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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공감] ‘옥자’ 거부한 멀티플렉스, 현명한 대응일까?
2017. 06.29(목) 19:35
옥자
옥자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괴물이 더 큰 괴물을 만난 꼴이니, 제왕적 권세를 자랑하던 멀티플렉스 극장엔 고민거리가 많아지는 게 당연지사다. 대중에게 있어 ‘넷플릭스’의 등장은, 콘텐츠를 폭넓은 방법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이나 멀티플렉스가 상영관을 열어주지 않아 못 보던 작품을 꽤나 훌륭한 스트리밍 서비스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굳이 거부할 필요 없는, 어떤 면에선 상당히 반가운 대목이다.

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 ‘옥자’가 6월 29일, 극장 상영과 동시에 넷플릭스 서비스를 통해 제공되었다. 개봉 전까지 이래저래 소음이 많더니 개봉 후에도 불법으로 유출되는 등 신경 써야 할 일이 이만저만 아니지만 덕분에 작품은 홍보 아닌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중이다.

‘옥자’가 상영한다면 멀티플렉스가 아닌 작은 극장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관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까닭이다. 호응에 힘입어 전국 상영 극장에서 봉준호 감독의 무대 인사까지 계획되어 있다 하니, 봉준호와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팬을 비롯하여 관객들은 이런 호사가 또 없어 넷플릭스에 감사인사라도 해야 할 판이다.



이쯤에서 멀티플렉스들의 표정을 살펴보자. 솔직히 말하면 그들의 입장에서 개봉을 앞둔 신작들 중 기대작이 많아서 ‘옥자’ 하나 포기한다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다. 하지만 영화의 생태계를 좌지우지하는 자신들이 상영을 거부했음에도 ‘옥자’가 웬만한 수익을 올린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제2, 제3의 ‘옥자’가 등장하며, 극장 상영 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야 타 플랫폼으로 넘어 올 수 있다는 홀드백 원칙은 언제 있었냐는 듯 무시될 테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 영화 생태계가 그들이 주장한대로 어지럽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점은 대중이 멀티플렉스들의 주장에 크게 동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왜 ‘옥자’를 보지 못하게 막느냐, 이참에 옛 추억이 서린 극장 혹은 대형 극장이 보여주지 않는 작은 영화들을 주로 스크린에 올려주는 작은 극장으로나 발걸음 해봐야겠다며 등을 돌리는 쪽이 더 많다고 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평소 멀티플렉스의 모습 때문일 터다. 수익이 될 만한 것이나 제작에 관여한 작품 등을 우선적으로 상영관에 올려 줄을 세우곤 했던 작태들을 떠올려 보았을 때, 다른 이도 아닌 그들이 영화 생태계를 운운할 입장은 못 된다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번영을 위하여, 어떤 가치를 지키고자 일으킨 고귀한 싸움이라기보다 영화계의 현 수익구조에 찾아올 이변을 대비하여 혹여 잃을지 모를 기득권을 지키고자 치르는 영역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넷플릭스 측이 일방적으로 동시 개봉을 발표한 뒤 극장들과 협의에 나선 부분은, 그야말로 국제적인 대형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의 고압적인 태도에 불과하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멀티플렉스들로서는 당연히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단 생각도 든다.

하지만 도긴개긴이다. 아니, 도리어 좋은 ‘개’일 수도.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을 기반으로 애플과 같은 혁신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넷플릭스’의 등장은, 멀티플렉스들의 주장처럼 당장의 영화 생태계는 어지럽힐 수 있으나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금껏 비정상적으로 유지되던 생태구조를 재정립할 기회를 선사할 가능성 또한 높기 때문이다. 어쩌면 더 큰 괴물, 그러니까 위기의 습격이라기보다 변화의 흐름이라 보는 게 옳을 수도 있다.

대중은 그리 우둔하지 않다. 특히 오늘날의 대중은 더욱 그러하다. 멀티플렉스들의 강한 반발은 ‘넷플릭스’가 가져온 변화의 흐름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과 대중이 이 흐름을 탈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시작된 흐름은 막는다고 막아지지 않는다. 어차피 막을 수 없는 거라면, 그저 방어하고 제재하는 데 급급하기보다 이제까지 유지해오던 틀을 내려놓을 수 있을 만큼의 유연한 태도와 현명한 대응을 보이는 게 훨씬 낫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 출처=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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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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