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소녀' 정다빈, 수식어를 버릴 수 있는 패기 [인터뷰]
2017. 07.29(토) 16:00
정다빈
정다빈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18살이 된 지금도 4살 때 찍은 '아이스크림 CF 소녀'로 회자되는 정다빈이지만, 실제 그는 화제를 모으는 수식어에 얽매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작품 이야기에 푹 빠질 수 있는 어엿한 배우였다.

정다빈은 지난 18일 종영한 SBS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극본 윤효제·연출 오진석)에서 남자 주인공 견우(주원)의 여동생 견희 역으로 출연했다. 최근 티브이데일리와 만난 정다빈은 '엽기적인 그녀'가 100% 사전 제작된 터라 지난 2월 말 일찌감치 촬영이 끝났음에도 자세한 장면들을 대사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모니터링을 꼼꼼히 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첫 사전 제작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정다빈은 "무려 7개월 동안 촬영했다"며 "지난해 늦여름부터 올해 늦겨울까지 미니시리즈 드라마 치고 이례적으로 긴 시간 동안 촬영한 거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반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정다빈은 '엽기적인 그녀' 촬영장의 막내로 출연진과 제작진에게 사랑받았다. 당초 시나리오에는 정다빈이 극 중 원자 역의 최로운과 만나는 장면이 있었으나 촬영에 들어가며 삭제됐고, 그 덕분에 자신의 촬영 분량에서는 완벽하게 출연진 중 막내로 성인 연기자들의 예쁨을 받았다고. 정다빈은 극 중 엄마였던 만큼 실제로 딸처럼 챙겨준 장영남, 다정한 언니와 오빠처럼 대해준 김윤혜와 주원 등을 일일이 언급했고 "다들 너무 잘 챙겨주셔서 정말 편하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그런 정다빈인 만큼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좋아하는 언니와 오빠들 사이를 오가는 장면이었다. 정다빈은 "제가 주원 오빠한테는 김윤혜 언니랑 잘 해보라고 하고, 김윤혜 언니한테는 주원 오빠가 좋아하더라고 전해주는 장면들이 많았다"며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장면들이 정말 많았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시청자 입장에서는 제 캐릭터가 말을 옮기고 분위기도 망친다고 얄밉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재미있었다"며 웃었다.

더불어 정다빈은 "4회 즈음에 견희가 혜명공주(오연서)를 향해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더니'라며 타박하는 장면이 있었다"며 대사와 당시 표정과 동작까지 따라 했다. 이어 그는 해당 장면이 견희로서 선보일 수 있던 강력한 코믹 연기였음을 언급했고 "코믹 연기를 제대로 해본 게 처음 같았다. 그런데 너무 재미있더라"며 눈을 빛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사실 정다빈은 이번 작품에서 자연스럽게 코믹 연기를 소화하기까지 남모를 노력을 기울였다. 촬영 시기가 '옥중화' 바로 뒤였던 터라 진지한 연기를 보여줬던 '옥중화'와 달리 사극인데도 가벼운 연기를 보여줘야 하는 급변한 환경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정다빈은 "'옥중화' 촬영 때는 복식호흡까지 하면서 정통 사극 연기를 보여드려야 했다. 그런데 '엽기적인 그녀'는 옷만 한복이고 사실상 현대극처럼 연기를 해야 했다"며 "같이 호흡하는 언니, 오빠들에게 물어보며 최대한 연기나 톤을 밝은 분위기로 끌어올리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고민을 거쳐 정다빈은 '옥중화', '엽기적인 그녀'에 이어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까지 연달아 3개의 사극에 출연하는 것도 발전 동력으로 삼았다. 그는 진지한 분위기의 '옥중화', 밝고 현대적인 분위기의 '엽기적인 그녀', 비밀을 간직한 '역적' 등 각 작품들의 차이점을 자세히 언급했다. 이어 "다들 연달아 사극만 세 작품이라고 걱정하시던데 사실 제가 볼 때는 엄연히 다른 작품이었다"며 "분위기도 캐릭터도 다 달라서 역할이 겹친다고 신경 쓰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원래 '역적'은 길어야 3~4회 분량 정도만 출연할 예정이었는데 마지막 회까지 출연해서 의외였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래서 그런지 '역적'을 찍고 나니 '이러다가 사극만 찍으면 어쩌지?'라는 고민을 처음으로 하기는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래도 마음 편하게 갖고 다음엔 현대극을 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며 웃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특히 정다빈은 미성년 연기자로서 한계가 있는 현재의 필모그래피에 안주하지 않았다. 그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한 만큼 또래 친구들이 가진 진로와 대입에 대한 부담감을 잘 알고 있었다. 이에 "친구들이 저를 정말 부러워한다. 다들 진로를 고민할 때 저는 평생 연기를 할 생각이라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라며 "대신 저는 제 연기 활동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한 것도 정다빈이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예고와 일반고 중에 정말 많이 고민했는데, 예고에 가서도 촬영장에서 배운 것들을 똑같이 배워야 한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연기 외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수업을 들으면서 뭐라도 배우는 인문계 고등학교가 제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고등학교 선택 배경을 설명했다.

그만큼 정다빈은 대학 입시에 대해서도 담담했다. 정다빈은 "어쩌면 고등학교가 마지막 학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간판을 위해서 대학교에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연기를 계속 할 거라고 무조건 연극영화과에 가는 것도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무엇보다 정다빈은 어린 시절부터 14년 동안 '아이스크림 소녀'라는 키워드가 자신을 대표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동시에 극복해야 하는 대상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까마득한 연기 선배 김해숙을 롤모델로 꼽고, 단 한 번도 연기가 자신의 직업이라는 생각을 의심한 적 없는 심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떤 소녀가 아닌 연기자로 인정받을 정다빈을 기대한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언젠가는 '아이스크림 소녀'보다 더 저를 잘 말할 수 있는 수식어나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그 때까지 굳이 '아이스크림 소녀'라는 말을 부정하거나 감추고 싶지도 않고요. 그렇다고 어떤 작품이나 여우주연상 같은 눈에 보이는 것들을 제 꿈으로 삼지도 않을래요. 제 최종적인 목표는 누가 봐도 제가 행복해 보이는 연기를 하는 거니까요. 그 때까지 제 나이에 맞춰 할 수 있는 건 다 할 거예요."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연휘선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키워드 : 아이스크림 소녀 | 엽기적인 그녀 | 정다빈
싸이월드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