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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베카' 정성화, 유쾌함 이면에 감춘 완고한 '정석' [인터뷰]
2017. 09.03(일) 10:39
정성화
정성화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뮤지컬 배우 정성화의 이미지는 대개 코미디언으로 시작해 뮤지컬 계에서 인정받은 유쾌하고 융통성 있는 연예인이다. 그러나 실제 정성화는 유쾌함 이면에 고지식할 정도로 '정석'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뮤지컬 '레베카'에서 가문을 지키겠다는 책임감 강한 막심과 닮은꼴임을 부인할 수 없었다.

'레베카'(연출 로버트 요한슨)는 사고로 아내 레베카를 잃은 귀족 막심이 순수한 평민 나(I)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이다. 동화 같은 맨덜리 저택을 배경으로 레베카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와 막심과 나의 사랑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게 펼친다. 공연은 강한 서스펜스에 힘입어 지난 2013년 국내 초연된 뒤 올해로 네 번째 공연을 맞았다.

정성화는 이번 공연에서 처음으로 막심 역을 맡았다. 막심은 레베카와 사별한 뒤 과거에 대한 아픔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가족과 드 윈터 가문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한 남자로서 괴로운 삶을 사는 고통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다.



정성화는 막심을 맡은 소감으로 "데뷔 후 처음으로 귀족 신사를 연기하고 있다"며 너스레로 운을 뗐다. 이윽고 그는 "이미 무대에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숙제라는 생각이 든다"며 짐짓 진지해졌다. 정성화는 처음 '레베카'에 출연하는 자신이 네 번이나 공연되며 관객들의 뇌리 속에 굳어진 다정하고 신사적인 귀족 막심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인정했다. 이를 위해 농밀한 연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성화는 "막심이란 역할이 굉장히 어렵더라. 쉬운 역할이 아니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레베카'에서 막심이 주로 '놀라운 평범함', '신이여', '칼날 같은 그 미소'와 같은 솔로곡을 소화해야 하고, 각각의 곡에서 급격한 감정 변화를 보이는 점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정성화는 "노래가 가진 감성을 조금이라도 놓치거나 다른 감정으로 바꾸면 관객들이 쫓아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노래 자체도 너무 어렵다"고 덧붙였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정성화가 택한 해결책은 결국 치밀하게 계산된 연기였다. 그는 "'신이여' 같은 넘버를 보면 막심이 극한의 슬픔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노래와 연기라도 '나 지금 되게 슬퍼'라며 2분 30초 동안 같은 감정만 노래하면 분명히 지루하다"며 "한 곡 안에서도 미세하게 나뉘는 감정의 변환점이 있는데 그걸 잘 계산해서 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정성화는 각 곡마다 치밀하게 계산한 감정에 적합한 효과적인 창법을 다양하게 시도하고자 했다. 그는 매 넘버마다 두성, 흉성 등 곡에 가장 어울리는 발성을 지정한 뒤 각기 다른 울림으로 감정을 표현했다. 이를 위해 정규 연습 외에도 따로 시간을 투자해 정확한 발성과 감정 표현을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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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화는 인터뷰 내내 "정확한 발성과 연습만이 방법"이라는 말을 거듭 사용했다. 그 이유를 묻자 "말한 그대로다. 정확한 발성이나 연습이 없이는 뭘 해도 힘들고 결국 소리가 망가지게 되더라"라는 답이 돌아왔다.

정성화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지독한 슬럼프를 겪으며 연습과 발성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뮤지컬 한 작품을 하면 그 작품에 맞게 발성이 고정돼 있다. 그걸 다시 되돌리는 과정이 필요한데 저는 코미디언 출신이라 그 중요성을 몰랐다"며 "발성 교정 없이 여러 작품에 임했고 '레미제라블' 때 그 문제가 가장 크게 터져 너무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정성화는 "결국 꾸준한 보컬 연습만이 답이더라"라며 "지금은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발성 교정 연습에 시간을 투자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처럼 공들여 연습하고 치밀하게 계산한 연기인 만큼 정성화는 매 회 특별한 애드리브 없이 일정한 공연을 관객에게 보여주려 했다. 심지어 첫 공연 직후 호불호가 갈렸던 막심의 "흰 바지 입고 거짓말 안 해"라는 대사 역시 철저하게 계산해 연출의 지시로 변경한 애드리브였다고. 흔히 정성화라면 애드리브에 능할 것이고 변칙적인 연기를 선보일 것이라는 이미지나 편견과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오히려 정성화는 "연습에 있어서만큼은 굉장히 보수적이고 정석을 추구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공연은 매번 새로운 관객들이 오신다"며 "그분들에게 한결같이 똑같은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웃었다.

무엇보다 정성화는 뮤지컬에 있어서 만큼은 정석을 추구하며 자신을 둘러싼 편견에 도전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을 언급하면 연상되는 코미디언 특유의 유쾌한 이미지를 부정하지 않았고, 다만 그를 뛰어넘는 노력으로 관객에게 인정받으려 했다. 그동안 해본 적 없는 귀족 이미지의 막심을 선택한 것도 결국은 편견을 넘기 위해서였다. 유쾌함 이면에는 정석을 찾는 고지식함을, 다시 또 그 이면에는 도전 정신과 완벽 주의를 갈무리하고 있는 그였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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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 레베카 | 뮤지컬 | 정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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