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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공감] '냄비받침'·'동상이몽2' 나오라고 달아준 '금배지'가 아닐텐데
2017. 08.02(수) 16:24
냄비받침, 동상이몽2 메인(위부터)
냄비받침, 동상이몽2 메인(위부터)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정치와 예능의 이질적인 만남이 지상파 예능에 변주를 꾀하고 있다. 그런데 예능으로라도 인지도를 올리려는 정계의 심산도, 굳이 장기간 섭외에 공들이는 예능도 납득 불가다. TV에 나오라고 달아준 '금배지'도 아니고, 그들을 보고 웃고 떠들겠다고 생겨난 예능도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정치인의 출연이 잇따르고 있다. 가장 많은 정치인을 섭외하고 있는 방송은 KBS2 예능 프로그램 '냄비받침'이다. 지난달 13일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을 시작으로 정의당 심상정 의원,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충남도지사,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냄비받침'을 거쳤다. 가장 최근인 이달 1일 밤 방송에서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동반 출연했다.

'냄비받침'이 일회성 게스트로 정치인을 섭외해 매회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면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이하 '동상이몽2')은 아예 정치인을 고정 멤버로 섭외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이 첫 방송부터 아내 김혜경 씨와의 일상을 VCR로 공개하고 스튜디오 게스트로도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이 거듭되자 일각에서 폴리테이너(politainer)라는 말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심지어 정치인들을 폴리테이너로 지칭하기도 한다. 정치인들이 예능을 통해 국민인 시청자에게 예능인처럼 웃음을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엄밀히 말해 폴리테이너란 정치적 행위를 하는 연예인(엔터테이너, entertainer) 혹은 선거에 출마하는 등 정치적 지위까지 획득하는 연예인을 일컫는다. 반면 '의원', '당대표', '도지사', '시장' 등 각종 직함을 유지하고 있는 현재 지상파 예능의 게스트들은 완전한 정치인(politician)이다. 하여, 한 순간의 예능 출연도 정치적 행보인 이들에게 폴리테이너라는 말랑말랑한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을 섭외한 제작진이나, 예능에 출연한 정치인이나 이 같은 시청자의 착각에 기대 이익을 꾀하고 있다. 예능과 정치의 만남이 희귀하기에, 제작진은 일시적으로나마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높이려 한다. 치열한 시청률 경쟁과 시청자 선점이 관건인 신규 예능 프로그램들에게 다른 프로그램들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정치인 게스트는 떨칠 수 없는 유혹이다. 이에 '냄비받침'도 '동상이몽2'도 새로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정치인 게스트를 메인으로 내세우며 화제성을 끌어올렸다. '무플보다 악플', '무관심보다 욕이 낫다'고 할 정도로 지명도와 관심에 목마른 정치인들에게도 이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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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예능과 정치의 본령이 다르다는 데 있다. 예능은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기에 존재한다. 정치는 통치와 지배, 이에 대한 복종, 협력, 저항 등의 사회적 활동이다. 자연히 예능에 출연하는 연예인과 사회적 활동을 우선하는 정치인의 지향점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언뜻 보기에 연예인과 정치인 모두 대중의 관심을 필요로 한다는 작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연예인에게 대중의 관심이 그 자체로 목적이라면 정치인에게 대중의 관심은 정치 행위를 위한 수단일 뿐이다.

결과적으로 예능과 정치의 만남은 잠깐의 화제성 상승을 위해 각자의 본질을 잊게 만든다. 정치인은 예능에 적응하느라 작위적인 웃음을 자아내고, 예능은 사연을 포장하기 위해 불필요한 연출을 가미하며 억지 감동을 조장한다. 필요한 공약으로 유권자를 웃게 만들고, 진정성 있는 유머로 시청자를 웃게 하는 원래의 정치와 예능은 잠시 잊은 모양이다.

심지어 제작진이 화제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인에 대한 분량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할애하는데,프로그램의 균형만 깨진다. 여러 명의 게스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 한 쪽에만 절반 이상의 시간이 제공되는 것이다. '냄비받침'과 '동상이몽2' 모두 정치인 출연 분량을 방송 초반 과하게 배치해 다른 출연진의 분량이 적다고 비판 받은 이유다.

특히 안타까운 점은 정치인을 다루는 지상파 예능 대부분의 연출이 승자의 시각에서만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시청자의 감성과 감정을 건드리는 부분이다. '냄비받침'이나 '동상이몽2'에 출연한 정치인들은 대개 정치적 성과 혹은 이미지에 입각해 평가 받고 있다. 이들의 과거 이력과 행보가 공과를 막론하고 예능적 연출과 장치들을 만나 감동적으로 혹은 유쾌하게 포장된다.

이로 인해 한 정치인의 행보가 공적 영역이 아닌 사적 영역으로 치환되거나 편승된다. 나아가 정치적으로 발생한 공적 활동의 결함조차 너그럽게 평가된다. 과거엔 치명적이었던 선택도 이제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적인 실수로 치부되거나 웃음이나 눈물을 유발하는 감성적인 코드로 승화되고 있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다르게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 차이가 예능 속 정치인들에게 이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정말 이를 모를까. '동상이몽2'에서 아무리 이재명 시장 부부를 섭외하기 위해 5개월 동안 매달렸고 방송 전반부에 포진시키고 있어도 주목 받는 것은 배우 추자현과 우효광 부부다. '냄비받침'이 유력 정치인을 연달아 섭외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2~3% 대를 오가고 있다.

사실 이 같은 시청자의 외면이나 자체적인 필터링은 누구보다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이 알고 있을 터다. 알면서도 화제성을 위해 시청률 한탕을 위해 무리한 섭외와 기획으로 전파를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볼 때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KBS2,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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