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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너무합니다' 이루, 이유없이 내가 싫다는 사람들에게 [인터뷰]
2017. 09.01(금) 15:15
당신은 너무합니다 이루 조성현
당신은 너무합니다 이루 조성현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편견의 힘은 늘 예상을 뛰어넘는다. 가수 이루도 그랬다. 트로트 가수 태진아의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늘 어떠한 편견에 부딪쳐왔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의 이미지는 언제나 멋대로 재단됐다. 억울할 법도 한데 그는 일부러 나서서 해명을 하거나 애써 지워내려 하지 않았다. 그저 느긋하게 나의 때를 기다리면 누군가는 언젠가 내 진면목을 알아주겠지. 느리지만 묵묵히 자신의 길을 헤쳐가고 있는 그였다.

"저를 겪어보신 분들은 다들 좋게 생각해요. 제가 선입견이 센 사람이더라고요. '우울할 거다' 'FM일 거다' '단정할 거다' 말씀하시는데 저 진짜 안 그래요."

사실 그를 만나기 전, 그 편견엔 나 역시 자유롭지 못 했다. 어떤 그를 향한 고정 이미지들이 벽처럼 쌓여 있었다고나 할까. 혼자 높여갔던 장벽들은 그러나 단 10분 만에 와르르 무너졌다. 어떠한 질문에도 거침없이 유려하게 생각들을 쏟아내면서도 결코 얕지 않았음에.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툭툭 내던지는 유머 감각에. 왜인지 모르게 고리타분할 것 같았던 이루는 정말 말 그대로 만들어진 이미지일 뿐이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이루는 MBC 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극본 하청옥·연출 백호민)를 통해 데뷔 12년 만에 본명 조성현으로 연기에 도전했다. 여기에도 여러 편견이 뒤따랐다. 하지만 그는 연기가 갑작스러운 도전이 아닌 항상 동경해왔고 도전해왔던 분야라고 털어놨다. "가수할 때도 연기를 하고 싶어서 뮤직비디오로 해소를 하려고 했다. 제 뮤비에는 항상 제가 나왔다"며 "드라마 '하늘이시여' 오디션도 봤었다. 마음은 있었는데 때가 안 맞았다. 상황이 됐을 때는 제가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더 늦기 전에 도전하자'는 생각이 들더라"는 설명이다.

그렇게 이루는 '당신은 너무합니다' 오디션을 보고, 박성환(전광렬)의 차남 박현성 역에 낙점됐다. 그는 "제가 뽑힌 이유는 신선함 같다. 데뷔한지는 꽤 됐는데 그동안 연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으니까 보지 못했던 얼굴이지 않냐. 연기력으로 뽑은 건 절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자체 분석을 했다.

'당신은 너무합니다'는 이루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연기파 대선배들과 함께 50부작을 호흡하며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 그는 "너무나 좋은 선생님들 곁에서 좋은 가르침을 받은 느낌"이라며 "짧은 미니시리즈가 아니라 긴 주말드라마라 더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아쉬움은 컸다고 자평했다. 특히 외형적으로 살이 많이 쪄 있는 상태에서 시작해 아쉬움이 컸다고. 그는 "캐릭터가 냉소적인 캐릭터인데 푸근한 모습이라 너무 언매치하게 느껴질 수 있었다. 후반에는 살이 빠져서 다행이었지만 처음부터 그랬다면 제 입장에서는 더 좋게 보이지 않았을까 싶다"며 "솔직히 앨범을 냈을 때도 작업 중에 최선을 다 하고 만족했더라도 낸 후에는 아쉬움이 드는 게 사실이지 않냐. 그런 느낌인 것 같다"고 떠올렸다.

이루는 휴식기에 살을 찌우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노래할 때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번엔 시간 계산에 있어 판단 착오가 있었단다. "너무 예전 바이오리듬만 생각했다. '전처럼 하면 되겠지' 하고 똑같이 했는데 더딘 거다. 조금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나이 듦을 한탄한 그였다.

하지만 몸무게 증량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드라마 속 그의 모습을 이루와 매치시키지 못했기 때문. 그는 "'그게 이루였어?'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연기자로 데뷔할 때 첫 번째 목표 중에 하나가 '가수 이미지를 버리자'였는데 좋든 싫든, 의도했든 아니든 다르게 봐주셔서 다행이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악플은 많았지만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는 웃음이 함께였다.

