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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뷰] '포크레인' 그날의 광주를 보는 또다른 시선
2017. 07.27(목) 10:05
영화 포크레인 리뷰
영화 포크레인 리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1980년 5월, 그날의 광주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 있다. 지금껏 단 한번도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가해자이면서도 피해자였던 이들의 숨겨진 아픔과 마음 깊은 속죄의 고통을 담아낸 영화 '포크레인'이다.

7월 27일 개봉된 영화 '포크레인'(감독 이주형·제작 김기덕 필름)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시위 진압에 동원됐던 공수부대원 김강일(엄태웅)이 퇴역 후 포크레인 운전사로 살아가던 중,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20여 년 전 묻어두었던 불편한 진실을 좇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김기덕 감독의 일곱 번째 각본·제작 영화이며 연출을 맡은 이주형 감독과는 '붉은 가족'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그리고 엄태웅의 스크린 복귀작이기도 하다.

1980년 5월의 봄을 맞은 광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시작이었지만,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이기도 했다. 그날의 광주를 '가해자'로 정의되는 퇴역 군인의 시선으로 되짚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상당히 이례적이고 파격적이다. 그 이유는 당연하다. 그날의 광주는 철저하게 고립돼 있었고 무장한 계엄군은 폭도로 매도된 시민들을 무차별, 무자비적으로 대규모 학살했다.



참혹하게 짓밟히며 피 흘리던 광주는 37년이 지난 지금도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받아보지 못했고, 반복되는 왜곡과 폄훼 속에서 피해자들만이 살아남은 것을 죄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시위 진압에 동원돼 만행을 저지른 군인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은 광주에 또 한 번의 정신적인 폭력을 가하는 게 아닌지 다소 우려된다. 물론 근원론적 접근에 의하면 이들 모두는 국가 폭력에 희생된 엄연한 피해자이나, 감정적 접근으로는 다소 불편하고 민감한 소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영화는 분명 그날의 광주엔 또 다른 시선이 존재했음을 말한다. 또한 꽤 낯설지 모를 그 시선을 통해 고정화된 이데올로기의 틀에서 벗어나 인간의 딜레마를 직면하고자 한다. 이처럼 고뇌에 빠진 인간을 통해 지나간 역사의 흔적과 숨겨진 내상을 들여다보며, 결국 인물을 통해 시대를 보는 관통법이다.

강일은 굴삭작업을 하다 백골을 발견하고 과거의 트라우마에 빠진다. 군 생활 당시 부대원들과 찍은 사진 한 장을 들고 무작정 길을 나선다. 낡고 오래돼 삐걱거리며 도로 위를 부자연스럽게 기어가는 포크레인을 탄 채다. 보는 이는 답답한데 정작 강일은 무심하고 표정이 읽히지 않는 모습을 유지한 상태다. 그렇게 만난 과거의 부대원들 면면 또한 각양각색이다. 군대 무용담을 늘어놓는 청년과 술자리 시비가 붙어 폭력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자, 손목 자해를 시도하는 정신 나간 알코올 중독자, 장애인이 돼 시장에서 구걸하는 자 등등. 결코 온전하다고 볼 수 없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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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모두 어딘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불안한 표정을 담아낸 지점도 눈여겨볼만하다. 이들은 대개 강일의 등장에 표면적 반가움을 표하고 있지만, 실은 그의 존재가 과거의 일을 떠올리게 하는 트리거로 작용한 탓이다. 게 중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사는 거 보러 왔느냐"고 폭발해 외치는 이에게 무표정한 얼굴로 그렇다 답하는 강일의 모습 역시 조금도 우습지 않다. 자식과 아내에 군대식 명령조로 대하는 남자가 아들을 훈육하며 "나쁜 놈들인 거 알면 휩쓸리지 말라고 했지"라고 내뱉는 대사 역시 주어가 생략된 자책으로 여겨진다.

영혼이 죽은 채 살아가는, 어딘가 망가지고 결핍된 동료들을 확인하며 이전까지 관찰자의 모습으로 일관하던 강일은 그 원인에 대한 표면적인 답을 찾아 나서기 시작하며 점차 달라진다. 그의 추궁과도 같은 물음은 계속 반복된다. "그날 우리를 왜 그곳에 보냈습니까." 그날의 책임자였던 이들이 이를 회피하거나 오히려 역사적 현장에 있었는데 자랑스러워하라며 자위하는 뻔뻔한 태도는 보고 있기 상당히 거북스럽다. 손병호가 연기한 정치인 역할은 특히 인상 깊다. 청산유수적 궤변을 늘어놓는 모습이 이타적 인물의 표본답다. 결국 강일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언제 어느 때나 불편하고 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일 터.

포크레인의 마지막 여정은 연희동을 향한다. 이는 아픔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가학적 궤도의 근원을 찾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강일은 철저히 짓밟힐 뿐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여전히 권력을 가진 자 앞에선 달라지는 것이 없다. "누가 우릴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었냐. 누가 우릴 그 지옥에 보냈냐. 정신병자에 폭력배, 실종자. 우린 모두 살인자가 됐다." 절규하는 강일의 말이 사무친다.

'포크레인'은 가해자와 피해자란 양분론을 내세우지 않고 국가가 저지른 폭력에 노출돼 망가지는 '인간'의 모습을 거리를 두고 지켜본다. 용서를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아무리 지나간 역사이고,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 역사의 한 단면이 미치는 영향력은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파멸시킬 수 있는 잔혹한 것이기도 하다. 진실을 마주하는 법을 통해 진정한 치유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날의 광주를 보는 또 하나의 시선이 된 엄태웅은 마음 깊이 속죄의 고통에 시달려온 가해자이면서, 분노와 절망으로 이지러진 피해자까지 그 교묘한 경계를 오가며 절정의 연기를 펼친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포크레인'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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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연예계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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