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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논란, 류승완 감독은 억울하지 않다 [인터뷰]
2017. 08.03(목) 21:10
군함도 류승완 감독 인터뷰
군함도 류승완 감독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류승완 감독은 용감했다. 자신의 연출작 '군함도'를 둘러싼 논란을 회피하지 않았고, 자신의 확고한 소신을 피력했다. 그 또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그리고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비극의 역사인 '군함도'를 알지 못한 채 방관했던 것에 대한 책임과 도덕적 부채감을 느꼈다. 그랬기에 그만의 방식으로 '군함도'란 지옥섬을 그려냈다.

최근 개봉된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제작 외유내강)는 단 한 번도 영화화된 적 없던 군함도를 소재로, 지옥섬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이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재벌 3세의 갑질 행위를 통쾌하게 때려 부수는 범죄 액션 영화 '베테랑'으로 천만 영화감독 대열에 들어선 류승완의 차기작인 데다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등의 화려한 캐스트로 기대를 모았지만, '군함도'는 개봉 직후 일부 관객들로부터 혹평 세례를 받고 있다. 주요 골자는 식민시대 일본의 비인간적 처사와 잔악성으로 점철된 지옥섬 '군함도'를 놓고, 한철 장삿속 영화를 만들었단 일종의 용납할 수 없는 울분이다. 피해자들을 한낱 오락거리로 전락시킨 게 아니냐는 실망과 배신감의 표출이다. 억울할 법한데 류승완 감독은 이에 대한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았다.



2013년 '군함도'를 처음 알게 됐단 감독은 "저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역사를 이야기하는데 이런 엄청난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부끄럽고 충격적이었다"는 감상으로 말문을 열었다. 당시는 일본이 하시마섬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 하려던 때다. 그런데도 국내에선 이슈화가 안 되고 있었다. 오히려 자료 취재 도중 만난 일본의 르포작가나 민속학자들이 왜 한국은 이를 다루지 않느냐고 의아하게 생각했었단다. 감독은 슬픔과 부끄러움이 동반된 부채감을 느꼈을 터.

그랬기에 시작은 단순했다. '이걸 영화로 만들어 알리자.' 물론 그 이전에 접한 섬의 이미지와 그 섬 안의 사람들은 그에게 엄청난 자극이 됐다. 일종의 작가적 상상력을 일으키는 소재로 작용한 것. 류승완 감독은 궁극적으로 타의에 의해 끌려온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이 감옥에서 탈출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허구의 인물들과 대탈출극이란 상황을 녹여냈지만, 이 또한 '군함도'에서 가능했을지 많은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확인했다. 실재하는 역사를 고증하고, 그 속에 만들어낸 인물들과 사건, 그리고 상황에 대한 밸런스를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췄단 감독이다. 이를테면 기술적 측면에서 군함도를 초대형 세트로 완성했고, 미술팀과 CG팀이 구현해낸 바다의 질감, 소품의 고증 상태, 시각적 연출과 사운드 등이다. 군함도를 사실적으로 완성하기 위해 극한으로 밀어붙였다.

일본을 절대악으로 그리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일본의 제국 식민주의 통치는 명백한 범죄다. 하지만 당시 통치받는 사람들 입장에서 그들은 손에 잡히지도 않는 존재이자 거대한 시스템이 아니었나." 그는 "친일 앞잡이와 조선인의 첫 번째 충돌이 그려진 목욕탕 신만 봐도, 일본인들이 싸움을 붙여놓고 뒤에 빠져서 구경한다. 이는 전작 '짝패'에서도 지방 소도시에 싸움을 붙여놓고 서울의 자본은 뒤로 빠져있는 모습과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거대 악은 손에 잡히지 않고, 그것에 희생당한 이들 중 누가 조금 더 사람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느냐에 초점을 둔 셈이었다. 또한 일제강점기 시대를 그리며 친일 부역 세력을 함께 논하지 않는다면 이는 반쪽자리 프로파간다밖에 안 된다고 생각했단다. 이는 자신이 그 시대를 바라보는 태도이자 시선이라고. "명백한 범죄와 악행을 이야기하며 동시에 우리 내부를 들여다보자는 성찰을 담고 싶었다. 우리는 친일청산이 이뤄지지 못한 채 근현대사를 맞이했다. 역사교육과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왜곡되고 일그러진 사회에서, 우리도 자칫 착각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우리 스스로도 혼란이 많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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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류승완 감독은 일본과 친일 부역자들의 행위에 대해 강도높은 직설적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일본이 독일 반만 따라갔어도 이런 피로감은 없었을 것이며, 아직도 독일은 나치 부역자들을 색출하는 기관이 상설 운영된다고. 그가 '베를린' 촬영차 독일에 갔을 때 가장 감명 깊었던 건, 홀로코스트 학살에 반성하는 의미로 조성된 거대 광장이었다. 이는 홀로코스트 학살 당시 독가스를 제조했던 회사가 세운 광장이었다. 또 유태인 마을엔 수많은 이름표가 있었다. 유명인들이 아닌 당시 희생당한 유태인들의 이름을 두고 추모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그들은 처절한 반성을 하고 있었다. 일본과 아직도 건재한 친일 부역 세력들은 하지 않은 일들이다.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의 대탈출극 엔딩도 실은 재미적 측면을 부각한 게 아니었단다. 영화에서라도 그들을 탈출시키고자 하는 욕망과 바람이었고, 조선인들의 원폭 피해와 나아가 전쟁의 끔찍한 폐해까지 말하고 싶었다. 그는 "일본에 원폭이 떨어져 꼴좋단 시선이 아니라 여기서 끝나지 않은 조선인 피폭 피해자들을 봐야 한다. 일본은 그 원폭이 떨어진 공간을 조선인들에 치우게 시켰다. 미군의 폭격에 의해 실제 조선인들도 피해를 입었다. 결국 이것이 전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까지 가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속내를 밝혔다.

1974년 폐광된 탄광이 현재까지 한일 양국의 논란이 될 만큼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역사와 첨예한 갈등이 지속된다면, 또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보장이 없다. 감독은 '군함도'란 영화를 통해 일본이 강제 징용 만행을 민감하게 반응하며 아직도 왜곡하는 시도는 분하지만, 제대로 잘잘못을 따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단 측면에선 긍정적이란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국내 관객들 또한 논란과 혼란에 휩싸이고 있지만, 관객이 영화를 보고 느끼는 감정은 고유의 권리이고 자유이기에 이를 침해해선 안 된다는 감독이다. 또한 이는 "우리가 어디가 아픈지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더욱 건강해질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해서라도 시작해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타협하지 않고 제 소신과 신념을 지키는 류승완 감독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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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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