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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이상호 감독, 이미 넘치게 정의롭다 [인터뷰]
2017. 08.09(수) 10:54
영화 김광석 이상호 감독 인터뷰
영화 김광석 이상호 감독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어떤 억압과 권력에도 굴복하지 않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서라면 사활을 걸고 집념을 불태운다. 그 탓에 미련할 정도로 우직한 외골수로 여겨지지만, 시대와 약자를 향한 시선엔 늘 따스한 심성이 엿보인다. 그런 이상호 기자가 20년간의 취재 끝에 세상에 꺼내놓은 두 번째 연출작 '김광석'은 아련한 향수와 충격적 실체가 얽혀 든 영화로 또 한 번의 사회적 파장을 예고했다.

8월 30일 개봉될 영화 '김광석'(제작 씨네포트)은 '다이빙벨' 이상호 감독의 차기작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 故김광석의 목소리를 추억하며, 그의 노래 속에 담긴 자전적 인생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풀어쓴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로 정의된다.

'고발 기자'란 키워드로 대변되는 만큼 세월호 참사, 삼성 X파일 등 이 시대의 성역과 비리를 파헤치며 사회적 경종을 울린 그가 음악 영화, 그것도 희대의 아티스트 김광석을 다룬다니. 다소 의아할 순 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보면 한마디로 그답다. 모든 변사 사건은 타살의혹을 가지고 수사해야 마땅하지만, 1996년 김광석 사망 당시 공권력은 이 기본 전제를 배제했다. '김광석'은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며 사건의 과정 속 숨겨진 99%의 합리적, 실체적 진실을 전하려는 영화다. 동시에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故김광석에 대한 위로이기도 하다.



이상호 감독은 MBC 재직 시절, 김광석 변사사건을 처음 접했다. 그때부터 줄곧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고 100% 믿었다. 그는 "이미 팩트는 충분히 영화 안에 들어가 있다. 이를 통해 귀납적으로 타살이라 결론 내렸다"고 확신했다. 다만 법정에서 필요한 '스모킹건', 이른바 자백이 없기에 1%의 부족함이 있었단다. 하지만 이 또한 자신감이 넘치는 감독이었다. 이마저도 집요하게 진실을 찾아내면 됐다. "제가 처음 이 사건을 취재하던 시절엔 인터넷과 네티즌이란 사회적 존재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네티즌 수사대가 공권력을 움직이게 만들지 않나. 이미 정밀한 추적이 시작됐고, 1%의 진실을 마저 정리할 수 있단 믿음과 확신이 섰기에 지금 시점에 영화를 공개하게 됐다."

이같은 자기 확신을 온전히 증명하기 위해 지난한 20년의 세월을 버틴 그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다. 국가 공권력의 남용, 집단의 문제는 고발하기 쉽다. 오히려 타살 의혹을 제기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단 감독은 "명예훼손과 직결되기 때문에 취재하는 과정이 힘들고, 초기 수사 자료가 거의 없었기에 제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단서 하나하나가 모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까닭은 김광석이란 사람의 특수성 때문이었다. 이상호 감독은 "그분이 유명인이라서 취재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 전 김광석 마니아도 아니었고, 실제로 만나 뵌 적도 없었다"며 "변사자 문제가 심각하지만 여태껏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지 못했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그의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됐지만 이 과정에서 자꾸 김광석의 음악이 들리더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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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감독이 말하길 그의 노래엔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랬기에 김광석은 세상에 없어도 그의 노래는 제 삶에 와 닿았다. 한편으론 그때마다 제 발이 저렸다. 그에 대한 부담과 채무감 때문이었다. 개인적인 사건들, 이를테면 해직과 세월호 취재 등으로 인해 잠시 그를 내려 놓을때마다 어느 순간 들리는 그의 노래는 '지금 뭐 하고 있느냐'며 자신을 야단치는 것 같았단다. 그래서 사정이 어려웠을 때도 장비 없이 후배에게 부탁한 주먹 카메라와 무선 송수신기만 들고 취재에 나섰단 그였다. "원래 기자는 죄인이다. 남들보다 어떤 사실을 먼저 알았단 이유로, 이를 전달할 의무가 있는데 하지 못하고 있으면 죄인인 거다." 홀로 힘들게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을 때도, 결코 그를 지칠 수 없게 하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이처럼 오랜 시간 김광석을 좇으며 이상호 감독의 마음속에도 그에 대한 온전한 실체와 감상이 자리 잡았다. 엄청난 아티스트이자 시인이었고, 현실에 대한 인식도 깊은 사람이었다. 이상호 감독은 "그분이 살아서 동시대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면, 얼마나 어마어마한 노래가 이어졌을까. 그 생각을 하면 너무 안타깝고 아쉬운 그런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인간에 대한 애정, 사랑에 대한 숭배를 노래한 김광석을 담은 영화인만큼 장르적 연출이 필요했단 감독이다.

