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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휴일' 방준호, 독창적 신스틸러의 탄생 [인터뷰]
2017. 09.01(금) 14:59
로마의 휴일 방준호 인터뷰
로마의 휴일 방준호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한 번 보면 잊기 힘든 개성 강한 외모로 독창적인 연기력을 발휘하는 배우가 있다. 근래 들어 눈길을 끌길래 신인 배우인가 싶지만 이미 20년 차 생계형 연예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다. 세 보이는 이미지와는 달리 섬세한 감성과 숱한 고민으로 스스로도 설득력 있는 연기를 하려 노력하는 방준호는 그만큼 순수했고 진솔한 배우였다.

8월 30일 개봉된 영화 '로마의 휴일'(감독 이덕희·제작 전망좋은영화사)은 현금 수송 차량을 탈취한 삼총사가 경찰을 피해 달아난 나이트클럽에서 백명의 손님들과 대규모 인질극을 벌이는 코미디 영화다. 100명의 인질 중 빨간 남방과 검은 슈트 차림으로 살벌한 위압감을 뽐내는 인물이 바로 방준호였다. 악덕 나이트클럽 사장 역으로 출연한 그는 흔치 않은 외모를 자랑하며 사채 빚을 진 여성이나 클럽 지배인에게 야비하고 비열한 면모를 보이다가도, 인질 55번으로 전락해 자존심을 제대로 구기며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사실 그는 '트로트계의 싸이'로 불리며 20년 동안 가수로 활동했던 '미스터팡' 방준호다. 하지만 단 세 편의 영화 출연작만으로도 미친 존재감을 발휘하며 관객의 뇌리에 강렬히 각인됐다. 시작은 '로마의 휴일' 이덕희 감독의 첫 연출작 '창수'를 통해서였다. 방준호는 "이덕희 감독님과 우연히 사석에서 만났는데 절더러 연기자냐 물으셨었다. 연기해 본 적 없냐 하시며 '창수' 캐스팅 제의를 해주셨다"고 그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이는 곧 배우 방준호로서의 첫 발판이기도 했다. 그는 '창수'에서도 나이트클럽 사장 역을 맡았지만, 처절한 누아르 장르를 표방한 극에서 별다른 대사 없이 주인공 창수 역의 임창정을 무섭게 구타하는 인물로 등장했다.



"실제 깡패 아니냐는 얘기도 들었다"고 웃으며 말한 그는 "사실 처음 섭외를 받았을 때 자신이 없었다. 그때 감독님은 '무당이 무당을 알아본다'며 저를 마음에 들어하셨고 고민 끝에 출연했다"고 털어놨다. 고민의 이유는 "괜히 가수 하던 애가 연기 영역에 들어서는 거라 두려움도 있었고, 다른 배우들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창수'의 살벌한 캐릭터 연기 이후 깡패 역할 제안을 엄청나게 받았단 그다. 처음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실감 나는 연기를 보여준 탓일터. 그때 임창정 역시 방준호에 "너 연기 몇 년 했니"라고 물었다. 연기 경력은커녕 연기를 배웠을 리도 만무했다. 트로트 가수라고 했더니 임창정은 배꼽을 잡고 데굴데굴 굴렀더란다. 그리곤 "그냥 연기해"라고 말해줬다고. 처음엔 분명 재미 삼아 시작해봤다는 그지만, 천성부터 타고난 배우 자질을 갖췄음은 틀림없었다.

실제 그의 두 번째 작품인 미스터리 판타지 영화 '중독 노래방'에서 방준호는 지하 노래방에 숨어 사는 청각장애인 점박이 역할로 신스틸러 노릇을 톡톡히 했다. 추레한 옷차림과 이마를 훤히 드러낸 지저분한 장발, 얼굴의 큰 점, 굼뜬 행동과 눈빛이란 외양은 물론 가족을 잃은 상처와 결핍을 감춘 속내까지 절절하게 연기해냈다.

