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 김소현이라는 그림을 그려간다는 것 [인터뷰]
2017. 07.19(수) 10:40
군주 김소현 인터뷰
군주 김소현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누구나 한 번쯤은 슬럼프가 온다. 배우 김소현에게는 지금이 그때였다. 문득 걱정이 앞섰다. 데뷔 10년차라는 관록보다 19세라는 아직은 어린 나이가 더 크게 보였기 때문에. 하지만 김소현은 의젓하기만 했다. 그 누구보다도 어른스럽게 성장통을 겪어내고 있는 그였다.

김소현은 MBC 수목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극본 박혜진·연출 노도철, 이하 '군주')에서 한가은 역을 맡아 세자 이선(유승호)과 천민 이선(인피니트 엘)의 사랑을 받았다.

장장 7개월간 함께 한 '군주'는 김소현에게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기억이었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날씨도 그렇고 촬영 환경이 편하고 좋을 수만은 없었다. 스태프, 배우분들 전부 정말 많이 고생했다. 그렇지만 6개월이 빠르게 느껴졌다. 배우분들이랑 행복하게 촬영해서 그대로 또 뵙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군주'는 방송 기간 내내 시청률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크게 선전했다. 그 덕에 현장 분위기는 더없이 화기애애했다고. "(수치가) 잘 나와 다행"이라는 그는 "사실 저는 욕심을 버리고 있었다. 기대를 하는 건 좋지만 기대를 했다가 잘 안 나오면 실망이 커지지 않느냐. 잘 나오면 감사한 거고, 안 나와도 어쩔 수 없는 건데 생각보다 잘 나오고 반응도 좋아서 기분 좋게 찍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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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소현은 극 초반, 어린 시절 부분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가은의 밝으면서도 당차고 자신의 생각이 뚜렷한 모습이 좋았단다. 그는 "가은이가 총명하기도 하고 어리지만 마을을 이끄는 리더십도 있지 않느냐. 어른스러운 친구라 연기할 때도 에너지가 났다"면서 "초반에 좋았던 장면들이 많았다. 세자랑 풋풋한 장면도 이뻤고, 밝은 건 아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감정이 굉장히 컸다. 저도 그만큼의 고통, 처절한 울부짖음은 처음 연기하는 거라 걱정도 많이 했는데 초반에 아버지와의 감정들이 잘 쌓여서 잘 찍을 수 있었다. 가은이한테 큰 장면이었는데 잘 표현된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김소현의 마음고생이 심했을 법했다. 한없이 진취적이던 한가은이 복수에 골몰하며 남주인공들을 수번 곤경에 빠뜨려 '민폐 여주'라는 말까지 나왔기 때문. 김소현은 "캐릭터에 대한 안 좋은 말이 어쩔 수 없이 상처가 되긴 하는데 신경을 안 쓰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하나하나 감정을 다 쏟으면 촬영할 때 너무 힘들더라. 상처받으면 계속 기분이 처지기 때문에 촬영할 때 최대한 찍는 신, 환경, 배우분들이랑 즐겁게 지내려고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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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건 김소현 본체에 대한 대중의 평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위안하는 댓글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얘기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편해졌었고 또 감사해서 '내가 이렇게 흔들리고 힘들어하기만 하면 안 되겠다' 생각했다"고 운을 뗀 그는 "힘내서 촬영하려고 했다. 제가 봐도 제 모습이 싫더라. 못나 보인다는 게 뭔지 느꼈다. 하지만 연기하는 제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연기하면 봐주시는 분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최대한 열심히 주어진 걸 했다"며 기특한 답을 덧댔다.

"'군주'하면서 슬럼프가 오긴 했어요. 꼭 이 작품 때문이라기보다 저 스스로 저를 생각했을 때 연기적인 부분도 그렇고 모든 부분에 있어서 잘 모르겠더라고요. 한동안 힘들어서 많이 울기도 하고 생각도 많이 했어요. 너무 '힘들다' '힘들다' 해서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는데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한 번은 겪어야 되잖아요. 마냥 좋을 순 없는 거니까."

