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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레인' 이주형 감독, 그가 광주를 위로하는 법 [인터뷰]
2017. 07.31(월) 16:30
영화 포크레인 이주형 감독 인터뷰
영화 포크레인 이주형 감독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광주를 보는 또다른 시선을 그려낸 '포크레인' 이주형 감독. 결국 그 시선의 끝엔 진실을 갈구하는 몸짓과 그날의 고통을 통감하며 조심스레 건네는 위로가 담겨 있었다.

지난 7월 27일 개봉된 영화 '포크레인'(감독 이주형·제작 김기덕 필름)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시위 진압에 동원됐던 공수부대원 김강일(엄태웅)이 퇴역 후 포크레인 운전사로 살아가던 중,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20여 년 전 묻어두었던 불편한 진실을 좇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주형 감독은 전작 '붉은 가족'에 이어 김기덕 감독의 각본·제작 영화에 다시 참여하게 됐다.

'포크레인'은 김기덕 감독이 5년 전부터 준비했던 작품으로 촬영부터 캐스팅까지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이주형 감독이 잘 표현할 수 있을것이고, 그래줬으면 좋겠다"는 김기덕 감독의 말에 연출을 맡은 이주형 감독이다. 그는 김기덕 감독에 대한 믿음도 컸지만, 일반적인 구조를 따라가지 않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다. 마침 지난 촛불집회에서 집회자를 통제했던 경찰이 휴가를 나와 촛불 집회에 참여했단 이야기가 뇌리에 남아 있었다. 양분론적으로 싸우다 본질을 놓치게 되는 상황을 벗어나 진정 생각해봐야 할 혼돈의 근원이 무엇인지 접근해 보고 싶었단 그였다.



"무조건, 어떻게든 해야겠단 생각이었다"고 결심했지만 걱정은 많았단다. 실제 '포크레인'은 이제껏 광주를 그려왔던 영화들과는 결이 다르다. 그때 당시 광주 시민들이 아닌, 그들을 진압했던 계엄군의 시선을 쫓기에 다소 민감하고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포크레인'이 1980년 5월 그날의 광주에 대해 풀어야 할 숙제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감독은 "정치적 이유로 가해자였다가 피해자가 된 사람들이다. 소위 말하는 '빨갱이 없애러 간다'는 명분으로 움직였던 사람들이고, 그들의 공간 자체는 일반적이지 않았을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감독의 변은 이렇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국기에 대한 맹세는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한다'고 돼 있었다. 여기선 조국의 실체가 나오지 않는다. 이 얼마나 무섭고 잔인한 소리냐. 1980년대 당시 계엄군은 '박정희 파시즘'에서 이어진 군사정권이란 '조국'에 몸과 마음을 바쳤고 그러다 가해자가 됐을 터. 결국 그들은 어디가서 하소연도 할 수 없는 살인자로 숨어 지내야 했다. 물론 이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갈등 요소가 있을 것을 안다. 하지만 그 잘못된 아픔의 시대,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던 모두에 대해 위로를 건네고 싶었다.

이런 영화인만큼 주연 배우 캐스팅도 신중하게 고민해야 했다. 최근 불미스러운 이슈로 논란이 된 엄태웅이 맡은건 의외다. 하지만 감독은 "계속 거절을 하셨는데, 엄태웅 배우를 떠올린 후엔 도저히 다른 사람은 안 되겠더라. 왜 이 영화에 어울리는 사람이 많이 없는지, 그게 우리 영화가 가진 개성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엄태웅이 연기한 강일은 아픔을 표현하지 않는 절제된 캐릭터면서도 모든 응축된 감정이 드러나야만 하는 인물이었다. 선뜻 나서기 쉽지 않았을 그를 오랫동안 기다렸고, 결국 엄태웅은 '김강일?'이란 문자와 함께 포크레인 운전을 연습하는 동영상을 보내왔단다. "이미 그가 강일이어서 내가 그를 담아야 한단 생각이었다"는 감독의 말에서 엄태웅에 대한 강한 신뢰가 묻어났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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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강일이 포크레인을 타고 군대 동기들과 상사들을 찾아가며 그들의 숨겨진 내상이 삶에 어떻게 반영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주형 감독은 "모든 인물마다 상처가 나오는 방법론이 달라 흥미로웠다"고 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생기면 자기 보호 차원에서 이를 이겨내기 위한 반응이 나온다고. 강일이 무기력하게 그려진 것도 그래서다. 감독은 "왜 무기력한지도 모른 채 그저 답답함이 있는 인물이다. 전 이걸 우울증이라고 봤다. 왜 자신이 무기력한지도 모르고 우울한 인물이, 그 원인을 알고 싶어 찾아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극 초반 강일은 망가지고 결핍된 동료들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그들에 작은 치유 행위를 한다. 그러다 그날의 책임자를 찾기 위해 '우리를 왜 그곳에 보냈냐'고 추궁하기 시작하며 인물의 변화가 느껴지는 지점이 흥미롭다.

