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페이지 설정 북마크 china
홈페이지 로그인 회원가입 기사제보
페이스북 트위터 youtube
[씨네뷰] '김광석', 죽은 자는 말이 없었지만
2017. 08.30(수) 23:19
영화 김광석 리뷰
영화 김광석 리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렇기에 망자의 뜻과 진실을 밝혀내는 건 결국 살아있는 자들의 몫이다. "삶을 택할 것이냐, 노래를 택할 것이냐. 그러면 가수 입네 하면서 노래를 택할 것이다 하는데 저는 절대로 안 그럴 거예요. 제 생활을 택하죠." 삶이 있고, 그렇기에 자신의 음악이 있다고 말했던 故김광석은 갑자기 목숨을 끊었다. 그 의문스러운 죽음에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영화 '김광석'이다.

8월 30일 개봉된 영화 '김광석'(감독 이상호·제작 씨네포트)은 한마디로 문제작이다. 영원한 가객 故김광석의 목소리를 추억하며 그의 노래 속에 담긴 자전적 인생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풀어쓴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로 정의되지만, 그 안엔 세상을 발칵 뒤집을만한 충격적 실체가 담겨있다. 전국민을 비탄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 당시 주류 언론이 다루지 않았던 그날의 진실을 고발한 영화 '다이빙벨'을 연출한 이상호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감성적 음악 영화의 결을 따르면서도 그만의 방식으로 날카롭고 집요하게 그날의 '의문사'를 추적하는 영화다.

1996년 1월 6일. 가수 김광석이 죽었다. 동료들과 카페에서 음악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집에 돌아와 새벽 3시까지 아내와 맥주를 마신 뒤 자택 계단에서 전깃줄로 목을 감아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변사 발생 1시간 40분 뒤 병원으로 옮겨졌고, 병원 도착 당시 이미 사망 상태였다. 당시 경찰은 유일한 목격자였던 아내의 말만 듣고 자살로 결론 냈다. 갑자기 목숨을 끊은 가수 김광석. 영화 '김광석'의 시작은 바로 여기서부터다.



영화는 이상호 기자의 20년에 걸친 취재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MBC 재직 시절 김광석 변사사건을 접한 이상호 기자는 생전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던 김광석이란 존재가 20년 넘게 이고 가야 할 숙제가 되어버렸다고 말한다. 이는 부채감 때문이다. 김광석의 죽음에 의혹을 품었던 그는 하나의 단서를 발견했고, 99% 타살을 확신했다. 그럼에도 단 1%의 결정적 증거가 없었기에 지난한 20년 세월을 쫓고 쫓아야만 했다. 그럼에도 지치지 않았던 건 그의 저널리즘 정신에 내포된 인간적 감성과 죄책감 때문이었다.

이제야 수면 밑의 이야기를 끌어올린 셈이지만, 영화는 조급하지 않다. '김광석'이 음악 다큐로 정의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전작 '다이빙벨'에서 적나라할 정도로 사실적 접근과 실체적 고발에 목적을 뒀던 이상호 감독이 영화의 장르적 서사를 좀 더 유연하게 풀어내는 스킬을 구사하는 지점이 면면이 드러난다. 노래와 얽힌 이야기가 부각되는 것이 특히 그렇다.

꿈에서라도 친구가 나타나 주길 바라는 박학기의 모습과 오버랩되는 '먼지가 되어', 오랜 시간 변함없이 진실을 파헤치는 이상호 감독에 찾아줘서 고맙다는 김광석 모친이 결국 진실을 알지 못한 채 별세하고. 이 부고 소식을 접한 이상호 감독의 눈물과 함께 흐르는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는 영화의 감정적 서사를 고조시키는 장면이다. 김광석 고향을 찾은 감독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김광석의 노래를 발견하고 들어간 봉제 공장의 미싱사들, 마음이 아파 동생의 노래를 안 들으려 했는데 결국 듣는 순간부터 좋더라는 쓸쓸한 표정의 김광석 형의 모습. 침수 피해를 입고 그간의 자료들이 모두 파손돼 자책하는 감독의 절망을 CCTV 영상으로 담아내는 등의 장면들은 김광석의 노래와 얽힌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단면이다.

이밖에도 프로파일러가 분석한 김광석 아내의 거듭 달라지는 진술과 대응 방식, 김광석의 미공개 일기장 속 말 못 할 아픔과 쓸쓸한 감정의 기록마저도 한 편의 시처럼 애달픈 것은 고인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긴장을 유발한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이상호 감독은 이처럼 노래를 따라 흐르는 이야기를 베이스로 깔고, 사건에 대한 점층적 접근을 하며 종국엔 충격적 증거를 내놓는다. 그리고 며느리를 두려워하던 김광석의 아버지가 별세 전 건네준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은 합리적, 실체적 의혹의 방점에 도달하게끔 한다.

영화는 결국 변사사건에서 기본적으로 행해졌어야 할 타살 의혹을,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될 수 있는 가족의 말만 듣고 자살 처리해버린 그 안일한 공권력에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 동시에 의문의 죽음 속에서 가장 억울했을 망자를 위로하고자 함이다. 20년이 넘도록 답보 상태인 그의 죽음의 진실에 대한 자책과 부채감, 멈출 수 없는 집요한 저널리즘, 그리고 많은 이들의 삶을 위로하는 노래를 남기고 떠난 김광석에 대한 존경. 이 모든 감상을 담아 영리하게 음악 다큐로 풀어낸 이상호 감독의 '김광석'. 그 여운과 잔상이 쉽게 떠나지 않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김광석' 포스터, 스틸]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한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키워드 : 연예계이슈
싸이월드공감
koreastardaily kantamedaily kakao qq sina news.yahoo news.msn tw.news.yahoo.com thegioidienanh vientianetimes 구글 mk hihoku KT KBS 네이트온 싸이월드 네이트 다음 tvcast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