"댓글로 상처받진 않아요. 다만 아쉬운 거죠. 스타트가 좀 멋있게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서 죽기 살기로 뺐어요. 드라마 모니터링할 때 실시간 톡을 켜놓는데 '이루, 살 안 빠졌는데? 더 빼야겠다' 이런 말이 있어서 더 열심히 다이어트 한 것도 있어요. 그러다 나중에는 '살 빠졌다' '이루 이제 정신 차림' 이런 댓글이 올라와서 되게 희열을 느꼈죠."

그에 따르면 촬영 스케줄상 시간의 여유가 없어 운동은 하지 못했고 단백질 위주로 식단을 조절해 무려 17kg을 뺐다. "같은 옷인데 어느 순간, 옷이 수월하게 맞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 '내가 빠졌구나' 체감했다. 배우분들이나 카메라 감독님도 '살 빠진 것 같아. 얼굴 좋아진 것 같다'고 하셔서 기분이 좋았다"는 그에게 "지금은 초반의 모습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하자 "저도 안 난다. 안 나고 싶다. 굳이 생각 안 하셔도 된다. 권해드리고 싶진 않다. 지금 좋은 모습이 있는데"라는 너스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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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는 실제 자신의 성격과 180도 다른 박현성 캐릭터를 체화시키기 위해 하청옥 작가의 전 드라마인 '금 나와라 뚝딱'의 대본을 보며 드라마를 준비했다고. 비슷한 재벌 역할이 있어서 해보면서 말투를 배우려 했다는 것. 또 촬영장에서는 일부러 과묵하려고 했단다.

"실제론 말하는 것도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고. 정이 많아요. 근데 역할 탓에 말을 안 했더니 스태프들도 '안 그런 앤데 왜 어둡지?' 하시더라고요. 근데 신경을 안 쓰면 촬영할 때 무의식중에라도 얼굴이 밝아져요. 그래서 연습을 많이 했죠. 말을 안 하니까 처음에는 되게 답답했거든요. 근데 나중에는 그게 편해지더라고요. 저는 어딜 가든 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려고 일부러라도 웃겨주려고 노력했는데 '내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그동안 과하게 했었구나' 싶더라고요."

'당신은 너무합니다'는 막장이란 비난에 시달리면서도 시청률 20%에 육박할 정도로 호성적을 기록했다. 그는 "형식적으로 들릴 수 있는데 저는 드라마가 진짜 재밌었다. 흔히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고 하지 않냐. 세간에 오르락 내리락하는 게 좋은 거 아닌가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소재는 다른 드라마보다 무거울 수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을 수도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다음 회에 내가 어떻게 행동할까' 굉장히 궁금했다. 배우들끼리 앉아있으면 다들 '나 어떻게 될 거 같아?' 얘기했다. 그게 본인들도 즐기면서 하고 있다는 것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했다. 저는 솔직히 즐겼다"고 했다.

