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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있는 그녀’ 정상훈, 거북이 달린다 [인터뷰]
2017. 08.30(수)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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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배우 정상훈은 예능에서 보여주던 모습처럼 시종일관 호쾌한 모습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연기에 대해서는 겸손하면서도 진지하게 자신의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준비된 사람이기에 첫 정극 주연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음을 느끼게 한 정상훈은 꾸준함을 무기로 끈질기게 달릴 것을 믿어 의심치 않게 했다.

정상훈은 종합편성채널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극본 백미경·연출 김윤철)에서 불륜을 저지르고도 뻔뻔한 우아진(김희선)의 한량 남편 안재석 역으로 활약했다. 시청자들은 그런 안재석을 분노에 차 바라보다가도 무지에서 나오는 뻔뻔함에 두 손을 들었다. 극의 코믹함을 담당, 바람을 피우고도 이렇게 욕을 덜 먹은 캐릭터는 아마 정상훈이 만든 안재석이 처음이지 않았을까.

정상훈은 안재석이 밉상 캐릭터임에도 귀여운 느낌까지 자아낼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무엇보다 연기력이죠”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내 그는 “많은 분들이 걱정하신 것 안다”고 겸손함을 드러내며 자신의 정극 주연 캐스팅 비화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정상훈은 앞서 출연했던 드라마 ‘운빨 로맨스’를 보고 ‘품위있는 그녀’ 김윤철 감독의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그는 미팅에선 아직 확신하지 못하던 김윤철 감독을 설득시켰고, 대본 연습에 참여한 이들에게는 자신의 문제점을 설득시켜야 했다고 했다. 그 결과 모두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연습을 마쳤단다.



제작진과 배우, 이어 시청자들까지 안재석 캐릭터를 보며 웃을 수 있었던 건 정상훈의 깊은 고민이 수반됐기에 가능했다. 정상훈은 “밉상 연기는 누구나 잘할 수 있다. 그래서 저는 제 장점을 살려야지 했다. 밉상에 코미디를 많이 얹어 기능적인 역할을 하려고 했다. 일부러 눈을 흐릿하게 껌뻑 껌뻑 뜨거나, 별생각 없어 보이도록 섣불리 말을 내뱉고 보는 게 안재석의 옷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나 그는 재벌 캐릭터 중에는 안재석처럼 어리숙한 캐릭터가 없어 연구가 더 절실했다고. 정상훈은 “대부분의 재벌 캐릭터는 멋있거나, 악역이라면 소시오패스 같은 역 들이 많아 참고할만한 캐릭터가 많지 않았다. 안재석이 그냥 밉상이기만 하면 티도 안 나고 욕만 먹고 끝날 것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욕만 먹다가는 제가 그전에 ‘양꼬치엔 칭따오’를 해서 이룩한 광고시장이 없어질 것 같았다. 결단이 필요했다. 제 연기적 욕심은 두 번째인 거고 아이가 있다 보니 생활적으로도 더 절실하게 캐릭터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고 솔직하게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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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석은 완벽한 아내 우아진을 두고 딸의 미술 선생인 화가 윤성희(이태임)와 바람을 피우는 인물. 때문에 정상훈도 김희선과 이태임, 두 배우와 모두 호흡을 맞췄다. 앞서 두 배우는 인터뷰를 통해 정상훈을 극찬하며 큰 의지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들의 말을 전해 들은 정상훈은 “아 그러냐”며 웃음을 숨기지 못하면서도 “그것도 연기력이다”라고 능청스럽게 말해 또다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하는 연기로 상대방을 감동시키면 그 감동이 당연히 나에게 올 거라 생각했다. 제가 한 게 돌아와 상대방도 나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거다.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과는 다르다. 내 것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다. 신을 살리겠다고 나만 돋보이면 신이 사는 게 아니라 배우 혼자만 살지 않나”라며 “상대 배우와 같이 어깨동무하고 함께 가는 게 힘이 아닐까 싶다”고 자신의 연기지론을 밝혔다.

