭일까.



농촌과 어촌이 한 차례 지나가니 이제는 휴양지다. 우선 얼마 전에 방영한 tvN ‘윤식당’이 있었고, 지난 25일 시작한 JTBC ‘효리네 민박’이 있다. 전자부터 이야기해보자면 외국 휴양지가 배경으로 일상을 떠나 쉼을 얻으러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이야기다. 많이 팔면 좋고 적게 팔더라도 좀 아쉬울 뿐 큰 상관은 없다.

‘윤식당’의 이야기는 가게 세도 내야하고 다음날 운영할 재료도 마련해야 하는, 무엇보다 돈 많이 드는 도시에서 직접적인 생계를 꾸리려야 할 도시인에게는 생각도 못 해볼 일이고 그야말로 일장춘몽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한번쯤 스스로에게, 더 풍요로운 내일을 위한답시고 숨 가쁘게 살아가며 놓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사는 즐거움에 대해 되물을 기회가 되었기에 나름 유익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효리네 민박’, 제주도에 마련한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의 집은 오래 전부터 유명했다. 스타로서의 삶과 도시가 주는 화려함을 뒤로 하고, 조용하고 한적한 제주도(이제 꼭 그렇지만은 않지만)에 거처를 마련한 이효리의 모습과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놀라움과 동시에 낯선 부러움의 감정을 안겼다. 여유와 여력이 맴도는 삶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힘과 따뜻함, 마땅히 누려야 할 걸 누리지 못하고 살아온, 누리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여기며 살아온 도시의 사람들에겐 인상적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리라다.

이상향이라면 이상향일까, 이러한 이미지가 투영된 그녀의 집에 민박을 하러 온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니. 그것도 각자의 일상을 잠시 뒤로 하고 제주도에서 쉼을 취하겠다며 모인 이들이다. 안 그래도 날은 점점 후덥지근해져 변함없이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하루 일과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요즘, 멀고 먼 나라의 어느 섬도 아니고 제주도에다가 이효리, 이상순의 집이라니, 도시의 숱한 남자여자들의 마음을 닿을 듯 말 듯한 부러움으로 까맣게 태울 방송이 아닌가.

현재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대상과 추구하려 하는 가치, 그와 모순되는 삶에서 오는 결핍과 좌절, 대리만족을 통해서라도 결핍된 부분을 어떻게든 메꾸려는 욕구, 이를 제대로 저격하고 있는 ‘효리네 민박’은 ‘윤식당’의 뒤를 이어(타 방송사의 것이지만 같은 성격이라 묶어 본다) 높은 시청률을 구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왕이면 더욱 정확하고 날카롭게 저격하고 자극해 주었으면 한다.

단순히 부러워하고 대리만족하는 데에서 그치지 말고, 유명인이고 경제적 여유가 돼서 저런 삶이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멈추지 말고, 왜 부러워하는지, 그 마음이 대리만족이나 현실적인 비판만으로 해결이 되는 문제인지,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질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얼핏 의문 ‘따위’로 느껴지겠지만, 의문은 당연하다 여겨 온 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여길 수 있게 함으로써, 도시의 삶, 일만 하는 삶이 낭만적이지만은 않다는 생각으로 변화한 것처럼 우리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강력한 힘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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