이주형 감독은 "그들의 아픔이 자신의 것으로 동일시되며, 그들을 대변해 싸우고 싶은 저항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힘없던 캐릭터가 뭔가를 저항하고 싶고, 저항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고, 이 감정을 끌고가며 분노가 터지는 형식이다. 극의 타이틀로 내세울만큼 영화는 포크레인의 궤적을 따라가는데 이는 아픔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가학적인 궤도를 뜻한다. "도시를 형상화하기 위해 땅 표면을 덮어 아스팔트가 되는데, 그 흙 속엔 무언가가 있는거다. 포크레인이 지나간 길은 기스가 나 있다. 결국 묻어진 그것을 들춰내고 파내서 끄집어 내려는 거다." 결국 포크레인은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은유적 활용인 셈이다.

극의 엔딩이 되는 망월동 묘역 신은 특히 인상깊은데, 감독 또한 고심한 신이었다. 처음으로 광주 피해자 유족들이 등장하고 이미 죄의식을 치유하고 있는 어느 인물과 그를 바라보는 강일의 모습이 담겼다. 감독은 "멀어져가는 인물과, 그를 바라보는 주인공과, 이를 또 바라보는 관객까지 삼단계의 시선이 마음에 들었다. 굉장히 시적이고, 진실적이었다고 본다"고 했다. 영화의 완성본을 본 김기덕 감독은 "수고하셨다"는 말을 건넸단다. 다양한 그들의 아픔을 잘 표현해줬다고. 여러모로 어려운 미션이었지만 이를 마친 이주형 감독 역시 후련해보였다.

'포크레인'은 분명 조심스러운 영화다. 그럼에도 이주형 감독이 그날의 '가해자'였던 계엄군들의 시선을 담아낸 이유는 분명 있었다. 여전히 인간답지 못한 그날의 '책임자'가 검은 진실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아프고 죄의식과 수치심이 있기에 인간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최근 회고록은 과연 본심에서 나오는 말일까 싶더라. 인간답지 않았다. 그런 사람이 아직도 너무 많았다. 그들한테 일침을 가하고 싶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뻔뻔할 것인지." 이전까지 진중하고 점잖던 이주형 감독의 신랄한 표현의 온도차가 눈에 띈다.

그는 19대 정권 들어 처음 진행된 지난 5.18 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을 회상했다. 그리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못 부르게 했던 나라는 과연 어떤 나라였나. 그렇게 뭔가 모르는 시스템적 압박에 억압당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한편으론 속이 확 풀리더라"고 했다. 당시 19대 대통령은 "광주가 차별과 배재, 총칼의 상흔이 남긴 아픔을 딛고 국민 모두의 상처와 갈등을 품어 안을 때, 광주가 내민 손은 가장 질기고 강한 희망이 될 것"이라고 연설한 바 있다. 결국 '포크레인'이 향하는 치유와 위로, 그리고 희망이란 키워드와도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이주형 감독은 "그 분들이 위로를 받고 손을 내밀어 우리 모두가 치유될 수 있기 위해선 진상 규명이 되어야 한다. 부끄러움을 아는 분들이 소신있게 자신의 죄를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 제발 진실을 이야기하고, 우리가 치유될 수 있게 해주셨으면 한다"고 담담하면서도 흔들림없는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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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신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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