정상훈은 김희선과 호흡을 맞춘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잘하는 분들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상대를 편하게 만들어 준다. 술도 정말 많이 사주셨고, 제 얘기도 많이 들어주셨다”고 했다. 정상훈은 “연기만 가지고 부부생활을 어떻게 표현하겠나. 극 중에서 아이가 초등학생이니 한 11년은 같이 산 것으로 나오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일부러 서로 각자의 아이 얘기도 많이 하면서 물리적 간극을 메운 것 같다. 그걸 이끌어준 게 희선 씨다. 다들 (김희선에 대해) 칭찬만 하시지 않나. 칭찬받아 마땅한 여자다. 앞으로도 칭찬이 이어지지 않을까”라며 함께 호흡한 상대방에게 공을 돌렸다.

밉상 커플로 활약한 이태임에 대해서 그는 “우리나라 통념적인 사고방식에 의하면 저보다 태임 씨 캐릭터가 욕을 더 많이 먹을 거라는 건 기정사실이었다”며 자신뿐만 아니라 이태임 캐릭터까지 밉상으로 보이지 않게 함께 고민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석에서 많이 했던 이야긴데 ‘악역이든 뭐든 연기로 대중을 감동시키면 된다’고 했다. 어줍지 않게 악역이면 짜증만 나지 않나. 사전제작이다 보니 물리적으로 단단해지도록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기들이 나온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또 정상훈은 김윤철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력에 감탄했음을 밝히며 그에 대한 무한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감독님이 편집하는 걸 보는데 화면의 분위기도, 시선도 뭔가 달랐다. 이 드라마는 진짜 웹메이드가 되겠는데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반대로 정상훈도 그에게 신뢰를 받은 듯했다. 그는 깐깐한 캐릭터 디렉팅으로 유명한 김 감독에게도 자신이 연구한 안재석을 설득시켜 캐릭터에 고스란히 반영시켰다. 뿐만 아니라 그는 현장에서도 유일하게 애드리브가 허용된 배우였다고. 신뢰의 비결을 묻자 정상훈은 “전 굴하지 않고 (애드리브를) 계속 했거든요”라며 능청스럽게 연기를 재연해 보이기도 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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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스럽게 이야기했지만 정상훈은 안재석을 위해 수없이 고민했음을 확실히 짐작케 했다. 준비된 사람이었기에 드라마 첫 주연작인 ‘품위있는 그녀’를 통해 그간 쌓아온 내공을 터뜨릴 수 있었고, ‘정상훈은 코믹하기만 할 것이다’라는 우려를 씻을 수 있었다. 정극 연기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명확히 한 그는 “(주연은) 많은 이들의 소원 중에 하나지 않나. 대학로에서 연극할 시절, 앞이 깜깜하고 아무것도 안보였다. 잘 나가는 친구들에 대한 열등감이 생기기도 했다. 결혼을 한 후엔 생계를 이어야 했다. 제가 요리를 잘해서 마흔둘에도 안 되면 그만두고 장사하려고 했다”고 그간의 속앓이를 밝히기도 했다.

성공적으로 ‘품위있는 그녀’를 마친 그는 배우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확실하게 열었다. 드라마에 이어 최근에는 첫 주연 영화 ‘로마의 휴일’이 개봉을 하기도 했다. 갈고닦은 준비된 내공으로 기회를 잡은 그는 “거북이처럼 천천히 가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가는 듯 마는 듯해도 꾸준히 가고 싶어요. 분명히 장담하건대 5년 뒤에는 조금이라도 앞으로 가 있을 거예요. 꾸준함에 당할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언젠간 발이 공중에 떠있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겠죠. 그럼에도 스스로 ‘붙여’ ‘붙여’ 채찍질하면서 붙일 사람이 될 겁니다.”

[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샘컴퍼니, 제이에스픽쳐스, 드라마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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