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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설경구, 또 다른 호기심에 눈 뜨다 [인터뷰]
2017. 09.02(토) 08:09
살인자의 기억법 설경구
살인자의 기억법 설경구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설경구말고 누가 이 역할을 할 수 있겠나." 원신연 감독의 말에 그 누가 반박할 수 있을까. 설경구는 모두가 인정하는 대체 불가의 영역에 자리한 배우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않고 끝없이 번뇌하며 스스로를 더욱 독하게 몰아붙였다. 그것이 지금의 설경구를 있게한 자양분이었다.

6일 개봉될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제작 쇼박스)은 김영하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잊혀졌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다.

설경구는 극 중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 살인범 김병수 역을 맡았다. 김병수는 '쓰레기 처단'이라는 미명 하에 살인을 저지르다가 교통사고로 뇌수술을 받고 혈관성 알츠하이머를 앓는 인물. 흔치 않은 설정인만큼 설경구에게 이번 작품은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알츠하이머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참고하기는 했지만, 김병수라는 인물을 구축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했다. "누군가에게 간접 경험을 들을 기회도 없었고, 자료를 찾기도 힘들었다"던 설경구는 결국 상상력으로 캐릭터에 접근하는 방식을 택했다. 상상력만으로 이해되지 않을 때에는 원신연 감독과의 상의를 통해 캐릭터를 이해하려 했다던 그다.

캐릭터의 외양을 만드는 것 역시 설경구에게 숙제였다. 물론 특수분장이라는 쉬운 길도 있었지만, 설경구는 연기에 대한 욕심으로 이를 거절했다. "다른 작품에서 분장을 해봤는데, 왠지 가면을 쓴 느낌이더라. 제 표정이 온전히 표현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감독님께 '제가 늙어볼게요'라고 했다"고 했다. 단순히 살을 빼는 것이 아닌 김병수가 살아온 삶이 담긴 얼굴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것. 설경구는 일부러 얼굴을 찡그리고 주름을 만들었다. 또한 그는 부분 가발 수십 개를 자신의 머리에 붙였다 떼며 김병수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것들을 찾아나갔다.

무엇보다 그는 '살인'이 아닌 '기억'에 초점을 둔 영화의 내재적 메시지를 공감했다. 실제 극은 알츠하이머인 김병수의 기억이 맞는 것인지, 단순히 왜곡된 망상인지 끊임없이 혼란을 준다. 이에 설경구는 "개인의 기억이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알게 됐다"며 "기억은 주체에 따라 왜곡될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 그 기억에 개입할 수도 없는 거다. 불분명한 개인의 기억이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서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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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과정을 통해 외양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캐릭터에 동화된 설경구는 촬영 현장에서 한치의 틈도 없이 김병수란 인물이 돼 있었다. 스태프들이 그에게 쉽게 말을 걸지 못했고, 심지어 극에 몰입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목에 케이블 타이가 감긴 상태로 쉽게 운신할 수 없는 상황에도, 연기에 몰입한 나머지 이를 잊고 앞으로 튀어나갔다가 목이 죄이는 아찔한 순간을 맛봤다. 그는 아직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몸서리쳐진다며 "목에 줄이 꽉 쪼이면서 하체 힘이 빠지는데 정말 아찔하더라. 잠시 쉬는 동안에도 진정이 안 됐다"고 했다.

이처럼 캐릭터에 너무 몰입한 탓에 촬영이 끝나고 숙소에 돌아간 뒤에도 쉽게 감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던 그다. 설경구는 "숙소로 돌아오면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어떤 고민은 하는데, 무슨 고민인지도 모르겠더라. 머리가 편하지 않아서인지 잠도 잘 못 잤다"고 토로했다. 알츠하이머로 인해 기억의 착란을 겪는 극 중 인물처럼 그 역시 일상을 위협할만큼 혼란스러운 감정을 고스란히 느꼈던 것.

설경구에게 이번 작품은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가져다줄 정도로 의미가 깊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살인자' 이 기묘한 캐릭터가 가진 아우라를 감당하느라 제 일상마저 침범당하고 있었지만, 설경구는 이를 기꺼이 감수했다. '살인자의 기억법'을 통해 캐릭터의 얼굴에 관심이 많아졌단 그는 "예전에는 캐릭터를 만들 때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냥 살을 빼고, 찌우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통해 캐릭터를 만들어나갈 때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아야 저 얼굴을 가지게 될까'라는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한때 습관처럼 연기를 한 적이 있다던 설경구는 이제는 캐릭터의 얼굴에 대한 호기심에서 연기 원동력을 얻고 있었다. 현재에 안주하며 과거의 영광에 답습하지 않고, 늘 새로움을 추구하려고 노력한다던 설경구는 진짜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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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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