처음 온 슬럼프. 그럼에도 김소현은 참 의연했다. 오히려 슬럼프의 긍정 효과를 역설하는 그였다. 그는 "저에 대해서 고민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다 보니 성장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저 스스로한테 계속 질문하고 생각하고 저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다. 한 발짝 떨어져서 남의 시선으로 절 보듯이 객관적으로 보려고 했다. 그러다 보면 조금 힘든 상황도 덜 힘들게 느껴지더라"면서 "또 인터뷰하면서 되게 많이 풀렸다. 제 생각을 얘기하면서 정리도 되고 좋게 긍정적으로 극복하려고 한다"면서 "제가 그렇게 막 약하질 않다. 금방 털 수 있다"며 자신감까지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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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김소현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의 악역으로 얼굴을 알렸다. 김소현과 악역. 지금의 선한 이미지와는 전혀 매치되지 않는 엄청난 갭이다. 성공적인 이미지 변신(?)에 대해 그는 "타이밍이 좋았다"고 했다.

"'해품달' 때 제 모습을 보신 분들이 많아서 못됐고 사납고 새침하고 못 다가갈 것 같은 이미지가 많았거든요. 그때도 악플이 많이 달리다 보니까 속으론 '착한 역할 하고 싶다' '예쁨 받는 역할 해보고 싶다' 하는 생각이 많았는데 다음 해에 '보고 싶다'를 하게 된 거예요. '보고 싶다' 땐 정반대로 세상 그렇게 착하고 왕따 당하고 우는 역할이었잖아요. 그때부터 이미지가 순하게 확 바뀌었던 것 같아요. 저한테는 '해품달'도 너무 감사하고 좋은 작품이었지만 '보고 싶다'를 만난 것도 정말 큰 행운이었죠. 만약 그 이후에 계속 못된 역을 했으면 또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원했던 대로 착하고 사랑받는 역할을 쭉 이어온 김소현은 이제는 악역에 대한 욕심도 있다고 했다. "'악역이 너무 하고 싶어요'까지는 아닌데 못된 역할을 할 때 느껴지는 희열이 있고, 악역만의 매력이 있어서 기회가 된다면 좋은 작품에서 하고 싶다. 제 성향 자체가 '착한 역만 하고 싶다' 그런 게 없다. 다방면으로 풀어서 보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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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하면 떠오르는 어떤 고정 이미지를 깨고 싶은 거냐고 묻자 그는 "아직 제가 갖고 있는 이미지가 확실하지 않아서"라는 너스레로 받아쳤다. 이어 "오래 해오긴 했지만 확실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진 게 없다고 생각한다.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깨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고, 일단 뭘 만들어야 되지 않나 싶다. 나이도 아직 어리고, 보여드린 게 다양하긴 하지만 폭이 좁고, 제가 뭘 어떻게 해도 앳된 이미지가 남아있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서서히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제 이미지가 만들어져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중에 그걸 깬다든지 새롭게 만들어 가본다든지 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필모를 뜯어보면 김소현은 악역부터 착한 역까지 극과 극의 역할은 물론 귀신, 1인 2역 등 그동안 다양한 도전을 해왔다. 그는 "대본을 볼 때 '이번에 어떤 걸 해야지' 계산해놓는 것도 없는데 그냥 끌리는 걸 하다 보니까 이런 역할도 해보고 저런 역할도 해보고 기복이 생긴 것 같다. 이번엔 차이를 줘야겠다 의도한 건 없었다. 저도 가끔 보다 보면 다양하게 한 것 같아서 다행이고 한편으로는 '잘해오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서 뿌듯하다"고 전했다.

"다양한 색깔이 나올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해요. 어느 한 이미지가 구축되는 것도 좋고, 그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리는 것에 따라서 다른 그림이 나올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sidus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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