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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원신연 감독, 원작에 대한 예의를 갖추다 [인터뷰]
2017. 09.02(토) 08:08
살인자의 기억법 원신연 감독
살인자의 기억법 원신연 감독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장르물에 특화된 감독이라 실제로도 치밀하고 이성적인 사람일 줄 알았다. 하지만 직접 만나 본 그는 상냥하고 나긋한 말투로 사람을 대하고, 영화에 대한 어떤 의견이라도 수용하며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다. 또한 영화 작업을 할 때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낀다는 원신연 감독이다. 자면서도 캐릭터들을 구상할 정도로 그에게는 영화가 곧 삶이자 살아가는 이유였다.

6일 개봉될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제작 쇼박스)은 김영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잊혀졌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다.

전작 '세븐 데이즈' '용의자' 등을 통해 장르물에 두각을 보인 원신연 감독이 또 다시 자신의 장기를 택했지만, '살인자의 기억법'은 그에게도 도전이나 다름 없었단다. 발간당시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얻은 원작을 영화화하는 만큼 원작팬들을 만족 시켜야한다는 부담감 때문.



원작 팬뿐만 아니라 영화로 '살인자의 기억법'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도 배제할 수 없었다던 원신연 감독은 처음 원작을 읽었을 때 '소설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작품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항상 복기하며 작품을 만들어나갔다. "그 다짐에서 벗어나면 이 영화는 실패라고 생각했다"던 그는 원작의 장점도 살리면서 영화적인 변주를 통해, 원작과 닮아있으면서도 다른 구석이 있는 작품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원작에서 혼돈이라는 단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혼돈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면 혼돈이 당신을 쳐다본다'는 니체의 말이 소설과 영화 모두 관통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했다." 독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예상 밖의 전개 방식도 소설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 원신연 감독은 혼돈이라는 공통된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억을 잃어가는 연쇄 살인범 김병수(설경구)의 왜곡된 망상과 점차 휘발되는 기억이 얽히고설키는 소설의 흐름과 구조를 영화에 고스란히 담으려 했다.

원작은 김병수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탓에 독백이 주를 이룬다. 이를 원신연 감독은 김병수의 내레이션으로 영화에 녹여냈다. "내레이션은 대체적으로 장면이나 캐릭터를 설명하거나, 보강하는 장치로 쓰이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또 다른 캐릭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기억을 잊어버리면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미래 기억이 없으면 현재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내레이션은 김병수가 미래 기억을 계속 되뇌면서 이를 잊어버리면 안 된다는 복기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

소설에서 섬세하게 묘사된 풍경, 이를테면 바람에 어지러이 일렁이는 대나무 숲이나 폐허가 된 수녀원 등 잿빛 감성으로 설명되는 원작의 색채를 시각적으로 구현해낸 것도 인상적이다. 이에 원신연 감독은 "사실 색채나 미장센에 대한 욕구는 최대한 억눌러야 했다. 그래야 인물들이 입체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했다"면서 "배경 음악이 들리기는 하지만, 그 존재감은 미미하도록 배치하면서 관객들이 인물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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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결은 그대로 담았지만, 캐릭터들은 원작과는 다른 인물로 변화시켰다. 원신연 감독은 "소설 속 김병수 캐릭터의 핵심은 악마성이다. 인간은 누구나 악마성을 지니고 있다. 다만 사회적 제도나 질서 때문에 그 악마성을 겉으로 표출하지 않을 뿐이다. 그 악마성을 극대화 시킨 게 김병수"라는 그는 그저 살인 욕구로 인해 사람을 죽이는 원작 속 캐릭터 설정을 그대로 가져오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김병수가 살인하는 이유가 명확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감독은 '쓰레기 처단'이라는 나름의 이유를 붙여줬다. 김병수가 저지르는 살인에 대해서 관객이 극히 작은 부분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오히려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보일 것 같았기 때문.

원작에서는 마치 안개같이 모호하게 그려진 민태주(김남길) 캐릭터 역시 새롭게 탄생됐다. 태주에 대해 "원작 속 은희의 남자친구인 박주태와 연쇄살인을 쫓는 안형사, 살인범일지 모르는 어떤 남자를 적절히 섞어서 재창조한 인물"이라고 설명한 감독은 김병수와 민태주의 대결 구도로 영화가 진행되는 만큼 상대적으로 원작보다 민태주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모호한 원작 속 민태주 캐릭터에 살을 붙여 입체적으로 그려내야, 대결구도가 명확해지면서 극 전반을 아우르는 긴장감이 조성될 거라 생각했다고.

원신연 감독은 원작과 완전히 다른 결말에 대해서도 "원작 속 결말을 영화로 옮겼을 때, 관객들이 느끼는 허무감이 커질 것 같았다. 실질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쌓아갔던 감정이 묵직하게 남도록 결말을 바꿨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영화의 결말은 원작보다 더욱 구체적이면서도 상상의 여지를 남겨뒀다. 감독은 원작 속 '무서운 건 다른 게 아니야 시간이지. 사람은 아무도 그걸 이길 수 없거든'이라는 구절을 언급하며 "소설의 본질은 시간에 관한 이야기였다. 살인이나 알츠하이머는 장르적인 즐거움을 위해서 사용된 거다. 물론 두 개에 관한 어떤 시선과 철학이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시간에 관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왕성한 살인 행각을 벌이던 살인범도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앞에 결국 알츠하이머라는 형벌을 받게 되는 것처럼, 영화와 소설의 본질 모두 기억이라는 외피로 감싸진 시간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과감하게 원작에서 취할 건 취하고, 배제할 건 배제하며 작품을 완성한 원신연 감독은 김영하 작가의 무언의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했다. 그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김영하 작가는 어떠한 첨언도 하지 않았다. 저에게 원작을 가지고 마음껏 창작할 수 있는 자유를 더 주고 싶어 하셨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은 원작에 큰 신세를 지고 있다"는 원신연 감독은 "이미 원작에서 잘 만들어진 세계가 있었기에 변형된 반전과 결말을 만들 수 있었다"고 겸손이었다.

도전하는 의미로 시작한 작업이었지만, 원신연 감독은 그 자체가 즐거웠고 행복했단다. 또한 원작 팬들의 반응이 궁금해 개봉이 기다려진다던 그는 "원작 팬들이 '내가 사랑하는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영화가 더 사랑스럽네'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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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송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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