이어 "첫 작품인데 반응이 많아서 너무 뿌듯했다. 항상 시청률을 찾아보고 다음날 배우님들한테 '몇 % 나왔어요' 알리미를 했다"면서 "드라마가 말이 많고 시청률이 많이 나온다는 건 내가 싫어도 다 봤다는 거지 않냐. 누군가를 보기 위해서는 나를 거쳐야 되는 건데"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기대 안 했는데 기대 이상'이라는 말을 누가 써주셨거든요. 그 말이 되게 힘이 됐어요. '기대 안 했는데 괜찮은데'가 아니라 '기대 이상'이라는 건 어쨌든 기대를 했다는 얘기잖아요. 솔직히 안 좋은 얘기가 대다수지만 저는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그런 얘기들 하나하나가 저한테 도움이 많이 돼요. 제가 놓치고 있는 부분들을 집어주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한편으로는 저평가가 되더라도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 같아요. 나를 연기자로 인정을 해주시고 말씀을 해주시는 거니까요. 제가 이유 없이 싫다는 분들도 많아요. 내가 뭔 잘못을 안 했는데 '난 이유 없이 얘가 싫음' 이런 식으로요. 이것도 생각해보면 이유 없이 싫을 정도로 저를 봤다는 거잖아요. 그분들이 할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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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피드백만큼이나 아버지 태진아의 평가도 궁금했다. "모니터링은 해주셔도 전문 분야가 아니니까 평가는 하지 않으시더라. 그런 부분에서 '행복하다' '다행이다'란 생각도 들었다. 노래로서 평가를 많이 받다가 이제는 자연스럽게 넘어가니까"라는 그의 답에 "만약 태진아 씨가 연기를 하게 되면 연기로서는 아버지보다 선배가 되는 게 아니냐"고 묻자 그는 "연기를 안 하셨으면 좋겠다. 같이 비교되는 게 싫어서 전향한 것도 있는데 여기까지 오시면 안 된다"고 울분에 찬 농담을 시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솔직히 아버지와의 비교에 대한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누군가의 아들이고 그 분야에서 아직까지 활동하고 계시니까 비교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아버지 명성이 저보다 훨씬 높고 그런 게 저한테 작용을 안 했다고는 할 수 없는데 그다지 관여하면서까지 활동하진 않았어요. 근데 무의식중에라도 스트레스로 다가오긴 했죠. 그렇다고 해서 연기로 도피한 건 아니에요. 모든 게 순차적으로 맞아서 전향하게 된 거죠."

'전향'이라는 단어의 어감 때문에 앞으로의 가수 활동 여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가수를 포기한 건 아니라고 했다. "끈을 놓는 건 아닌데 연기라는 게 늦어질수록 불리하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뗀 그는 "가수는 원한다면 돌아갈 수 있지만 연기는 제가 더 자신감 있고 용기가 있을 때 버틸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노래는 때가 되면 언제든 불러드릴 수 있다. 현재까지 제가 딱히 마음에 드는 노래가 없는 게 사실이었다. 그때까지는 심사숙고하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음악이 제 자식 같다면 연기는 여자친구 같아요.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잃어버릴 수도 있는. 노래는 내가 지금껏 최선을 다 해왔고 내가 키워왔고 내 거라는 걸 만들어왔기 때문에. 하지만 더 이상 노력을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에요. 연기는 설렘으로 다가왔고 이 설렘을 끝까지 유지하려면 최선을 다해서 노력을 해야 되는 거기 때문에 굳이 표현해야 한다면 여자친구 같아요."

이루는 데뷔 13년 차를 맞았다. 행복했던 순간으로 가요 프로그램에서 1등 한 것, 해외에 알려진 것을 꼽은 그는 "반대로 힘들었던 순간은 솔직히 많았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있었다. 그런데 그런 걸 다 힘겹다고 표현하면 안 되는 것 같다. 당연히 느껴야 한 거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걸 통해서 단단해진 것 같다. 예전엔 유리멘탈이었다. 지금은 제가 생각해도 '많이 단단해졌구나'란 생각이 들더라. 연륜이 아니라 스스로가 연습을 해왔던 것 같다"고 했다.

"저는 행복한 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다 재밌었고 아버지가 같은 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까 거기서 나오는 '케미'도 있고요. 때로는 되게 큰 부담감으로 왔던 존재이시기도 하지만 그 존재가 없었을 때 과연 내가 즐길 수 있었을까 싶어요."

의외의 면모만 꺼내놓은 그에게 왜 이렇게 진짜 모습을 숨기고 살았냐고 역정(?)을 냈다. 그는 "드러내지 않고 살았다"며 "조용히 지내고 싶다. 알릴 때가 되면 알려질 거다. 지금 내가 이슈가 안 되는 건 '내 때가 아니구나. 언젠가 이슈가 된다면 그때 열심히 해야지'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주어진 운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걸 (인도네시아에서 유명해진 '까만안경'으로) 하나 썼고, 그 카드로 지금까지 살고 있는 것 같다. 또 하나가 올 거다. 그게 연기 쪽에서 발휘됐으면 좋겠다. 보통 세 번은 온다고 하지 않냐. 나머지 하나는 아껴두고 싶다. 나이 들어서 노후대책으로 쓸 거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전으로 가득 찼던 이루와의 인터뷰는 기분 좋은 낯섬이었다.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빅토리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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