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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뷰] '택시운전사' 송강호가 완성한 감정의 폭주
2017. 08.02(수) 07:07
영화 택시운전사 리뷰
영화 택시운전사 리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영화 '택시운전사'는 "렛츠고, 광주"를 외치던 천연덕스러운 서울의 택시운전사가 바라본 그날의 광주를 통해 아픔 속에서 희망을 유추하고자 한다. 비극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송강호는 자신만의 내공으로 그날의 뜨겁고 애끓는 온기를 담아낸다. 송강호로 완성된 영화임엔 틀림없다.

8월 2일 개봉될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제작 더 램프)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통금 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실제 영화는 1980년 광주의 비극적 실상을 전세계에 알린 '푸른 눈의 목격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지난 2003년 한국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했을 당시 수상소감에서 모티브를 얻어 탄생했다. "날 광주에 데려다준 용감한 택시운전사"란 힌츠페터의 말 속에 실재하지만, 실체는 한 번도 밝혀지지 않았던 김사복이란 인물을 서울의 평범한 택시운전사 만섭으로 구현해냈다. 그리고 영화는 그런 만섭의 시선으로 그날의 처참했던 광주를 목도한다.



오프닝은 80년대를 대표하는 조용필의 '단발머리'가 흐르며 서울의 대교를 유유히 지나는 초록 택시를 담아낸다. 이어 '유신잔당, 비상계엄 해체하라'는 피켓을 든 대학생들과 터지는 최루탄 연기 사이로 초록 택시의 운전기사 만섭이 "오늘은 그냥 넘어가나 했다. 데모하러 대학 갔나. 배가 불러 저런다"고 혀를 차며 코에 치약을 짜 바르는 모습으로 시선을 잡아끈다. 단순한 장면이지만 음악과 소품, 만섭의 대사만으로도 80년대 당시의 분위기를 실감 나게 묘사한다.

또한 "우리나라가 얼마나 좋은 나라인데. 사우디 가서 살아봐라"라고 말하는 그의 한심한 표정은 그들이 피땀으로 일군 나라에 반기를 드는, '군기 빠진' 젊은이들에 대한 반발과 거부감이 담겨있다. 이는 당시 애국적 인물의 전형적 모습이다. 또한 주인집 아들에 괴롭힘을 당하는 딸에게도 "살다 보면 억울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냥 무시해버려"라고 넉살 좋게 이야기하는 그의 말이 의미하듯, 그저 먹고살기 바쁜 그 시대 보편타당한 인물이다. 영화의 핵심은 바로 이런 만섭을 구현해낸 것에 있다. '택시운전사'는 현대사의 비극인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했지만, 광주를 기록하거나 재정의하고자 하는 영화가 아니다. 지극히 평범한 80년대를 살아가던 보통의 택시운전사가 바라본 단 이틀간의 광주의 모습, 그리고 이를 통해 변모하는 한 인물의 감정선을 통해 당시 우리가 보지 못한 광주를 직시하며 그날의 뜨겁고 처절한 온기를 전한다.

광주의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는 만섭의 캐릭터가 변곡점을 맞이하기까지 충분한 당위성을 줘야 하는 까닭에 초반의 호흡이 꽤 길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만섭에 치우쳐진 시선으로 인해, 토마스 크레취만이란 독일 연기파 배우를 캐스팅하고도 극 초반 피터의 활용도가 떨어진다. 앞서 '의형제', '고지전' 등 서로 대립되는 인물의 치밀한 심리묘사를 통해 갈등을 극대화했던 장훈 감독이 만섭과 피터의 갈등은 지극히 일차원적으로 그려낸 탓이다. 하지만 인물의 심리적인 변화와 감정적 증폭으로 인해 그 시대의 비극적 온기를 구현해내는 점은 여전하다.

송강호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절정의 연기를 보여준다. 초반 집주인에 밀린 월세를 빌려 내거나, 제 차에 흠집이라도 날까 골목에서 노는 동네 꼬마들의 공을 멀리 차 버리고, 사우디에서 익힌 짧은 영어로 부자 손님(?) 피터를 가로채 "렛츠고 광주"를 외쳐대는 뻔뻔한 속물근성의 만섭을 위화감 없이 소화해냈다. 송강호 특유의 넉살과 코믹함은 루즈한 전개를 채우는데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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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기자를 모셔온 서울의 택시기사 양반'이란 광주 시민들의 환호에 영문도 모른 채 그저 우쭐해하는 모습과, 그들이 나눠주는 주먹밥을 쪼그리고 앉아 받아먹는 모습은 익살스러운 한편 차츰 감정이 고조되게 만드는 전초전이다. 도무지 믿기 어려운 광주의 실체를 발견하고 충격에 휩싸이면서도 끝까지 부정하려던 만섭이 결국 공포를 느끼는 장면을 톤이 다른 붉고 어둡고 습한 색감으로 표현해낸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철저하게 고립된 광주에서 영문도 모른 채 학살당하는 광주 시민들의 총살 신이 무섭게 사실적인 것도 만섭의 시선으로 더욱 극대화된다. '제3한강교'를 부르며 서울로 향하던 만섭이 결국 죄책감에 무너지는 신은 분출된 감정의 폭주로, 희대의 연기를 펼친 송강호의 내공에 다시금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이밖에도 광주의 택시운전사 황태술 역으로 익숙한 정겨움과 익살스러움을 보이던 유해진이 비장한 각오를 품는 신, 기자로서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진실을 담아내고자 했던 토마스 크레취만이 광주의 절망에 동화되며 망연자실해 무너지지는 모습, 그럼에도 진실을 밝혀달라 외치는 광주 시민들의 절박한 호소에 탈출 의지를 보이는 신 등등. 평범한 온도를 가진 인물들의 감정폭이 요동치며 고조될 때 이들의 변화가 입체적으로 그려지며 극은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

'택시운전사'는 아픔과 비극이 담긴 그날의 광주, 그 상처와 고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이로 인해 변모된 인물을 통해 근본적인 치유의 힘을 전하고자 한다. 엔딩 신, 광화문으로 향하는 2017년의 택시도 꽤 운치 있고 먹먹한 여운이 맴돌게 한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택시운전사'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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