방준호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대사가 하나도 없었다. 점박이가 할 수 있는 건 먹는 것, 우는 것 두 개였다. 먹고 우는데도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해서 특징을 만들려 했다"며 얼굴의 큰 점과 눈을 껌뻑 껌뻑 거리는 행동은 물론, 캐릭터의 감정을 이해하려 노력했다고. 특히 점박이가 죽은 아내와 딸과의 추억을 되새기는 신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고, 처음으로 연기하며 감독에 무언가를 요구해본 것이라 했다. 이후 극에 등장한 꼬마 아이를 보고 초코파이를 건네고 끓어오르는 울음을 우는 신도 그의 발상이었다. 그는 "촬영 내내 말이 없는 캐릭터라, 촬영을 마친 뒤에 두 달 동안 우울증이 오기도 하더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인물의 깊은 내면과 정서를 교감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냈기에 관객 또한 그의 연기에 몰입하며 진한 공감을 선사할 수 있었다.

실제 그 역시도 처음엔 두 딸과 어머니를 모시는 가장으로서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연기도 마다할 수 없었다지만, 차츰 이 분야에 대한 애정이 생긴 듯했다. 연기를 본격적으로 배워볼까 생각도 했지만, 임창정은 "넌 타고난 게 있다. 배우려 하지 말고 네가 가진 걸 표현해봐라. 대신 네가 스스로 하나하나씩 깨우쳐나가야 하는 숙제는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그 또한 "처음엔 거울을 보면서 한참 연습을 하고 갔는데 현장에선 연기하려 하지 말고 느낌대로 가라고 하더라. 그게 뭘까 싶었는데 이 사람들이 날 원하는 건 제 꾸며진 모습을 원하는 게 아니구나 싶어 그 후부터 편해졌다"고 밝혔다. 진짜 방준호답게 꾸며지지 않은 모습으로 그저 주어진 인물의 감정에 동화돼 연기하는 것이 그의 연기 철학이 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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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이덕희 감독, 임창정과 함께한 '로마의 휴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엄연한 코미디 영화지만, 방준호는 일부러 웃기려 노력하지 않았다. 그래서 표정을 과하게 짓지 않고, 좀 더 야비하고 정적인 연기를 하려 했다. 사채 빚을 진 여성을 협박하며 더욱 잔인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하기 위해 씹던 껌을 주는 신 또한 그의 아이디어였다. 그런 인물이 난데없이 쳐들어온 무장 강도 3인방에 인질로 잡힌 후, 반대로 꼼짝없이 당하는 설정만으로도 통쾌한 웃음 포인트가 될 거라 여겼단 그다.

무엇보다 그가 '로마의 휴일'이 좋았던 이유는 이 사회에 만연한 갑들의 '갑질' 행위에 을들이 통쾌한 복수를 하는 설정 때문이었다. 방준호는 "저도 사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이 많았다. 가끔 나쁜 생각도 한 적 있다. 서민들의 답답함, 돈에 얽매이며 을로 살 수밖에 없는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영화가 아닐까"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실제 그는 지난 20년 동안 생계형 연예인으로 살아왔단다. 밴드 음악을 했지만 생계를 위해 트로트로 전향했고, 항상 기회의 순간이 올 때마다 소속사 문제나 여러 가지로 시련이 닥쳤다. 원래 지극히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이런 시기들을 겪어왔기에 카메라 앞에서 뻔뻔해질 수 있었고, 지금처럼 새로운 장르도 주저않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던 것. 그는 "이런 경험들로 제게 어마어마한 피드백이 오고 있다. '로마의 휴일' 직후 시나리오도 많이 받고 있다"고 했다. 기뻐해도 좋으련만 의외로 걱정 아닌 걱정에 빠져 있는 그였다. 음악을 계속하고 싶은 욕심과 더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단 마음으로 고민 중인 까닭이다.

하지만 손쉽게 눈앞의 이익을 좇지 않고 신중하게 고민하는 그 모습이 그의 겸손함을 엿보게 했다. 그리고 방준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든, 잔향이 오래 남는 사람으로서 대중에게 인정받는 것이 우선적으로 자신이 가야 할 길이라고 말하는 진솔한 사람이었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송선미 기자, 영화 '로마의 휴일'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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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연예계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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