그는 "팩트를 훼손하거나 지나치게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음악적인 부분과 영화적 장르에서 관객들에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려 했다"고 연출 포인트를 설명했다. 전작 '다이빙벨'은 감히 연출하거나 손대는 자체가 죄악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사건 전달에 충실했던 그가 달라진 연출법을 택한 이유다. 실제 영화 '김광석'은 단순히 사건의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소박하지만 진심을 울리는 노랫말과 멜로디로 삶을 노래했던 김광석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이야기가 있다. 여기에 점층적으로 진실에 접근하며 종국엔 충격적 실체에 도달하게 만들고, 이에 따른 감정적 고조를 일으킨다.

이같은 성취를 이뤘음에도 이상호 감독은 "감독이란 호칭은 주제넘다"며 손사래다. 다만 3년 전 '다이빙벨'을 통해 영화계에 첫 발을 디뎠을 땐, 언론이 제 기능을 못하는 시기, 하나의 대안이자 수단으로 영화를 대했다. 하지만 지금은 영화를 위해 목숨 건 영화인들과 이를 수용하는 관객들을 보며 함부로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을 반성한단다. 그렇기에 연출자로선 여전히 부족하겠지만, 영화가 추구하는 진실성만큼은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의문의 변사사건에 대한 타살 의혹을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이에 대한 결론을 도출해낸 영화인만큼 '김광석'은 개봉 직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게 자명하다. 실제 '다이빙벨'이 일으킨 후폭풍의 여파가 상당했듯. 그럼에도 이상호 감독은 "대단히 마음의 각오를 하고 있다"며 초연한 모습이다. 탐사 저널이란 결국 우리 인식의 바다 위에 폭탄을 던지는 행위기에 후폭풍도 있고, 반작용도 따르게 마련이지만 이 또한 긍정적인 인식 전환으로 보기 때문이란다. 그가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까닭이었다.

그런 이상호 감독에게도 '정의로운 것'의 정의는 20년 넘게 고민하는 문제였다. '과연 정의란 무엇일까, 나는 정의로운가' 그래서 공부도 하고 고민도 해봤지만, 많은 이들이 자신의 정의로움을 주장하며 사회를 억압하고 권력을 행사하고 있더란다. "결국 중요한 건 휴머니즘이다. 결론은 아름다운 것으로 정의를 평가하려 노력한다. 이는 덜 오염된 것이라 생각하고, 인식보다도 근원적인 판단에 개입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기사를 쓰고 싶다"는 그다. 취재 중계 차량을 처분하고도 오히려 이를 안타까워하는 대중들에 미안함을 전하고, 자기 몸을 돌보기보다 부조리한 현장의 선봉에 서서 치열하게 투쟁한다. 그러면서도 피해자들의 아픔에 함께 고통스러워하며 눈물 흘리는 그는 이미 넘치게 정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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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안성후 기자, 영화 '김광석'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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